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사이버 만리장성’ 높이 쌓는 중국 

 

김재현 칼럼니스트
인터넷 통제 강화가 핵심인 사이버보안법 시행 중 … 글로벌 기업 중국서 밀려나

▎사진 : getty images bank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만리장성이다. 달에서도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달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빠다링(八達嶺, 만리장성이 있는 베이징 교외의 산)에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만리장성은 길지만, 폭은 대략 5~8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에 만리장성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바로 중국의 ‘사이버 만리장성(Great Firewall of China)’이다. 만리장성의 영어 표현인 ‘Great Wall’에서 ‘Wall’을 방화벽을 뜻하는 ‘Firewall’로 바꾼 표현이다. 1997년에 와이어드가 처음 사용한 이후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뜻하는 단어로 애용되고 있다. 만리장성이 북쪽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사이버 만리장성은 중국 내부의 인터넷 감시와 검열이 목적이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사이버보안법이 대표적인 실례다. 지난해 11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인터넷에 대한 통제 강화가 핵심인 사이버보안법을 채택, 올해 6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2015년 6월 초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입법예고안을 공고했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정부에 사이버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계속 전달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46개국 상공회의소가 리커창 총리에게 공동으로 서한을 보내 사이버보안법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 법 탓에 외국 기업의 중국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과 중국 정부의 정보통제에 대한 염려가 주요 내용이었다. 올해 5월에도 주중미국상공회의소·유럽상공연맹 등 세계 54개국 상공단체들이 사이버보안법 시행을 연기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 중국은 반대에는 아랑곳없이 예정대로 법을 시행했다.

여론 통제 위한 인터넷 실명제 공식화


사이버보안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중국 정부는 사이버보안법의 입법 취지를 인터넷 공간의 주권과 국가안전, 공공이익을 보장하고 국민·법인·기타조직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고 경제적·사회적인 정보화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사이버보안법의 핵심 내용은 인터넷실명제 도입, 네트워크 운영자의 책임 강화, 핵심 데이터의 중국 내 보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제24조에서 네트워크 운영자가 사용자에게 각종 인터넷 서비스와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자가 실명의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여론 통제를 위한 인터넷 실명제를 법률로 공식화한 것이다.

네트워크 운영자의 책임도 크게 강화했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 업체를 통해서 콘텐트 검열을 강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제9조에서 네트워크 운영자는 반드시 법률과 행정법규를 준수하고 사회도덕을 존중하도록 규정했으며 정부와 사회의 감독을 받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한 것이다. 또 제47조에서 네트워크 운영자는 사용자가 배포한 정보관리를 강화하고 위법적인 내용은 즉시 차단·삭제한 후 관련 기록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명시했다. 인터넷 업체에게 콘텐트에 대한 1차적인 검열의무를 부과했으며 인터넷 검열 및 중국 정부의 개입을 명문화했다.

글로벌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내용은 핵심 데이터의 중국 보관을 강제한 규정이다. 제37조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경내에서 수집하거나 발생한 개인정보와 중요 데이터를 중국 내에 저장하도록 규정했다. 만약 사업적인 필요로 해외로 전송해야 할 경우 반드시 중국 정부의 규정에 의한 안전성 평가를 진행토록 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획득한 중국 소비자의 개인정보와 중요 데이터는 반드시 중국 내에 보관해야 하는 셈이다. 이 규정은 세계 각국의 반발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일단 내년 12월로 시행을 유예했다. 이 외에도 사이버보안법에는 개인정보보호 강화와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한 근거 규정이 포함돼 있다.

외국 기업에게는 사실상의 진입장벽


사이버보안법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무엇일까? 5월말, 중국 국영통신사인 신화사 기자가 중국의 인터넷정책을 책임지는 국가인터넷정보사무실 담당자를 인터뷰한 기사를 살펴보자. 핵심 정보 인프라의 범위를 어떻게 확정하고 관련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가 첫 질문이었다. 정부 담당자는 핵심 정보 인프라 보호제도의 목적은 국가안전, 국민경제 및 공공의 정보시스템과 시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가인터넷정보사무실은 유관 부문과 함께 사이버안전법에 근거해 관련 세부 규정과 표준을 제정하고 있으며 관련 업계에 핵심 정보 인프라의 구체적인 범위를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정보 인프라의 보호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이며 핵심 정보 인프라의 운영자가 주체적인 책임을 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 정부가 핵심 인프라시설 보호와 정보보호를 위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며 인터넷기업에게 1차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 질문은 네트워크 운영자는 사용자가 게시한 내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법률에 위반되는 내용은 즉각 삭제해야 하는데, 이런 조치가 개인 프라이버시와 언론 자유에 위배되지 않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 담당자는 적극적으로 기술적인 방법과 법률에 의거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인터넷 발전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인권과 언론자유를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개인과 단체는 인터넷 상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며 개인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사회 공공이익에 대한 침해를 대가로 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답변 서두에서 언론자유를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답변의 후반부를 보면 개인 프라이버시와 언론자유에 대한 중국 정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터넷 상의 언론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가을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가 개최되기 때문에 중국은 언론통제에 더 적극적이다. 5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당 대회에서는 시진핑 집권 2기 지도부가 구성된다.

