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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선 마이크로 모빌리티(친환경 동력의 개인용 이동수단) 시대] 탈 것의 변화 대세는 친환경·초소형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교통체증 심한 대도시 1인 가구용으로 관심 커져...관련 법령은 연말까지 정비 전망

탈 것이 변하고 있다. 친환경·초소형 바람이 거세다. 친환경 동력을 기반으로 근거리·중거리 주행이 가능한 개인용 이동수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특히 초소형 전기차는 일반 승용차보다 작지만 스쿠터·오토바이보다는 커서 1~2인승에 적합한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이미 거리를 누비기 시작한 모델도 나왔다. 하반기엔 국내 중소기업에서 출시하는 다양한 초소형 전기차가 쏟아진다. 정부도 연말이면 법령 정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현황을 살펴봤다.


▎르노삼성 트위지.
경차보다 작고 오토바이보다 크다. 친환경·초소형 바람이 불며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가 주목받고 있다. 중·단거리에 최적화된 초소형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특히 초소형 전기차가 눈길을 끈다. 전기차 기술 발전에 정부 규제까지 풀리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초소형 전기차는 장점이 많다. 경차보다 작아 주차가 쉽고 관리비도 적게 든다. 이륜차에 비해 안전성이 앞서고 실용적이다. 탄소 배출이 없고 미세먼지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효율성 면에서 최고의 선택지다. 세컨드 카는 물론 물류·배달 용도에도 유용하다. 관공서나 관광지 안내차량으로도 제격이다.

많은 전문가는 미래 교통의 키워드로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꼽는다. 대도시화와 1인 가구 시대가 배경이다. 10년 후면 세계 인구의 60%가 대도시에 모여 살 전망이다. 2025년이면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만 30곳이 넘는다. 대도시는 교통체증이 심하고 주차가 어렵다. 대중 교통만으로 이동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1인 가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현실적인 이동수단으로 초소형 전기차가 꼽히는 것이다.

1인 가구 증가와 대도시화에 적합한 틈새 차종


▎도요타 i-Road.
유럽·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마이크로 모빌리티 관련 법적 준비를 마쳤다. 시범 주행을 마친 모델도 여럿이고,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와 공공기관, 물류 업체에서 초소형 전기차를 운행 중이다. 일본은 경차와 이륜차 사이에 새로운 등급을 정의했다. 유럽에선 초소형 전기차를 기존 사륜차와 같은 차종으로 구분하고 정식 번호판을 발급해 운행 중이다.

한국은 올 연말까지 법령을 정비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올 12월까지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차종 분류 기준을 대폭 손질한다.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기 초소형 전기차와 바퀴가 3개 달린 이륜차 등 새로 생긴 차종에 대한 분류를 추가한다. 현행 기준은 차급을 경차·소형차·중형차·대형차로만 분류하고 있다. 도심형 초소형 전기차가 해당이 안돼 도로를 달릴 때 제약이 많았다. 차종 분류 기준과 함께 세금체계도 손을 본다. 차 크기와 연료 효율성, 친환경성 등은 따지지 않고 배기량으로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울러 전기차 세금 개편안도 마련한다. 현재 전기차는 배기량 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10만원의 세금을 일괄적으로 부과해왔다. 앞으론 크기와 충전량을 감안해 세금을 책정할 방침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틈새 차종인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이동수단의 다양화와 자동차 산업의 재편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내 초소형 전기차 첫 주자는 ‘트위지’


▎쎄미시스코 R3.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대를 연 브랜드는 르노삼성의 트위지다. 2012년 출시된 초소형 4륜 전기차로 유럽에서만 2만대 이상 판매됐다. 트렁크 공간이 최대 180L에 달해 일반 가정의 세컨드카뿐만 아니라 근거리 운송차량으로 인기가 높다. LG화학의 6.1㎾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트위지는 한 번 충전으로 100㎞까지 이동할 수 있다. 최대 시속은 80㎞. 유럽에선 16세 이상의 청소년이 운전할 수 있도록 시속 45㎞로 속도를 제한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충전도 어렵지 않다. 가정용 220V 전원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별도 충전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서 일일이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걸림돌도 없다.

한국에선 출시까지 2년이 걸렸다. 트위지를 어떤 자동차 항목에 넣어야 할지 결정을 못했었다. 2016년 5월 규제개혁장관 회의에서 국토교통부가 관련 법령을 정비하며 문제가 풀렸다. 외국의 자동차 안전 성능에 관한 기준 등을 충족할 경우 국내 도로운행을 허용해 정식 출시가 가능해진 것이다. 트위지가 운행 허가를 받자 비슷한 콘셉트의 초소형 전기차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국내 운행을 위해 미국과 유럽 자동차 안정 성능 기준을 먼저 통과하고 있다. 르노삼성 측은 “트위지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가져올 전기차 확산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며 “몸집은 초소형이지만 몰고 올 파장은 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감안하면 500만원 이하로 구매 가능


