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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헌의 경제에 비친 세상 읽기] 의혹투성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다음 항로는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수리온 납품비리, 대규모 분식회계 등 논란...검찰 수사와 금감원 감리 결과에 관심

▎방위산업 비리 의혹 관련 7월 26일 오후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서울사무소 모습. / 사진:뉴시스
한국항공우주산업(Korea Aerospace Industries, KAI)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 업체다. 연 매출 3조원대의 최대 방산 업체이기도 하다. 명품을 표방하는 ‘수리온’ 헬기 제조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요즘 KAI의 행색이 말이 아니다. 감사원이 수리온을 결함투성이 헬기로 지목하면서 졸지에 ‘깡통헬기’ 개발사로 추락했다. 감사원은 수리온의 군(軍) 전력화 중단을 요청했고, 방위사업청과 육군, 그리고 KAI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는 방산비리와 분식회계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정밀감리(회사 재무제표에 대한 조사)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미 한 차례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고, 앞으로 회사 관계자들이 수시로 검찰청을 들락거려야 할 판이다. 이런 와중에 KAI는 최근 4년(2013년~2016년)치 재무제표를 수정공시했다. 검찰은 회사가 과거 이익을 부풀렸다고 보는데, 회사가 수정한 4년치 재무제표상 누적 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외부감사인(삼일회계법인)은 재감사를 벌여 수정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의견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회사나 외부감사인의 의도가 뭐냐며 해석이 분분하다. 급기야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본사가 있는 경남 사천에서 상경, 국회에서 경영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흑자도산설’까지 나오고 있다.

KAI를 둘러싼 몇가지 이슈를 하나씩 짚어보자. 수리온은 정말 깡통소리를 들을 만한 하자투성이 헬기일까. 수리온은 KAI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첫 중형 헬리콥터다. ‘수리’는 독수리의 준말이고, ‘온’은 100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100% 국내 제작한 용맹스런 기동헬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2006년 개발에 돌입한 지 7년 만인 2013년 육군에 첫 실전배치되는 등 군전력화가 진행됐다. 그런데 지난 7월 중순 감사원은 “수리온 개발 과정과 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빗물 누수, 결빙, 윈드실드(전방유리) 결함 등 비행 안전성에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수리온의 군 전력화 중단이라는 강경 조치를 요구했다. 방위사업청과 KAI 측은 수긍할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운용 과정에서 나타난 결함의 상당 부분을 이미 개선했고, 혹한(酷寒) 다습 환경에서의 결빙대처 능력과 관련해서는 2018년 2차 테스트(2015년 미국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불합격)가 예정돼 있는데, 전력화 중단까지 요구한 것은 과도하다는 반박이다.

명품헬기에서 깡통헬기로?


KAI가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것은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려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개발비 편취)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수리온 전력화 과정에서 방위사업청 또는 군 관계자와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가 조작설은 수조원대 또는 최소 수천원대 분식회계설로까지 확대됐다. 해외 수출 프로젝트에서 매출과 이익을 앞당겨 반영하는 식으로 실적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언론매체 등 일부에서는 이른바 ‘미청구공사’ 금액이 분식회계의 근거라고 보는 분위기다.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아 실적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KAI의 미청구공사는 회수가 어려워 현금흐름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연 그럴까.

건설 등 이른바 수주산업에서 발생하는 미청구공사 계정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 A건설사는 2014년 초~2016년 말까지 3년 동안 10층짜리 빌딩을 짓고 120억원(총계약수익 또는 도급계약액)을 받기로 했다. A사가 자기 돈을 잔뜩 쌓아놓고 공사를 할 리는 없다. 공사기간에 걸쳐 발주처에 공사진행율만큼의 대금을 수시로 청구·수령해하며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공사진행율은 공사 총예정원가에 대한 실제투입원가 비율로 측정한다. A사는 3년 동안 이 공사에 100억원의 총예정원가(인건비, 원자재비, 건설장비 임차료, 관리비 등)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4년 1년 동안 열심히 공사를 진행한 A사가 연말 결산을 해보니 실제 투입 원가는 30억원이다. 남은 공기 2년 동안 추가 투입해야 할 잔여 예정 원가가 70억원이라면, 총예정원가는 100억원으로 변함없다. 그럼 공사진행률은 ‘실제투입원가 30억원/총예정원가 100억원=30%’로 계산된다. 2014년의 공사매출(공사수익)은 ‘총계약수익(도급계약액) 120억×30%=36억원’이 된다. 2014년 손익결산 결과 공사수익(매출)이 36억원, 공사원가가 30억원이므로 공사이익은 6억원으로 계산된다.

