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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재정전문 공공기관 한국재정정보원 이원식 원장] “재정당국 위한 똑똑한 재정참모 되겠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디브레인 운용하는 국가 재정의 ‘뇌’ 역할...출범 1년 맞아 7월부터 보조금 업무도

▎이원식 한국재정정보원 원장이 22일 한국재정정보원에 있는 디브레인 관제시스템 화면을 배경에서 포즈를 취했다. 디브레인으로 정부의 재정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사진:최정동
서울 중구 퇴계로 10번지 메트로타워. 서울역 앞에 있는 이 건물은 얼마 전 고가도로에서 공원으로 재탄생한 ‘서울로 7017’과 바로 붙어있다.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일부 층의 버튼은 아무리 눌러도 무반응이다. 직원 신분증을 태그해야 엘리베이터가 작동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갈 때도 별도의 문이 버티고 있다. 이번에는 지문인식 보안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이곳은 국가정보통신 기반시설로 지정돼 있다. 여러 겹의 보안장치가 촘촘히 작동 중이다. 서버실에 출입할 때는 홍채 인증까지 거친다. 직원 책상 위의 데스크톱 PC에서는 아예 자료 저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PC 작업이 끝나면 작업 중인 자료는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되고 개인 PC는 깨끗하게 비운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재정전문 공공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이다. 지난해 7월 1일 기획재정부 산하에 설립된 신설 기관이다. 여기서 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dBrain)을 전문적으로 운영한다. 디브레인은 말 그대로 우리 재정의 ‘뇌’ 역할을 한다. 디브레인은 노무현 정부가 재정업무를 전산화·표준화해 재정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만든 재정정보화 시스템이다. 2005~2006년 구축해 2007년 1월 개통했다. 정식 명칭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이고, 애칭인 디브레인(디지털의 d + Brain)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관 출범 1년을 앞두고 지난 6월22일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거쳐 이원식(59) 한국재정정보원 원장을 만났다.

디브레인이 개통된 지 벌써 10년이지만 국민에겐 낯설다.

“국민이 접속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그렇다. 디브레인은 예산의 편성에서부터 집행, 회계결산, 기금 관리, 국고금 관리 등 국가의 모든 재정활동이 수행되는 재정플랫폼이다. 국민 세금을 알뜰하게 쓸 수 있게 도와준다. 디브레인이 멈추면 국가의 재정 흐름도 멈춘다.”

디브레인 구축 이후 9년 반 동안 민간에 맡겨 운영했다. 왜 굳이 전담 운영기관인 공공기관을 만들었나.

“디브레인에는 국가의 핵심 정보인 재정정보와 기업·개인의 계약·납세·과태료 등의 민감한 정보, 주민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많이 들어있다. 정보 유출이 걱정된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제기됐다. 재정정보화 기술이 민간에 종속될 우려도 있었다. 시스템 운영을 민간에 맡겨두면 정부가 기능 개선, 기술 개발, 수출 등을 주도할 수 없게 된다. 시스템 운영을 맡은 민간회사가 몇 년에 한 번씩 바뀌다 보니 시스템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디브레인 내 빅데이터를 활용할 필요성도 있었다. 디브레인에는 많은 재정업무 통계와 정보가 담겨있다. 이 통계를 분석·연구해 재정당국에 피드백하면 재정정책 개발이나 재정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민간 전산 회사가 재정연구를 담당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디브레인은 한국은행·경찰청·국세청·조달청 등 47개 기관 68개 시스템과 연계돼 있다. 기존에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자동화·간소화해 재정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담당 공무원 6만4000여 명이 디브레인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했다. 하루평균 1만5000여 명이 접속해 48만여 건의 업무를 처리한 셈이다. 그 결과 하루 8조원의 자금이체와 4조원의 수납처리가 이루어졌다. 연간 1억1000여 건의 재정업무가 처리되는 것이다. 재정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황순구 한국재정정보원 경영지원본부장은 “국세청이 거둬들이는 세수뿐만 아니라 경찰청의 범칙금 같은 세외수입까지도 리얼타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나라살림을 짜임새 있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개원 준비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이원식 원장이 취임했지만 아직 예산 배정이 안 돼 볼펜 한 자루 살 돈이나 야근자 저녁 식사 값도 없어 외상으로 시작해야 했다. 출퇴근을 비롯한 모든 행정업무를 수기로 관리했다. 심지어 그룹웨어가 없어 직원 월급 명세서를 프린트로 출력해 줘야할 상황이었다. 이 원장은 “초기 환경을 비관하지 말고 나중에 기억하고 웃자”며 지난해 6월 월급명세서를 옛날식 누런 월급봉투에 담아 편지와 함께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지난 1년을 평가하자면.

“디브레인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사업이 많아졌다. 디브레인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연구할 재정연구 본부를 출범시켰다. 석·박사급 16명을 확보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국회의 인하우스 씽크탱크라면, 재정정보원은 재정당국의 인하우스 씽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기재부로부터 공무원 대상 재정교육 사업도 위탁받았다. 올 4월부터는 국고보조금통합망(e나라도움) 운영도 맡고 있다. 기재부, 한은, 조달청 등 재정분야 기관들의 사이버보안관제를 총괄하는 업무도 수행중이다. ‘재정 한우물’ 을 넓고 깊게 판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국고보조금 업무는 뭔가.

“국고보조금은 ‘눈 먼 돈’이란 오명이 씌워져 있었다. 수천 개사업별로 칸막이가 쳐져 있어 유사사업, 중복 신청, 무자격자 신청 등을 걸러내지 못했다. 또 ‘선지급 후정산’과 수작업에 따른 허위증빙이나 부정사용도 고질적이었다. 그래서 보조금을 통합해 관리하고, 신청·집행·정산 등 단계별로 검증하기 위해 기재부가 올 1월 1차 개통했고, 오는 7월1일 전면개통을앞두고 있다. ‘e나라도움’이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의 애칭이다.”

구체적으로 보조금 사업자 입장에서 뭐가 달라지는 건가.

“과거에는 보조금을 보조금 사업자 계좌에 넣어주고 알아서 사용한 뒤 사업이 끝난 후에, 그것도 수작업으로 정산했다. 선지급 후정산이다. 그러다 보니 보조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기도 하고, 같은 영수증을 여러 사업에 첨부하기도 했다. 사용시점과 정산시점의 차이로 폐업 업체의 자료 증빙이 불가능한 것도 문제였다. e나라도움 시스템은 실시간 지급 방식이다. 보조금을 사업자 계좌가 아니라 한국재정정보원 계좌에 예치하고 사업자가 정상적으로 집행했다는 전자증빙이 있어야 돈이 나간다. 증빙 방식도 바꿨다. 원칙적으로 국세청 전자증빙이나 보조금 전용카드를 통한 증빙만 인정된다. 따라서 영수증 중복사용이나 폐업 업체 악용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자증빙으로 검증된 거래금액은 사업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한국재정정보원 계좌에서 사업자의 거래처 계좌로 직접 지급한다.”

기재부 국고국장을 지낸 이 원장은 “재정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디딤돌이었고, 경제 위기의 방파제였다”며 “재정정보원이 디브레인에 축적된 독점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고품질 통계를 만들어 재정당국의 정책운용을 뒷받침하고 이를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 건전성, 생산성 등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당국을 위한 똑똑한 재정참모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1390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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