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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뉴타운 투자 광풍] 주거지역인데 지분 값 3.3㎡당 1억원 넘어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지난달 3구역 정비계획 변경안 통과하면서 천정부지로 올라 … 단기 급등에 따른 피해 우려도

▎낡은 단독·다세대주택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등 일대 한남뉴타운 예정지.
낡은 단독·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한남뉴타운은 입지 여건 등을 따져 볼 때 서울의 뉴타운 사업지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발이 완료하면 서울의 맨해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주민·상인 간, 조합과 서울시 간 이견으로 한남뉴타운 사업은 14년간 공회전을 거듭해 왔다. 급기야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1구역은 올해 초 서울시에 의해 재개발 사업구역이 해제됐다.

그랬던 한남뉴타운이 14년 전 꿈인 ‘서울의 맨해튼’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3구역의 정비계획(재개발 계획안) 변경안이 지난달 서울시의 재정비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다. 사실상 재개발 사업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오랜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으면서 3구역 내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로 낡은 단독·다세대주택 등)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매물보다 찾는 사람이 많아 부르는 게 값이다. 지분 값이 치솟으면서 일각에선 광풍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연초부터 지분 값 급등세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한남뉴타운은 한남동·보광동 등 일대 111만205㎡ 규모로 모두 5개 재개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올해 초 지구 지정이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하고 4개 구역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3구역은 35만5687㎡로 한남뉴타운뿐 아니라 서울 재개발 구역 중 가장 크다. 지난달 서울시를 통과한 3구역의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이곳에는 지상 최고 22층 아파트 5826가구(임대 877가구 포함)가 들어선다. 애초 계획은 지상 최고 29층 아파트 5757가구(임대 979가구 포함)를 짓는 것이었다. 임대주택을 줄이는 대신 최고 층 수를 29층(95m)에서 22층(73m)으로 낮춘 것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3구역 아파트의 층수가 너무 높아 남산자락의 구릉지 경관을 훼손한다고 보고 층수를 낮출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조합 측이 사업성 하락 등을 우려해 층수를 낮출 수 없다고 버티면서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해 왔다. 조합 측은 “단지 내 쾌적성을 높이고 개발이익을 따지자면 29층 이상으로 지어야 하지만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서울시의 지침을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3구역을 시작으로 2·4·5구역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구역(16만 2321㎡)은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보광초등학교 북측 관광특구(전체 면적 22%)를 재정비촉진구역에서 제외키로 했다. 4구역은 전면 재개발에 반대하는 신동아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재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파트가 거의 없고 저층 주택이 많은 5구역은 기존 지형과 도로를 고려해 총 2359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계획안을 수립 중이다. 4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달 중 서울시 자문위원회와 상의해 정비계획안을 구청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서울시 지침대로 최고 층수는 22층으로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한남뉴타운 지분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초 3.3㎡당(대지 면적 기준) 6500만~7500만원 선이었던 다세대·연립주택 값은 최근 3.3㎡당 8000만~9000만원으로 급등했다. 3구역 내 대지 면적이 19㎡ 이하인 소형 지분은 3.3㎡당 1억원도 넘는다.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 땅값이 3.3㎡당 1억원을 넘은 곳은 현재 한남동과 압구정동 2곳뿐이다. 대지 면적이 커 다세대·연립주택에 비해 저렴한 단독주택도 3.3㎡당 3000만~3500만원으로 올해 초보다 500만원가량 뛰었다. 한남동 뉴타운공인 김승희 실장은 “3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되기 직전 급매물이 모두 팔려나가면서 지금은 매물이 없어 거래가 안 된다”며 “가격이 이미 크게 올랐지만 그 가격에도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많아 당분간 지분 값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남뉴타운 지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입지 여건 덕분이다. 한강변에 접해 있고 강남과 광화문·종로,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지역 접근성까지 갖췄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비용도 낮은 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대책’에서도 벗어나 있다. 9월부터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 수가 1주택으로 제한되는데, 재개발 단지는 예외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도 같은 조건을 검토했으나 재개발은 서민의 주거 환경 개선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규제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남동 A공인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둔 재건축 시장과 전매제한 직격탄을 맞은 분양시장과 달리 재개발 시장은 별다른 규제가 없어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입지 여건만 놓고 보면 압구정·반포 등 강남에 뒤지지 않는다”며 “특히 한남동이 재벌이 많이 사는 전통적인 부촌이라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지분 값이 치솟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아직은 위험요소도 많다. 우선 사업 속도다. 가장 속도가 빠른 3구역도 아파트 입주 시기가 빨라야 2025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혹시라도 주민 간 이견이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 사업이 언제든 멈출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14년간 멈췄던 사업이 최근 속도를 내면서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대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사업이 미뤄지거나 지연되면 금융비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 아파트를 받을 때 추가로 내야 하는 추가분담금 위험도 남아 있다. 특히 3구역은 한때 지분 쪼개기(대지 면적이 큰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연립주택을 지어 분양)가 극성을 부려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분 쪼개기를 통해 조합원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이 때문에 지분 크기가 크지 않은 사람은 새 아파트를 받을 때 수억원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남수 팀장은 “한남뉴타운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조합원 수 대비 건립되는 가구 수가 적어 추가 부담금이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에 정부가 추가 규제 카드를 내놓으면 가격 거품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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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0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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