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일본 ‘초식기업’의 부활 

 

타마키 타다시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니혼게이자이신문 서울지국장)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에 역대 최고 이익을 경신했다. 상장 기업들 가운데 영업이익이 1000억엔(연결기준)을 넘는 곳은 98개다. 영업이익이 1조엔이 넘는 곳도 5개나 된다. 지난해 ‘1000억엔 클럽’에는 다소 의외라고 생각되는 기업들이 있다. 히타치·스바루·소니·파나소닉·후지필름 등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 ‘고전(苦戰)’의 상징이었다. 일본 재계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며 많은 시행착오와 구조개혁을 반복했다. 때로는 고통을 수반했지만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물론 아베노믹스로 ‘엔고’가 완화된 측면도 있다.

‘1000억엔 클럽’에 포함된 기업의 면면을 보면 몇 가지 유형을 볼 수 있다. 먼저 ‘본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한 기업이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자동차 회사, 미쓰비시·신에츠 등 화학회사, 건설기계의 코마츠, 생활용품의 카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업 체질을 강화해 해외 시장을 넓히고 신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된 사례도 있다. 소프트뱅크가 대표적이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휴대전화·인터넷·로봇·인공지능(AI) 기업을 대거 사들였다. 최근에는 아시아지역 정보기술(IT) 기업을 속속 인수하고 있다. JT 역시 경쟁사들을 사들이며 세계 3대 담배회사로 부상했고, 브릿지스톤은 미국 파이어스톤을 인수해 세계 최대의 타이어 회사가 됐다. M&A는 자사의 약점을 보완하고 성장의 토대를 닦는 큰 무기다. M&A에 노하우가 쌓이면 기업 쇼핑도 수월해진다. 이런 기업은 일종에 ‘육식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자사의 기술을 육성해 우량 비즈니스로 성장시키는 기업도 많다. 소니 부활의 원동력은 이미지 센서다. 이미지 센서가 주축인 반도체 사업에서 연간 1000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니가 이미지 센서를 개발한 것은 1970년대다. 이후로도 꾸준히 연구·개발(R&D)을 벌여 제품을 개량하고 있다. 탄소섬유 시장을 제패한 도레이의 개발 역사는 더 오래됐다. 60년대부터다. “언제 이익이 날지 모른다”며 경쟁사들은 속속 포기했지만 도레이는 탄소섬유에 미래를 걸고 투자했다. 히타치가 수익원으로 키운 전자재료와 철도차량, 후지필름의 의료용 화상 시스템도 오랜 기간 투자한 끝에 성과를 낸 분야다. 소니와 도레이·히타치 등은 오랜 기간 꾹 참고 개발해온 ‘초식기업’이다. 씨를 뿌리고 물을 줘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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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1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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