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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essay] 초(超)·극(極)·강(强) 사회의 CEO 

 

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

자극이 넘쳐나는 사회다. 평범한 단어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없으니 초(超)·극(極)·강(强) 같은 표현이 쏟아져 일상화 되어버렸다. 일반 기업은 넘볼 수 없는 ‘초대기업’과 도대체 돈을 얼마나 버는지 상상이 안 가는 ‘초고소득자’가 정부 정책에 정식 단어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한민국 1%’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았던 모 자동차의 마케팅 성공사례는 벌써 20여년 전 이야기다. 이젠 거기서 9할을 덜어내고 0.1%만 선택하라는 VVIP 마케팅을 하는 상황이다.

한때 마케팅의 중요 전략으로 이야기되었던 ‘퍼플카우(Purple Cow)’는 이제 더 이상 도드라지지 않는다. 보라색 소가 흔해지자 빨간색·파랑색·분홍색 소까지 나타난 판국이니 대체 어디에 눈길을 두라는 말인가.

그런데 세상은 또 반대로 움직인다. 한 방향의 현상이 지나쳐 흘러 넘치게 되면 반드시 이를 상쇄하는 반대쪽 움직임이 나타난다.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시끄러운 세상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은 자연스러움과 잔잔함을 찾는다. 헤겔의 변증법, 정반합(正反合)이다.

퍼플카우에 맞서는 반대쪽 경향의 대표적인 예는 ‘킨포크(Kinfolk) 라이프’와 ‘놈코어(Normcore) 스타일’이다. 킨포크는 이웃들과 어울려 지내며 유기농 작물을 직접 재배해 먹는 시골 마을 특유의 잔잔한 생활상을 아이템으로 했던 동명의 잡지가 트렌드가 된 예다. ‘하드코어’와 대비되는 ‘노멀코어’의 줄임말인 놈코어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갈망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모습. 꾸미지 않은 것 같은데 멋이 드러나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이다.

지상파 TV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1박2일]이 미션과 돌발 상황, 이를 해결하는 과정의 슬랩스틱으로 재미를 준 퍼플카우였다면, 종편과 케이블 TV에서 또 하나의 예능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삼시세끼]와 [효리네 민박]은 킨포크 라이프와 놈코어 스타일의 대표 선수다. 자극적인 재미 대신 조용하고 따뜻한 미소를 전해 준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외국의 예를 들어서 그렇지 사실 ‘잔잔함’과 ‘자연스러움’은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가 아니었던가. 시골 초가집 지붕의 둥근 곡선과 그 끝에 매달린 박의 작은 곡선이 이어지는 그림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편하다. 자극이 직선이라면 잔잔함은 곡선이다. 빠르고 강하고 극단적인 것이 효율성이라는 이름을 빈 서양의 것이라면, 느리고 부드럽고 여유로운 것은 우리나라의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회사 홈페이지에 ‘초특가’라는 단어를 아예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아니 ‘특’이라는 단어의 사용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 회사가 만든 유무형의 상품을 홍보하면서 ‘정말 특별하다’고 외치는 것이 넘치면 어느 것 하나도 특별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의 운명을 항상 고민해야 하는 숙명의 CEO들은 퍼플카우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본능적으로 새롭고 화려한 것을 요구하게 된다. 우리가 종이책을 읽을 때 집중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것은 그 본문에는 검은색 활자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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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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