A사로서는 2014년 투입원가 30억원 회수와 함께 공사이익으로 산출한 6억원까지 다 받을 수 있으면 가장 좋다. 발주처에 총 36억원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공사진행률을 놓고 발주처와 이견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주처로부터 2014년 공사진행률을 20%로 인정받는다면, A사는 24억원(120억원×20%)만 청구(매출채권이 됨)할 수 있다. 나머지 12억원은 ‘미청구공사’로 분류하여 자산계정에 넣어둔다. 미청구공사는 앞으로 청구해서 받아야 할 돈이므로 공사미수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공사기간 동안 증감을 반복하는 미청구공사는 공사가 정상적으로 완료된다면 모두 청구되기 때문에 없어진다. 물론 공사기간 연장과 납품 지연 등에 따른 도급계약액 삭감, 발주처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공사원가의 대량 발생, 발주처의 재무위기 등 여러가지 사유로 미청구공사를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원가 조작설에 분식회계설까지

그렇다면 KAI의 미청구공사는 어떨까. 미청구공사 누적 잔액은 2012년 1421억원에서 2013년 2095억원, 2014년 3643억원, 2015년 9604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였다. 매출이 증가하면 미청구공사 역시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기간 매출은 1조5346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 증가율에 비해 미청구공사 증가율이 상당히 가팔렀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2015년 말에는 전년 말 대비 2.5배가량 늘었다. 이 시기 미청구공사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방위사업청의 대금지급일정 조정 때문이었다. 정부기관인 방사청은 일반적으로 예산상황에 따라 대금스케줄을 조정한다. 대금지급을 납품 이후로 하는 일부 계약도 미청구공사 증가에 작용했다. 이후 미청구공사는 크게 감소한다. 2016년에는 매출이 3조원을 돌파하며 증가했는데도 미청구공사는 5366억원으로 줄었다. 그리고 올해 반기 말(6월 말) 기준 미청구공사는 3707억원(공사 손실, 공사지연위약, 하자보수 관련 충당금 반영 후 기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 가운데 가장 안정적 거래처인 국내 정부기관 즉 방위사업청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금액이 3154억원이다. 삼일회계법인은 회사가 제출한 올해 반기 재무제표 등을 검토하면서 방사청의 지급 일정을 확인했다. 삼일 측이 내린 결론은 ‘채권 회수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짚어봐야 할 점은 있다. KAI는 수리온 1차 양산에서 25대, 2차 양산(2013년 12월~2017년 12월)에서 40대 등 총 65대를 육군에 납품했다. 3차 양산 일정은 2016년 12월~2022년 12월까지다. 수리온 납품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올해 부품 크랙(crack) 현상이 나타나 개선작업을 진행했다. 오는 9월~10월 최종 심사를 통과해야 납품이 재개된다. KAI 미청구공사 중 수리온 2차에서 발생한 금액이 2800억원, 3차가 1000억원에 이른다. 수리온 납품이 재개돼야 미청구금액 회수가 더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청구공사에 주목할 바에는 차라리 이라크 수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청구채권(매출채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T-50 고등훈련기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4426억원(매출채권 4026억원+미청구채권364억원)이다. 24대를 계약해 6대를 납품했다. KAI가 이라크 정부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총누적매출액 1조1851억원 가운데 63%에 달하는 7424억원이다. 계약 물량의 25% 밖에 납품하지 않았지만 회수한 대금은 63%다. 따라서 이라크와의 협상이 잘 안 풀려 KAI가 보유 중인 완성기 18대를 다른 거래처에 싸게 매각해도 채권잔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평가다.

