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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스피 조정 기간 중 중소형주 강세 전망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대형주와 격차 좁히는 과정 … 삼성전자 필두로 IT주 다시 오를 가능성

코스피지수가 2450포인트를 넘지 못하고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간 이어진 상승 추세가 흔들릴 정도의 변화였다. 이번 하락을 계기로 주식시장이 1차 조정에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커졌다.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셋이다. 우선 실적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 합쳐 200개 넘는 기업이 실적 발표를 마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3%, 34.1% 늘었다. 문제는 1분기와 비교인데, 이익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선방해서 이 정도이지, 삼성전자를 빼면 이익이 6.3% 줄어든다. 이런 상황은 실적이 발표되기 전에 예상됐다. 2분기가 비수기이기 때문인데, 3분기에 다시 회복될 전망이다. 8개월에 걸친 상승으로 현재까지 발생된 모든 이익이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 지금부터는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주가가 움직이는 형태가 될 텐데,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3분기 실적이 2분기에 비해 15% 정도 증가할 경우 주가가 하락 이전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3분기 실적에 주가 상승 여부 좌우

또 하나 주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외국인의 매도다. 7월에 3000억원 정도 주식을 내다 팔았다. 절대 액수는 크지 않지만, 지난 7개월 간의 순매수가 막을 내리는 신호여서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이 매도에 나선 건 매수할 만한 주식이 없어서다. IT 분야는 주가가 너무 높아 하락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7월 마지막 주의 약세로 대형 IT 주식 주가가 고점 대비 10%에 가까이 하락했다. 7월 중순까지 이어진 강세가 한 풀 꺾인 것 같다. 높은 가격이란 내부적 요인에 의해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의 힘이 강하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에너지가 강해지려면 실적이 좋든지, 선진국 주가가 오르든지 해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유럽시장이 특히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금리를 네 번이나 올린 반면 유럽은 첫 번째 정책 조차 시행하지 못해 긴축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 당분간 선진국 시장에서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지긴 힘들 것 같다.

조정 기간 중에 IT 약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삼성전자가 이끈 IT 주도장이 이제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1980년 이후 IT는 네 번의 변화를 겪었다. 첫 번째는 1980년대 초인데, 컴퓨터가 처음 상용화된 시기다. 애플에 이어 IBM이 시장에 뛰어들자 주가가 약해지기 시작해 8년 가까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PC가 범용화되면서 초과 이익이 줄어들고,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관련 업체의 수익이 약해진 게 주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두 번째는 1994~1995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를 내놓아 소프트웨어 환경을 완전히 바꿔 놓은 시기다. 1995년 8월에 시작된 윈도우95 판매가 4일 만에 100만개를 넘으면서, 윈도우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운용체제가 됐다. 운용체제 재편 이전에 이미 PC 사양이 개선되고 있었는데, 이에 맞춰 컴퓨터의 용량이 커지면서 반도체 가격이 상승했다.

세 번째는 1999~2000년으로,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때다. 둘 다 새로운 기기이고 소비를 일으킬 수 있는 소구력을 가지고 있어 수요 확대에 기여했다. IT 버블 붕괴로 주가가 한창 떨어지는 기간에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주가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다. 2010년 초 스마트폰 개발로 IT 호황이 시작됐다. 모바일이 자리를 잡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물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 기술에 로봇과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하는 건데, 앞으로 세상의 틀을 바꾸는 역할을 할 걸로 기대되고 있다.

IT가 한번 사이클을 기록할 때마다 주가가 큰 폭의 상승과 하락을 거듭했다.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제품을 주로 만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새로운 기기의 출현→개발자 이익 급증→경쟁자 참여 증가→수익성 저하→주가 하락’이란 과정이 다른 산업보다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IT 호황은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에 의해 산업 전체가 힘을 얻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처음 재고 부족으로 시작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시간이 갈수록 범위가 넓어져, 이제는 다가올 4차 산업에 대한 기대의 반영으로까지 발전했다. 논리가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성장성을 가장 중시하는 주식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형태로 보인다.

제약 요인이 있긴 하지만, 현재 주식시장에서 IT만큼 상승 논리와 실적이 명확한 업종은 없다. 7월 말에 IT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힘을 회복할 걸로 보인다. 그동안 IT주가가 빠른 상승을 계속해왔고, 특히 삼성전자 상승에 고무돼 기업 내용이 좋지 않은 주식까지 무차별 상승하는 등 부담이 커졌다. 이번 조정은 이런 부담을 덜어내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IT주가가 떨어지고 삼성전자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자자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종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상황이 좋기 때문인데, 2분기에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수익이 가장 많이 나는 회사로 올라섰다. 주가 추세가 굳어지면 투자자들은 그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그럴수록 오르는 속도가 빨라진다. 확신이 강해지면서 주가가 스스로 움직이는 자기 발전 단계에 들어가기 때문인데, 지금 삼성전자가 그런 단계에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이익 수준에 맞춰 움직여왔다. 외환위기나 IT버블 같은 때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998~1999년까지는 분기당 1조원대, 2002~2008년 중반에는 2조원대, 2012년은 5조원대를 기록했다. 분기당 이익 규모가 1조원 이던 시절에는 주가가 20만원에 머물렀지만 이익이 2조원대로 늘면서 60만원대로 상승한다. 그런 점에서 분기당 영업이익이 14조원으로 늘어난 지금은 주가의 적정 수준이 얼마인지를 테스트하는 국면에 있다고 판단된다.

삼성전자의 영향력 여전할 듯

이익 모멘텀도 역할을 했지만 이익 규모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작았다. 2004년 1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기록했을 때나, 2007년 2분기에 1조원 밑으로 내려왔을 때 모두 주가 흐름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이익 모멘텀은 이익 수준에 비해 역할을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이익 모멘텀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익 증가분이 2분기에 4조로 가장 크고, 이후는 1조 미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모멘텀이 약해지는 부분이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데, 과거 주가를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시장 전체와 직결되는 상황이 됐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시장의 20%를 차지해 자기 영향력이 커진데다, 삼성전자 이후 시장을 이끌어갈 종목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상승이 끝나고 주가가 조정에 들어가면 그동안 상승 대열에서 벗어나 있던 중소형주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 상승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중소형주는 별달리 오르지 못해 대형주와 가격차가 벌어졌다. 이를 메우는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주가가 계속 상승하긴 힘든데 대형주 조정을 틈타 일시적으로 모멘텀이 형성되는 정도일 것이다. ‘큰 상승 이후 중간 조정기에 주도주와 성격이 다른 주식으로 이전’은 과거에 많이 나타났던 패턴이다. 이번에는 중소형주가 그 대상이 될 뿐이다.

1396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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