▎대창모터스 다니고.
국내 출시를 준비하는 또 다른 글로벌 모델로 도요타의 ‘i-Road’가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바퀴가 세 개인 초소형 전기차다. 지난 2013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공개된 이 차량은 1~2인승 전기차다. 전륜이 상하로 움직여 차체의 기울기를 최적으로 자동 제어하는 ‘액티브 린 시스템(Active Lean System)’을 적용한 신개념 차량이다. 전폭이 90㎝ 이하, 무게는 300㎏에 불과하고, 최고속도는 일본형 60㎞/h, 유럽형 45㎞/h, 최대 주행 거리는 50㎞다. 트위지처럼 가정용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어 별도 충전소가 필요 없다.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일반인에게 i-Road를 제공하는 실증 테스트도 진행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i-Road는 전기차 분야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려는 도요타의 방향성을 반영했다”며 “전기차 실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2017년 초소형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578만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다 지방자치단체별로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추가 지원금을 주고 있다. 또 취득세(200만원), 개별소비세(200만원), 교육세(60만원) 등 차량 구입 시 세금 전액을 감면해 준다. 대구시가 전국 지자체 중 보조금을 가장 많이 준다. 트위지 구매자에게 보조금 1078만원(국비 578만원, 시비 500만원)을 지원한다. 결국 1500만원 정도하는 트위지를 472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진입 장벽이 낮고 가격 경쟁력이 앞선 덕에 초소형 전기차의 상용화 시기가 일반 전기차를 앞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강수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 인프라가 도심 지역부터 갖춰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이 일반 전기차보다 더 빠를 가능성이 크다”며 “물류·배달업체뿐만 아니라 관공서와 관광지에서의 수요가 많아 이를 바탕으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다양한 업체들도 초소형 전기차를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중소기업에 유리한 분야다. 기존 부품 수가 기존 내연기관차량의 40% 수준으로 1만2000개 내외다. 모듈 몇 개만 있으면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 운행속도도 일반 자동차와 달리 고속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부품수가 적을수록 고장도 적다. 내구성이 좋은 만큼 무상 보증수리 기간도 길게 잡을 수 있다. 고속국도와 자동차 전용도로만 제외하고 모두 달릴 수 있어 도심 생활엔 지장이 없다.

먼저 생산에 뛰어든 곳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플라즈마 검사 장비 전문 제조업체 쎄미시스코다. 5월 11일 세종시 미래산업 단지에 1만9286㎡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생산을 위해 118억원을 투입했고, 11월에 역3륜·4륜 방식의 2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충북 진천의 대창모터스도 7월부터 초소형 4륜 전기차 다니고(DANIGO) 판매를 시작한다. 다니고는 르노 트위지의 단점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완성했다. 차량 내 에어컨과 자동 창문을 장착했고 언덕길에서 엑셀을 떼면 차가 뒤로 밀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경사로밀림방지(HAC) 기능도 달았다. 초소형 전기차 PM100을 개발한 캠시스는 전남 영광 대마산단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마산단 3만3058㎡ 부지에 2022년 말까지 4륜 승용 초소형 전기차 등 연간 3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립하고, 5개 차종을 개발·생산할 계획이다.

이륜 전기차도 속속 등장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이륜 전기차’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통상 전기 스쿠터로 불리는 분야다. 이륜 전기차는 정부와 지자체 일부 매니아를 중심으로 연간 500대 안팎으로 공급돼왔다. 지난 2010년에는 정부 기준으로 전국에 4600대 수준이었고 올해 6월 기준으로 8000대 정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를 시작으로 제주,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꾸준히 공급을 늘리는 중이다.

이륜 전기차의 장점으론 탁월한 친환경성과 저렴한 운영비가 꼽힌다. 실제 주행 능력이나 관리는 큰 차이가 없다. 정부가 파악한 노후 오토바이는 전국에 약 260만대가 있다. 정부는 이를 순차적으로 전기차로 교체해갈 계획이다. 노후 이륜차 교체 지원 사업이 본격화되면 보조금 규모와 지원 대상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륜 전기차의 가격은 300만원에서 700만 원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보조금을 받으면 150만~300만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당장 택배와 음식 배달업체의 관심이 크다. 전기 이륜차는 에너지 절약, 경제성 측면에서도 앞선 효율성을 자랑한다. 엔진 이륜차는 연간 주유비가 70만원 수준(하루 40㎞ 주행 기준)인데 반해 전기 이륜차는 10만원이면 충분하다. 삼륜 전기차의 경우 지붕이 있어 눈이나 비가 오는 중에도 보다 안전한 운전이 가능하다. 적재량도 오토바이보다 많아 실용적이다.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전기 이륜차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엔진은 작지만 이륜 엔진차는 소형 승용차보다 더 많은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이 조사한 1600㏄ 미만 소형 승용차가 1년에 배출하는 일산화탄소량은 3.56㎏이다. 50㏄ 급 이륜 엔진차의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보다 22배 높은 81.80㎏에 달한다. 전기 이륜차를 이용하면 소형 승용차와 엔진 이륜차가 내뿜는 매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기 이륜차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는 신차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새안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 역삼륜 이륜 전기차 ‘위드유(WID-U)’를 6월 27일 국내에 출시했다. 열리기 시작한 국내 전기 이륜차 시장에서 초반에 치고 나와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위드유는 앞바퀴 2개와 뒷바퀴 1개 구조의 역삼륜 전기스쿠터로, 3.6kWh의 탈착식 배터리를 장착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100㎞다. 국내 이륜차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대림자동차도 고속형 전기 스쿠터 재피와 저속형 전기 스쿠터 어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최고 시속 69.5㎞의 재피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최대 111.6㎞에 달한다. 2위 업체인 KR모터스도 최고속도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개선한 E-델리로드를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김필수 교수는 “배출가스와 소음이 없는 전기 이륜차는 뛰어난 경제성과 효율성을 두루 갖춘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며 “마이크모 모빌리티 바람을 타고 전기 이륜차 공급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391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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