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멤버십

People

[미래학자이자 첨단기술 구루인 비벡 와드와] 한국에 성공한 대기업 많지만 차세대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기업가정신 결핍, 인문학·예술 교육 부족...“최고의 인재 선발 기준은 출신 대학이 아닌 창의성”

▎사진:최정동 기자
미래를 좌우할 첨단 기술은 숨가쁘게 발전한다. 현장에서 미래를 만들고 있는 엔지니어나 최고경영자(CEO)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상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구루(guru)가 필요하다.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CEO·전문가들에게 기술의 오늘과 미래를 종합적으로 정리해주는 저자·강연자가 필요하다. 국제관계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2012년 ‘100대 글로벌 사상가’로 선정한 비벡 와드와(사진)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와드와는 듀크대 ‘창업·연구상용화 센터’ 연구 디렉터, 싱귤래리티대 교수, 스탠퍼드대 기업지배구조센터 펠로(fellow), 카네기멜론대 공과대 펠로다. 그는 또 워싱턴포스트·포브스 같은 매체에 칼럼을 기고한다. 그의 여러 저서 중에서 우리말로 10월 출간 예정인 [무인자동차 안의 운전자(Driver in the Driverless Car)]가 주목할 만하다. 와드와가 7월 7~8일 세계경영연구원이 주최한 CEO 워크숍에 ‘기하급수적 혁신 -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신적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20년 전 첫 한국 방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코노미스트가 그를 7월 6일 신라호텔 비즈니스 센터에서 만났다.

기술 낙관론과 비관론 중 어느 쪽인가.


▎비벡 와드와의 신작인 [무인자동차 안의 운전자(Driver in the Driverless Car)]는 국내에서 10월에 출간 예정이다.
“두 개의 미래가 가능하다. TV 시리즈 [스타트렉]과 조응하는 미래에서는 인류가 우주를 탐험하고 지혜와 지식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향상시킬 것이다. 인류는 바라는 것을 모두 갖게 될 것이다. 영화 [매드맥스] 식의 어두운 미래도 가능하다. 세계 곳곳에 ‘매드맥스’의 징후가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는 어두운 징후다. 그는 사람들의 증오심을 부추겨 대통령에 당선됐다. 북한에는 김정은이 있다. 나는 낙관적이다. 쉽지는 않지만 우리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이 한국에서 개최됐기 때문에 한국만큼 인공지능(AI) 충격을 받은 나라도 없다.

“오늘날 AI의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초기 단계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이 AI를 과대평가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그렇다. 5년 후 AI는 훨씬 똑똑하게 될 것이다.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1000배 더 똑똑해질 것이다. 15년 후 AI가 사람보다 더 똑똑하게 되면 사람들은 AI 통제를 걱정하기 시작할 것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의 AI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나.

“여러 면에서 일본은 뒤쳐져 있다. 일본 CEO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옳은 말을 하지만 AI나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산업이 더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해도 그들은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오히려 1980년대 일본이 AI를 제대로 이해했다. 오늘의 일본은 AI를 활용하지 않는다. 한국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EU 또한 뒤쳐져 있다. 유럽은 너무 잘산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간절함이 없다. 관료 조직도 너무 크다.”

중국의 AI는 어떤가.

“중국에는 명암이 있다. 바이두·알리바바가 세계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는 큰 문제가 있다. 중국 경제의 약 3분의 1은 제조업이다. 5년 내로 제조업의 대대적인 재편성이 시작된다. 5~10년 내로 중국의 제조업은 어쩌면 현재의 3분의 1로 축소될 것이다. 로봇과 AI 덕분에 미국이나 유럽 회사들이 더 이상 중국에서 생산할 필요가 없게 된다. 나는 중국의 행태가 지금의 북한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경제가 망가지면 다른 나라 탓을 하기 시작하는 게 국가다. 거품이 꺼지고 제조업이 붕괴하기 시작하면 중국은 우선 일본을 적으로 삼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한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과 갈등하게 될 것이다.”

여러 첨단 기술 분야 중에서 AI가 주도 부문(leading sector)인가.

“아니다. AI는 전기와 같다. AI가 주도 부문이라고 하는 것은 전기가 주도 부문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AI는 로봇, 드론, 유전자 편집, 센서, 네트워크, 의학, 나노기술, 가상현실, 3차원(D) 프린팅 등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10여개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 CEO들은 모든 기술 분야를 이해해야 한다. 융합(convergence) 때문이다. 융합으로 기술이 합쳐지면 산업 전체가 재편성된다.”

전반적으로 미국이 훨씬 앞서 나가는 가운데 다른 나라가 추격하고 있다고 보면 되나.

