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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주가 재상승이냐 새로운 박스권이냐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국내 기업 이익 증가, 해외 경기 회복 호재... 시장 에너지 강하지는 않아

▎8개월 연속 상승 기록을 세운 코스피지수가 북한 리스크 등으로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주가가 하락했다. 북한 리스크 때문이란 얘기가 많지만, 차익매물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높은 주가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가 발생해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을 뿐이다. 조정 이전에 국내외 시장 모두는 높은 주가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지수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9개월 연속 상승했다.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주가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 때문에 약간의 악재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조정 이후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까? 두 가지 그림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다시 고점을 경신하면서 올라가는 경우다. 이 그림은 기업 실적이 계속 늘어날 거란 믿음에서 출발한다. 2분기에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이미 예견된 일이어서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관건은 3분기인데, 2분기에 비해 10% 정도 이익이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익 증가는 내년에도 계속돼 8.5%의 추가 증가가 예상된다. 해마다 이렇게 이익이 증가할 경우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4분기 초 이후 재상승으로 전환 가능성

해외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다. 현재 선진국 경기는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데, 연초 1.4%로 예상됐던 유로존 성장 전망이 최근에 2.0%로 높아졌다. 이런 긍정적 전망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중국과 일본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고 있다. 미국의 성장률 전망이 2%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걸리긴 하지만 하향 조정 같은 부정적 변화가 없어 악재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주가가 조정을 끝내고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는 시기는 4분기 초~4분기 중반쯤 될 것이다. 과거 대세 상승기에도 주가가 한번 조정에 들어가면 2~3개월의 휴식기간을 갖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번은 상승 에너지가 강하지 않은 만큼 다른 때보다 휴식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주가가 다시 박스권에 갇히는 경우다. 새로운 박스권은 바닥이 2200, 상단은 2500 정도가 될 걸로 전망된다. 이 경우 지난 8개월 간 주가 상승은 박스권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했을 뿐,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 게 된다.

새로운 박스권을 가정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7월까지 상승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8개월 동안 코스피지수가 22% 정도 올랐는데 과거 대세 상승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주가 상승률이 낮다는 건 시장 에너지가 약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미약한 힘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주가를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반기에 경기 회복이 이어질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상반기 산업활동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기저효과를 뺀 실제 증가분이 작았기 때문인데, 2분기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했지만 1분기와 비교하면 0.6%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건데, 상반기 성장률에 건설 부문의 기여도가 크게 작용한 걸 감안하면 하반기 전망은 상반기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정 이후 새로운 주도주가 나올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상반기는 종목과 관련해 완벽한 구조가 짜여 있었다. 업종에서는 IT와 은행이, 종목에서는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주도주가 나와 시장을 이끌어 갔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가가 높아져 당분간 상반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 같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주도주가 나와야 하는데 눈에 띄는 종목이 없다.

아직은 조정 이후 추가 상승에 대한 전망이 우세하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이익에 대한 믿음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승 형태인데, 주가가 오르더라도 상반기에 비해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형태가 될 걸로 전망된다. 주가 상승을 끌고 가는 핵심 요인인 이익 증가율이 상반기에 비해 낮아져 상승 속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시장은 거시변수나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동안에는 주가가 급등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장기간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태를 반복해왔다. 주가가 이런 모양이 된 건 거시경제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성장률이 높은데다 경제의 변동성도 커 주가 역시 변동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주가 상승 요인에서 기업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그만큼 상승의 형태가 속도는 느리지만 지속 기간이 긴형태로 바뀔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의미가 된다. 조정 이후 상승 때에는 그런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는 6년 간의 횡보 국면을 끝내고 시장이 방향을 전환하는 시기여서 주가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었다. 반면 조정 이후 상승은 주가 수준이 높고 이익 증가율도 10%에 못 미치는 등 상반기보다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약하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주가의 모양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조정기’는 단순히 주가가 쉬어가는 기간이 아니다. 조정이 시작되기 전에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부분을 바로잡는 기간일 뿐 아니라, 조정이 끝난 후 벌어질 상황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하다. 그래서 코스피지수보다 종목별 변동이 심한 경우가 자주발생한다.

조정 기간에 시장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종목이 있다. 상승기간에 일시적 쏠림 현상에 의해 기업 내용보다 주가가 더 오른 종목이 이에 해당하는데, 조정 때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초과상승의 많은 부분이 사라진다. 이번 조정에서는 조선과 건설주가 그 부류에 속하고 있다. 그동안 낮은 가격에 기대 주가가 오른 데 따른 후유증 때문인 것 같다. 최악의 경우 몇몇 종목은 대세 상승이 끝날 때까지 조정기에 하락한 부분을 회복하지 못하기도 한다. 주로 주가가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상승했거나 기대심리에 의해 올랐을 경우에 나오는데, 1차 상승으로 전체 상승 과정이 마무리된 후 나머지 기간은 내내 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대로 조정 기간에도 주가가 계속 오르는 종목도 있다. 코스피지수 하락을 뛰어넘을 정도로 상승 에너지가 강한 경우인데, 조정 이후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조선주가 그랬다. 2006년에 시장이 조정을 겪는 동안 조선주가 배 이상 올랐다. 조정 기간에 다른 어떤 주식보다 강하게 움직인 건데,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자 6개월 사이에 추가로 3배 이상 상승했다.

대다수 종목은 코스피지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들중에서는 조정 이전에 주도주였던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주가 하락과 회복 과정을 보면 해당 종목이 계속 주도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조정에 들어갈 때 주가가 같이 하락하더라도 그 폭이 작고 회복이 빠르면 재상승때에 다시 주도주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락이 크고 회복이 느리면 에너지가 약해지는 상태이므로 주도주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조정기에는 실적이 주가 좌우

지난 1차 상승의 주도주는 IT와 은행이었다. 은행은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때 시장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IT주는 하락이 컸지만 회복도 빨라 여전히 상당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아직 두 업종이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재상승 때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걸로 전망된다.

상승기와 조정기의 대응 전략은 다르다. 상승기에는 기업 실적과 가격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반면, 조정기는 기업 실적만 역할을 한다. 조정기에는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정체돼 개별 종목의 저가 매력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상승기에 비해 시장 에너지가 강하지 않은 만큼 이번 조정은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종목과 관련해 여러 번의 반전이 있을 것 같은데, 항상 주도주에 올라타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

1399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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