흑자도산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KAI가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 중 하나는 대규모 분식회계설이다. 지금까지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로는 2013년 말부터 본격화 한 이라크 사업이 언급되고 있다. T-50 프로젝트에서 매출과 이익을 조기 인식해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우선 지난 8월 중순 KAI가 2013년~2016년 등 4개년치 재무제표를 수정한 정정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정재무제표를 재감사한 삼일회계법인 측은 이에 대해 ‘적정’ 감사의견을 부여했다. 애초 KAI가 공시한 4개년도 재무제표에 따른 누적 매출에 비해 수정재무제표상 누적 매출은 350억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734억원 증가했다. KAI와 삼일 측에 따르면 협력 업체 외주계약에 대한 원가인식방법, 그리고 총계약원가의 추정 및 발생원가의 귀속시기 등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좀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KAI가 항공기 완제품 수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하자. 이 가운데 엔진 등 일부 부품과 기자재 등을 협력 업체와 외주계약해 조달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협력 업체라고 하면 중소 하청업체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 회사도 많겠지만, KAI 협력 업체 중에는 항공엔 진을 제작하는 GE나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대형 업체도 있다. 이들은 사실상 갑(甲)이나 마찬가지다. GE로부터 항공엔진 10대를 100만원에 조달하기로 계약했다고 하자. 10대 조달대금은 KAI 입장에서는 완제기 수출 프로젝트의 원가에 해당한다. KAI는 GE에 선급금으로 40만원, 중도금으로 30만원(15만원×2회), 잔금으로 3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지금까지 KAI가 선급금 40만원을 지급했다면 전액 당기의 투입원가에 산입했다. 따라서 이 금액만큼이 공사진행률에 작용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당기 매출과 이익 증가에 기여했을 것이다.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시에도 마찬가지로 지급시점에 전액 당기원가에 반영했다. 이번에 KAI는 이러한 외주계약에서 발생한 원가산정 방법을 바꿨다. GE에 선급금으로 40만원을 지급했더라도 GE 측의 엔진제작 진행률만큼에 해당하는 금액만 당기 원가로 반영한다. 예컨대 25% 작업이 됐다면 선급금 40만원 가운데 KAI는 총예정원가(100만원)의 25%에 해당하는 25만원만 당기원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사실 어차피 협력 업체에 줄 돈 다 줘야 한다면, 엎어치나 메치나 매 한가지다. 하지만 진행률을 따지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다. 사업 초기에 선급금을 많이 지급하면서 전액 원가반영한다면 초기의 매출이나 이익을 늘리는 효과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KAI는 왜 애초부터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회계 업계 전문가들은 대형 협력 업체들이 진행률 관련 자료를 KAI 측에 제시하길 꺼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대형 업체들에게 KAI가 자료요구를 강제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금융감독원 감리와 분식회계설 확산 등에 대응하기 위해 KAI가 대형 협력 업체들에게 협조를 강력하게 요청했고, 관련 자료들을 모두 입수해 재무제표를 수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은 개별 진행률을 산정하고 관리할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KAI는 이번에 이들에 대해서도 매출 인식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원가산정방법을 진행률 기준으로 바꿔 수정재무제표에 반영했다.

그 다음으로는 총계약원가 추정치의 변경이 있다. 이번에 물러난 하성용 사장이 취임한 첫 해(2013년) KAI는 매출 2조163억원, 영업이익 1245억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정공시하면서는 매출은 1조9832억원,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든 707억원으로 공시했다. 2013년 6월 하 사장 취임 이후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총예정원가 재검토에 돌입, 가능한 범위에서 프로젝트별 예정원가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들어서는 반대로 움직였다. 주요 해외 사업에서 오히려 예정원가를 보수적으로, 즉 높게 산정했다. 이라크와 필리핀(FA-50 경공격기 수출프로젝트) 등의 국가 리스크를 반영한 조치였다. 이렇게 하면 사업 초기에는 이익 수준이 낮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총예정원가가 하향 조정되면 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임원의 자사 주식 매입 배경은


▎7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국방 과학기술 대제전의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스에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모형이 전시돼 있다. 수리온 방산비리와 관련해 한국항공우주 산업 본사를 비롯해 협력사까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하성용 사장은 방위산업비리와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 대상에 오르며 20일 사퇴했다. / 사진:뉴시스
KAI 측은 이번에 이 같은 프로젝트들의 총예정원가를 좀 더 정확하게 재추정해 변경했다. 그 결과 과거 4년치 누적 이익은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KAI의 흑자도산설까지 나돌고 있다. 해외 수주와 운전자금 조달 애로, 주가 하락 등이 지속될 경우 조만간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과도한 전망이다. KAI의 현재 현금자산은 4000억원 수준이다. 매달 영업활동에서 유입되는 현금은 1000억원~3000억원 사이다. 기업어음(CP) 발행분 3500억원은 앞으로 매월 600억원, 오는 12월 1100억원을 상환하면 되는데,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회사채의 경우 지난 8월 22일 2000억원을 갚았고, 2019년과 2020년, 2022년 각 1000억원~20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일정이 있다. 급격한 충격이 닥치지 않는 한 일단 채무상환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현 시점에서 흑자도산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수주가 꽉 막히고 수리온 등 국내 프로젝트 진행이 난항을 겪는다면 유동성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18일 KAI 일부 임원들이 각각 수천만 원을 들여 회사 주식을 대거 장내 매수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장성섭 개발부문장(부사장)이 2270주, 류광수 고정익개발본부장(상무), 문석주 국내사업관리실장(상무)도 각각 931주, 520주를 매입했다. 회사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제스처일까, 아니면 주가 하락세를 멈추기 위한 고육지책일까.

※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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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9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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