마지막 질문은 ‘인터넷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안전심의방법(입법예고안)’이 정식으로 공포됐는데, 이 법안이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기술장벽이 되지 않겠는가였다. 정부 담당자는 국가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터넷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안전 인증을 시행하며 이는 인터넷제품과 서비스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국가안전과 공공이익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전 인증은 특정 국가나 지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외국 기술과 제품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외국 제품의 중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질문에는 많은 외국 기업이 염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안전 인증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아직 안전 인증 과정에서 소스코드를 중국에 제공해야 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인터넷 통해 중국으로 정보 유입 막는 황금방패 프로젝트


다시 사이버 만리장성으로 돌아가 보자. 사이버보안법은 사이버 만리장성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이버 만리장성은 중국 정부가 1998년부터 추진하는 ‘황금방패(Golden Shield)’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황금방패 프로젝트는 검열과 감시 시스템으로 외국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중국으로 자유롭게 진입하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다. 쉽게 얘기해서 중국 정부는 중국 내에서의 인터넷을 외부 세계와 차단된 내부 인트라넷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면서도 외부로부터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외국 인터넷 업체,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가 중국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계속해서 살펴보자. 사이버보안법 실시 이후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가속화됐다. 최근 동영상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되자, 중국 정부는 중국 인터넷 업체들과 협력해 다수 동영상 사이트를 폐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미디어 명의로 등록된 계정에서만 뉴스나 정치와 관련된 동영상을 올리도록 허가하고 콘텐트 분량도 15분을 넘지 못하게 했다.

가상사설망(VPN) 단속도 강화됐다. 중국에서 일부 외국인과 중국인은 VPN을 이용해서 방화벽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페이스북 등 해외 사이트를 이용해왔다. 중국 정부는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성격이 강했다. 워싱턴포스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어를 구사하는 엘리트 계층이 행복하도록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을 열어준 것이다. 그런데 최근 VPN 단속이 크게 강화됐고 최고 1만5000위안에 달하는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실명제 추진 속도도 빨라졌다. 이미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 중국 최대 Q&A 사이트인 즈후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인터넷 업체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정부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인터넷 업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사이버 만리장성을 구축하고 사이버보안법을 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인 목적의 인터넷 여론 통제다. 외국 기업의 중국 진입장벽은 부수적인 효과다.

하지만 인터넷 검열의 부수적인 효과는 중국 인터넷산업 육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미국 간판 기술주인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중 아마존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에서 접속이 불가능하다. 페이스북은 2008년과 2009년 중국 티벳과 신장(新疆)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나자 중국에서 완전히 차단됐다. 유튜브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구글은 중국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2010년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에 반대하며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도 중국에서 접속이 불가능하다.

그 결과는? 바로 중국 인터넷기업이 빈 자리를 채웠다. 구글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자, 중국 검색 업체인 바이두가 독점 기업이 됐고 주가는 1년 동안 100% 넘게 올랐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빈 자리는 텐센트의 위챗(모바일 메신저지이만 친구간 포스팅 공유 가능)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가 채웠다. 중국의 유튜브가 되기 위해서 중국 동영상 사이트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무주공산의 안드로이드 앱 마켓도 중국 인터넷기업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 토종 인터넷기업은 승승장구

특히 중국에서는 외국 인터넷기업의 SNS사업이 어렵다. 중국은 티벳과 신장 등 소수민족 거주지역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으며 유사시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중국 기업만 SNS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도 중국 진출 후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잦은 접속 장애로 인해 사용자가 급감했다. 반면 중국 토종 SNS인 위챗과 웨이보는 사용자가 각각 8억5000만 명, 3억400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중국 시장 진입에 가장 적극적인 글로벌 인터넷 업체는 페이스북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아내인 프리실라 챈이 중국계인 점을 이용해서 중국에서 홍보도 열심히 하고 중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2015년 칭화대를 방문했을 때는 연설도 중국어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중국 사용자용 검열정책을 중국 정부와 논의한 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과연 중국에 재진출할 수 있을지, 중국 시장에 진입한다 할지라도 강력한 경쟁자들이 자리잡은 중국 SNS 생태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사이버보안법 시행으로 중국의 사이버 만리장성이 더 튼튼해졌다. 사이버보안법이 실제 적용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중국 사업 환경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재현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94호 (2017.07.3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