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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당분간 중소형주 선전 이어질 듯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매수 주춤 ... 목표수익률 10% 정도로 잡아야

중소형주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소형주의 대표격인 코스닥 시장이 8월 중순에 기록한 630을 바닥으로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때 660선을 회복할 정도로 강세였는데, 북핵 문제로 유가증권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했던 것과 대비된다. 코스피지수 하락과 함께 대형주가 주춤해진 게 코스닥이 상승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코스닥 상승에는 몇 개 요인이 역할을 하고 있다. 나스닥 강세도 그중 하나다. 나스닥과 코스닥 모두 정보기술(IT) 기업이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 이들 주식이 주목을 받으면서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 일조를 했다. 비슷한 행태가 코스닥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IT 실적 호전이 부품 업체로 확산되면서 이익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했다. 완제품은 대기업이 만들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의 상당 수는 코스닥 기업이 생산하고 있는 우리 산업 구조를 생각할 때 당연한 흐름이다. 나스닥 시장의 향배와 관련해 ‘FAAMG’이라 불리는 다섯 종목(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의 주가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종목이 오를 경우 주식시장의 상한선도 덩달아 높아져 미국 기술주 전체의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종목의 주가가 높기는 하지만, 2000년 IT버블 때처럼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특정 산업이 처음 시작되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몇 차례의 버블 형성과 붕괴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난립하던 회사가 정리되고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업만 남아 높은 수익성을 누리게 된다. 지금 나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이 단계를 통과해 살아남았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시장 주도력을 발휘하고 있어 2000년 IT 버블 당시 기업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도 주가가 높으면 조정에 들어가겠지만, 주가 부담이 해소되면 빠르게 원래 가격을 회복하는 등 탄력적인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다.

외국인 매수 등 수급상 중소형주가 유리

대형주를 일방적으로 사들이던 외국인이 매수가 주춤해진 것도 코스닥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세 상승 때 외국인의 매매 패턴은 상승이 시작되는 시점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1차 상승이 끝날 즈음에 순매수를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후 매수 매도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가 대세 상승이 끝날 무렵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해 12월에 주가 상승이 시작된 이후 외국인은 9조4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7월 중순 이후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데, 매수가 반도체 주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만큼 매도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를 줄이는 만큼 코스닥의 매수를 늘릴지는 알 수 없다. 코스닥 입장에서는 매수를 늘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리할 게 없다. 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순매수가 줄어들면서 코스닥의 소외현상이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는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 요즘처럼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이후에는 한동안 대형주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자금 유입이 줄어들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형주는 배제된 채 중소형주 안에서만 종목 선택이 이루어지게 된다. 자본금 규모에 따른 시장 재편이 시작되는 건데, 이 부분이 코스닥 강세에 기반이 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의 상승이 논리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소형주의 상승은 여전히 대세 상승 중간에 일시적으로 매수 종목이 바뀌어 올라가는 것일 뿐 본류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단기적으로 코스닥시장이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시장을 끌고 갈 힘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시장이 중소형주가 완전히 넘어간 게 아닌 만큼 매수하더라도 10%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유가증권시장의 회복은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한다. 현재 예상으로는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10월 중순 이후가 돼야 회복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장이 좋아지려면 경제가 회복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유럽의 성장 예상치가 2.0%로 높아졌고, 이런 긍정적 변화가 중국과 일본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 이와 달리 국내는 건설 투자 모멘텀 둔화 등으로 제조업 경기가 활기를 띄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거래소에서는 투자할 만한 종목도 나오지 않고 있다. IT를 중심으로 일부 회사가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주가가 먼저 올라 매력이 없다. 삼성전자도 비슷하다. 지난 4번의 상승 경험을 통해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동력일 때에는 단기에 급등하지만 스마트폰이 동력일 때에는 상승이 느리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상승은 반도체가 주역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이익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1년 반 사이에 주가가 220%나 상승했다. 반도체 가격에 따라 주가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7월까지 같은 상승이 재현되기 힘들다.

오히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를 움직이는 힘이 둘로 나눠지고 있어 걱정이 된다. 하나는 이익 증가분인데, 전분기 대비 이익이 늘어나는 규모가 커질 경우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올 2분기에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4조1883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 비해 4조3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3분기에 시장 예상처럼 15조의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증가분이 7000억원에 지나지 않으므로 2분기보다 이익 모멘텀이 약해진다. 주가를 더 끌어올릴 힘이 약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다른 하나는 이익 수준이다. 주가를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3분기 이익이 15조 아니라 14조에 그치더라도 이익의 절대 수준이 높아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주도 종목도 빈번하게 바뀔 듯

당분간 주가 수준은 종목별 투자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자신의 평균적인 주가에 비해 현재 주가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투자자들이 현재 주가에 익숙해져 있는지 여부에 따라 상승이 좌우된다. 조정 기간인 9월에 종목별 기준이 특히 강하게 작용할 텐데, 그 때문에 코스닥이 거래소보다 유망하다. 코스닥 종목들이 거래소에 비해 오르지 못해 주가가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종목별 주가가 가격이라는 수동적인 요인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선도 종목이 수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올라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 그 종목들이 상승 대열에서 떨어져 나오는 형태가 반복될 텐데, 이런 흐름은 조정이 끝나고 새로운 상승이 시작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 개별 종목 주가도 덩달아 상승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가가 조정을 끝내고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는 시기는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분기 초·중반쯤이 될 것이다. 과거 대세 상승기에도 주가가 한번 조정에 들어가면 2~3개월의 휴식기간을 갖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번은 상승 에너지가 강하지 않은 만큼 다른 때보다 휴식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9월은 휴식을 통해 추가 상승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볼 수 있다.

1401호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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