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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마트시티 개발은 지금] 선진국 도시재생, 개도국 신도시에 접목 

 

한세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백악관·부처 앞장선 미국 활발 ... 중국도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

▎미국 루이즈빌에서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스마트 센서 호흡기.
스마트시티는 우리나라에서만 떠들썩하게 거론되는 개념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앞서 일찍이 ‘u시티’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도시의 비전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u시티가 화려한 시범 사업과 냉담한(?) 반응 사이를 오가며 지지부진하는 동안 세계 주요 국가의 여러 도시들도 스마트시티 실험에 한발씩 나서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사물인터넷(IoT)의 등장, 초고속 무선 통신망과 모바일 기기의 확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자율주행 기술의 급진전 등 최근의 여러 기술적·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정보의 네트워크와 물리적 도시 인프라가 서로 대화하게 하는 센서와 카메라의 발달 및 가격 하락, 도시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처리할 통신망의 고도화, 방대한 데이터의 분석 및 활용 기술 향상 등으로 도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시설 관리를 넘어 서비스와 정보, 인프라를 통합하는 플랫폼으로 도시를 바라보게 됐다.

600개 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진행 중


▎미국 시카고시는 도심 지하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인구가 도시로 몰리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도시의 효율적 관리와 시민 서비스 개선은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백악관의 스마트시티 지원 프로젝트 ‘스마트 아메리카’에 따르면 지구 에너지와 각종 자원의 3분의 2를 도시가 소비하고 있다. 2025년에는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초거대 도시가 34곳에 이를 전망이다. 에너지·상수도·전력·교통 등의 효율화가 가져올 효과는 어느 때보다 크다.

북미나 유럽의 선진국은 도시재생과 시민 편의 향상을 위해 스마트시티 구축에 나서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도시 개발 과정에 새롭게 등장한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600개 이상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 중 84%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중국·일본·유럽에서 진행 중이다. 네비간트 리서치는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를 150개 내외로 보고 있다.

미국은 스마트시티 구축 노력이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다. 백악관과 정부 부처들이 앞장서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전국 도시에서 지방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물론 세계 다른 모든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스마트시티는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다.

미국은 2015년 1억6000만 달러 규모의 스마트시티 연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기후변화, 교통혼잡 해소, 범죄 예방, 경제 성장, 공공 서비스 개선 등 도시가 당면한 과제 해결에 스마트시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이에 따라 미국 과학재단(NSF)은 2016년 자율주행차량이나 스마트 빌딩 등 실제 도시 공간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사이버·물리 시스템 프로그램과 에너지 효율 개선 프로젝트 등에 3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도 거대 IT 기업 IBM, 통신사 AT&T 등 산업계와 각 지역 커뮤니티 등과 연계해 사물인터넷 등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미국 국토안전부·교통부·에너지부도 모바일 여행 정보 제공, 빌딩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 등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교통, 헬스케어에 걸친 다양한 분야에 7000만 달러 이상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 우정부는 카네기멜론대와 협력, 집배신 차량에 카메라와 센서를 달아 교통 정보를 파악하고 수리 및 보수가 필요한 도로와 교량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경전철에 센서 장착해 교통정체·유동인구 등 파악

이런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전국 도시들도 각자의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스마트시티 기술을 꾸준히 적용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일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뉴올리언즈는 화재경보기를 꼭 필요한 곳에 우선 보급하기 위해 인구 센서스 자료 등 다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했다. 어린이와 노인이 함께 살고 주변에서 화재가 일어난 적이 있던 지역으로 화재경보기가 없을 가능성이 큰 집이 모여 있는 구역을 찾아 화재경보기를 보급했다. 화재로 어린이 3명과 어머니, 할머니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후 취한 조치다. 2015년 이 프로그램이 도입된 후 시내에 1만8000개의 화재경보기가 새로 설치됐다. 데이터를 활용, 사고나 재해를 사전 예방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시카고는 위생 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음식점을 찾기 위해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30여 명의 담당 공무원이 지역 내 1만5000여개의 요식업소를 관리하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업소의 과거 규정 위반 사례, 업력, 날씨 등 11가지 변수를 고려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2015년부터 적용한 결과, 적발 건수가 15% 늘었다.

시카고는 마이크로소프트·액센추어·지멘스 등의 기업과 제휴, 2015년부터 ‘시티 디지털(City Digital)’이란 이름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도시 시장들의 모임인 미국시장회의(USCM, The Unites Conference of Mayors)는 지난 1월 발간한 ‘21세기의 도시(Cities of the 21st Centuries)’ 보고서에서 시카고가 추진하는 에너지 관리, 도시 인프라, 상하수도, 교통 등의 분야 시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레이저로 주변 환경을 감지, 분석하는 ‘LIDAR 기술’로 상하수도관 등이 복잡하게 얽힌 지하 공간의 정보를 확보해 공사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 수준을 높인다는 목표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스빌은 지역 비영리기구 등과 협업, 호흡기 환자들에게 센서가 부착된 흡입기를 1000개 이상 보급하는 ‘에어루이스빌(AirLouisbill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도시는 알레르기와 천식 환자들이 살기 힘든 지역으로 악명 높다. 천식 환자들은 흡입기와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어떤 상황에서 증세가 심해지거나 개선되는지 파악하게 해주며 약을 먹을 때를 놓치지 않게 한다. 시는 이들 정보를 바탕으로 도시 환경이 시민들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흡입기 사용 건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감지된 지역에 가로수를 심자 흡입기 사용이 60% 줄어든 사례도 있다. 캔자스시티는 새로 개통한 경전철에 센서를 장착, 교통 정보를 시민과 공유한다. 시민들은 교통정체 상황을 알 수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등 비즈니스에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시 당국은 왕래가 늘어난 곳에 청소 인력 배치를 늘릴 수도 있다. 행인의 움직임을 감지해 사람이 없을 때엔 LED 가로등 조명을 낮출 수도 있다.

유럽에선 유럽집행위원회(EU)가 에너지와 교통에 중점을 둔 스마트시티 정책을 총괄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과 현지 기업이 참여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덴마크 코펜하겐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 활동 등을 통해 시민 중심의 미래 도시를 구축하는 크로스로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중국은 각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스마트시티 정책을 중앙정부에서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도시 인구 증가와 도시별 경제 격차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2015년에는 10년 간 1조 위안을 투자, 500개의 스마트시티를 만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도 역시 2015년 모디 총리 주도로 스마트시티 정책 추진 계획을 밝혔다. 기존 도시를 개발하는 구도시형 사업과 신도시를 신규 건설하는 신도시형 사업으로 나눈 것이 특징이다. 현재로선 성공 사례 발굴에 스마트시티 사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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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호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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