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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9) 스케치온] 사람 피부에 자유자재로 문양 넣죠 

 

문신처럼 새기는 스킨 프린터 ‘프링커’로 주목 … 관련 시장 규모 2020년 1조2000억원 전망

▎7월 10일 경기도 수원의 스케치온 연구실에서 이종인 대표가 사람 피부에 문양을 넣는 프링커의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미친 짓이다.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완벽해지면 도전해야 한다.” “우리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했다. 이번에 가지 않으면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가야 한다.” 한국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브라질에서 열린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참여 여부를 두고 나눈 대화다. 스타트업이 올림픽과 무슨 연관이 있었을까. 올림픽 경기장 부근에서 이들이 론칭한 제품을 가지고 이벤트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스타트업의 제품이 초도 금형제품이라는 게 큰 걸림돌이었다. 이제 막 나온 초기 제품인 탓에 테스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제품이 제대로 작동할지,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누구도 자신하지 못했던 상황. 이벤트를 마련한 대기업도 그해 4월부터 7월까지 매달 제품 심사를 할 정도였다. 이 스타트업 제품은 3번이나 탈락했고, 7월이 되어서야 네 번째 도전 끝에 합격했다. 국제적인 행사에서 스타트업과 함께 이벤트를 여는 것이 대기업 입장에서 그리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벤트가 실패할 경우 대기업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스타트업은 폐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브라질 올림픽 계기로 세계에 알려져

많은 논쟁 끝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올림픽 이벤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혹여 문제가 생길까 구성원들이 제품을 나눠서 운반하기도 했다. 하나가 잘못되면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1만 8300㎞나 떨어진 브라질로 떠났다. 결론은 ‘해피 엔딩’이었다. 3주 동안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브라질 시민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브라질 시민들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을 체험하면서 ‘엄지 척’을 했다. 제품을 만들었다는 한국인을 보면 함께 사진 촬영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그들과 ‘페이스북 친구’도 됐다. 저 먼 브라질 시민들은 한국의 스타트업 팬이 됐다. 스타트업은 자신감을 얻고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와 1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 최대 신생 스타트업 콘퍼런스 ‘슬러시’에 참가해 최종 4팀에 선정되면서 주목받았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5년 12월 창업한 스타트업은 창업 2년 도 안돼서 글로벌 시장에 당당히 나서고 있다.

원하는 그림을 피부에 문신처럼 새기는 스킨 프린터 ‘프링커’를 개발한 스케치온이 주인공이다. 공동창업자 이종인(48) 대표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3주 동안 2만여 명에게 시연한 덕분에 프링커가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며 웃었다.

프링커는 쉽게 말해 사람 피부에 원하는 그림을 새겨주는 프린터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법도 간편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프링커를 연동하는 것. 이후 앱에서 문양을 선택하고 그 문양을 프링커로 보내면 된다. 프린트가 가능하다는 표시가 나오면 프링커를 피부에 문지르면 문양이 피부에 그려진다. 인체에 해롭지 않은 100% 화장품 원료를 사용한 잉크를 사용해 안전하다는 것이 프링커의 가장 큰 장점이다. 화장품 원료이기 때문에 언제든 문양을 프린트하고, 언제든 지울 수 있다. 이 대표는 “물이 묻었다고 지워지는 것은 아니고 마찰이 있어야만 지워진다”면서 “그냥 놔두면 1~2일 정도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만들기 전에는 이런 잉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화장품으로 만든 잉크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주목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링커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타투, 지워지지만 비싼 해나의 단점을 해결했다. 사람 피부에 문양을 넣는 시장 규모는 2016년 4억8000만 달러(약 5400억원) 규모이고, 2020년에는 11억 5000만 달러(약 1조294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프링커의 활용 범위도 넓다. 대표적인 게 축제나 이벤트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축제나 이벤트에 갈 때는 프링커를 이용해 문양을 새기고, 일상으로 돌아올 때는 물로 지우면 된다”면서 “축제의 분위기를 흠뻑 느끼고 참여하고 싶은 이들에게 프링커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시 축제와 성남시 도서관축제에서 프링커가 사용됐다. 이 밖에도 프링커는 병원의 ID 태그, 미아방지용 캐릭터, 테마파크나 스포츠 경기장 입장권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워터파크인 캐리비안베이에서 선보여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헬스케어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체온에 따라 문양 색이 변하는 잉크 개발에 성공하면 충분히 헬스케어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브라질 올림픽 덕분인지 협업이나 비즈니스를 의뢰하는 e메일이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협업을 하자는 의뢰가 페이스북을 통해 700여건이나 왔고, 비즈니스 레터는 전 세계에서 190여건 정도가 왔다”면서 “브라질 올림픽 이벤트에 참여한 덕분인지, 특히 남미 쪽에서 많은 의뢰가 온다”며 웃었다.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인데, 첫 진출 국가는 멕시코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첫 해외 진출 국가는 멕시코 될 듯

현재 스케치온은 프링커 임대 위주의 기업간 거래(B2B)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임대시장에 진출해 아직까지 매출은 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 스케치온은 개인간 거래(B2C)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현재 B2B 수익모델은 디바이스 렌털과 잉크 공급 그리고 광고 및 유지보수”라며 “B2C 모델을 출시하면 디바이스 판매와 잉크 공급 그리고 콘텐트로서의 문양 수수료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원이다.

온라인 아트 갤러리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인 목표다. 웹툰 작가 혹은 화가 등 전문가들이 만든 문양을 플랫폼에 올리고, 소비자들은 돈을 주고 사서 자신의 피부에 프린트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다양한 문양 콘텐트를 찾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스케치온은 삼성전자의 C-Lab 출신이 분사해 만든 스타트업이다. 공동창업자인 윤태식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010년 삼성전자 사내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몸에 문신처럼 그림을 그리고 쉽게 지울 수 있는 기계’를 냈던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당시 삼성전자에서 잉크 소재 및 선행개발을 하던 이종인 팀장이 여기에 합류하면서 비즈니스가 구체화됐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 윤태식 COO가 독립을 결정했고, 이 대표가 여기에 합류하면서 스케치온의 창업이 가능해졌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모두 반대했지만, 그때가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이상 못할 것 같았다”면서 “제안을 받았을 때 운명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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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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