“아니다. 미국이 멀리 앞서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기술의 진보는 미국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파악해야 한다. AI 분야와 유전자 편집(gene editing)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호각지세(互角之勢)다. 로봇 분야에서는 일본과 미국이 대접전 중이다. 한국은 전자 분야와 많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심지어는 미국보다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의 기술은 애플의 기술보다 낫다.”

한국의 문제점은?

“한국에는 큰 성공을 거둔 대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차세대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한국이 ‘지나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2세, 3세 경영인들은 아버지·어머니, 할아버지·할머니 세대보다 덜 야심적이다. 그들은 풍요롭다. 내 말이 맞나? 한국의 또 다른 문제는 지나치게 공학 교육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애플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오늘의 애플을 만든 음악과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늘날 기술이 발전하려면 음악가·예술가가 과학자·공학자와 협업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과학·공학에 집착한다.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한국 회사들은 AI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용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 문제는 해결하는 게 어렵지 않다. AI 분야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우려면 6개월이면 충분하다. 공대를 나오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잘못 이해하고 있다. 공학 학사·석사가 필요한 게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구글·페이스북·애플 같은 회사들은 심지어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도 채용한다.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연봉을 많이 주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이들 회사들이 찾는 것은 핵심 재능(core talent)이다. 이러한 상황을 한국의 리더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필요한 것은 학사·석사 학위가 아니라 창의력이다. 창의력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인력난이란 있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과거에 새로운 산업 분야를 일으켜 새우는 ‘신통력’을 발휘했다. 지금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프라를 한국 정부가 구축할 필요는 없는가.

“한국의 인프라는 이미 놀랍다. 한국 정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규제를 철폐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게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창업을 장려하는 것이다. 정부는 창업에 필요한 네트워크, 기본 훈련, 씨앗 자금조달(seed financing)을 도울 수 있다. 창업가들이 배를 곪는 일은 막아야 한다. 사무실 공간, 책상, 커피, 인터넷 접속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 국가의 산업정책으로 산업을 키우던 시대와 달리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부의 2018년 목표는 예컨대 2000개의 스타트업 창업이 돼야 한다. 그중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200~300개, 나머지는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창업한 사람들은 계속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전국을 다니며 실패가 결코 나쁜 것도 수치스러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국민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기술 중심 회사가 성공하려면 서너 번 실패해야 한다. 회사 문을 닫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계속 반복해서 말해야 한다. 정부는 또한 창업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전 세계에 경험 많은 한국 기업인이 흩어져 있다. 그들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제품이 나오면 정부가 사줘야 한다. 어느 나라나 정부의 물품 조달은 지극히 관료주의적이다. 미국에서도 스타트업이 정부에 제품을 파는 게 힘들다. 정부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은 산업파크나 과학파크의 오프닝 행사 때 리본 커팅하고 신문·방송에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관료·정치인들이 할 일은 리본 커팅이 아니라 사무실 공간과 사무 집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5년이 지나면 한국에서 모든 게 바뀔 것이다. 한국은 거대한 혁신 경제를 자랑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는 자원은 없지만 사람들이 뛰어나다. 문제는 그들을 교육시켜 창의적인 사람들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한국은 미래를 주도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가난했던 그 시절로 원위치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이른바 ‘명문대’ 출신도 인문학 전공자들은 취업이 힘들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인문학 전공자들이 취업하는 게 힘들지 않다. 그들은 크고 작은 모든 테크놀로지 회사에 취업해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한다. 톱 대학 출신이건 아니건 창의적인 사람은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아까 말한 2000개의 스타트업들은 적어도 한두 명의 인문학 전공자들을 채용해야 한다. 위대한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들이 엔지니어들과 협업하는 게 필요하다. 인문학 전공자들을 뽑지 않는 것은 실수다. 예일이냐 하버드냐는 중요하지 않다. 예일도 최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명문대·비명문대를 따지지 않고 살펴보면, 어느 대학이나 상위 10~20%는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다. 중요한 것은 출신 대학이 아니라 창의성이다. 명문대는 나름 선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최고의 인재도 명문대에 입학할 수 없다. 세계 어느 곳이건 평범한 대학들이 탁월한 사람을 배출한다. 명문대·비명문대를 따지는 사고는 잘못됐다. 예일·하버드, SKY(서울대·고대·연대)는 잊어라. 최고의 인재 선발 기준은 출신 대학이 아니라 창의성이다.”

인도 사람들이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비결은 무엇인가.

“거의 모든 미국의 기술 회사에서 인도계가 임원급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에 가보면 인도인들은 법을 지키지 않는다. 정부를 존경하지 않는다. 부패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권위를 무시하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

우리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강조할 게 있다면.

“놀라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미래를 배워야 한다. 미래를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미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차지한다.”

/images/sph164x220.jpg
1393호 (2017.07.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