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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26) 노후자금 투자법] 중도하차 유혹에 흔들리지 마라 

 

서명수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
급전 마련 등으로 노후자금 계좌 해약 사례 많아 ... 강제저축 성격의 연금상품 가입 필요

재무설계를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관건이다. 실천도 초기엔 잘 했다가도 이런저런 이유로 흔들리면서 중도에 그만둬 버리면 시작하지 아니함만 못하다. 노후준비 과정에서 중도하차하게 되면 나중에 노후자금이 모자라 곤경에 빠지기 쉽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각자에게 방을 하나씩 주기 위해 아파트 평수를 넓힌다거나, 유학비로 목돈이 필요해 노후자금 계좌를 깨버리고 만다. 급전 마련 문제가 아니라도 투자 자산이 시장 침체로 폭락하게 되면 매도 유혹에 흔들린다. 오히려 추가 매입에 나서야 할 상황인데도 말이다.

적립식 펀드의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

저금리 시대에 노후자금 마련은 다소 공격적으로 투자해 일정액을 모은 다음 예금이나 장기채권이나 보험에 넣어두고 아예 그 돈은 없는 돈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존의 자산 목록에서 아예 지워버릴 정도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강제저축’은 월급쟁이가 노후자금을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다. 강제저축이란 소비하고 남는 돈을 저축하는 게 아니라 먼저 저축하고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강제저축은 재테크의 기본이다. 가장 일반적인 강제저축 상품은 은행 적금이다. 그러나 적금은 저금리도 저금리지만 ‘금리 착시현상’ 때문에 별 실익이 없다. 예컨대 금리 연 3%, 만기 1년짜리 적금에 가입했을 때 만기 시점의 원금과 이자를 무턱대고 금리 3%로 계산하면 큰 착오가 생긴다. 첫 달 불입한 금액은 연 3%의 이자를 주지만 2개 월째 불입금은 11개월치, 마지막 12개월째는 1개월치 이자만 지급하므로 실제 수익률은 제시된 3%의 절반에 불과하다.

적립식 투자는 강제저축 효과를 지니면서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이다. 또한 변덕이 심한 증시에서 살아남는 수단이기도 하다. 시간·지역·상품 등 시장의 위험 가운데 ‘시간’을 분산해 제어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적립식 투자다. 적립식 투자의 원리엔 시장이 언제 좋고 나쁠지 인간이 알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일정액을 투자하되 주가가 쌀 때는 많이, 비쌀 때는 적게 사서 결국 평균가격에 사는 것이다. 이른바 ‘코스트 에버리징(cost averaging, 정액 분할 매입)’이다. 이 기법의 핵심은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매입단가를 낮추려면 쌀 때 많이 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식적으로 주가가 싸지려면 시장이 침체에 빠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상식의 역설이 판을 친다. 주가가 좋을 때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가 시황이 나빠지면 불입을 중단하거나 상품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함은 물론이다.

이는 주식시장 흐름과 투자패턴의 상관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2005년부터 적립식 펀드 잔고는 코스피 상승세를 뒤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좋아진 후에야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그에 비례해 펀드 잔고도 줄어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주가지수는 3~4년 동안 답답한 박스권을 맴돌았다. 적립식 펀드의 인기는 시들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적립식 펀드 판매액은 46조 2000억원에 그쳤다. 펀드시장이 공전의 활황세를 보인 2008년 76조2000억원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전직하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자주 범하는 또 다른 오류는 이익을 실현해야 할 때를 놓친다는 점이다. 욕심을 지나치게 부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원찮은 펀드라도 3년 내내 마이너스 수익률만 기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분명 플러스 수익률을 보일 때도 있다. 시장은 예측불허고 거칠기 때문에 시세변동은 예고 없이 수시로 나타난다. 극단적인 시세변동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발생하지 않고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보유한 펀드의 가치가 단 며칠 만에 결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은 시세변동을 일으키는 사건은 자주 발생하지만 큰 시세변동을 일으키는 사건은 드물기 때문에 결정적인 손익은 불과 며칠 만에 판가름날 수 있다. 세계적인 펀드회사 피델리티가 전 세계 증시에서 15년 동안 투자한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연평균 수익률은 6%에 달했지만 최적의 매각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반복되면 오히려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활황은 도둑처럼 왔다가 도둑처럼 빠져나가므로 욕심을 내다간 힘들게 벌어놓은 수익을 한순간에 반납해야 한다.

타이밍보단 타임에 투자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우리나라에 펀드 광풍이 세차게 불었다. 그 주역 중 하나는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로 출시 4개월 만에 4조원어치가 판매될 정도로 돈몰이를 했다. 당시 중국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컸던 이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중국 증시 폭락으로 2008년 한 해에만 51%의 손실을 기록하며 백조에서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펀드가 뭔지 모르고 쌈짓돈까지 동원했던 투자자들은 펀드를 환매하고 큰 손실을 입은 채 떠났다. 하지만 이 펀드는 2012년부터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는 장기 투자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만약 이 펀드에 지금까지 적립식으로 투자한 사람이 있다면 일찌감치 원금 회복을 했음은 물론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장기 보유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가 재산 증식을 꾀하는 수단이긴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시장을 예측하고자 하는 ‘타이밍(매매시점)’이 아니라 ‘타임(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 투자, 즉 장기 보유가 꼭 수익을 보장한다기보다 보유한 펀드를 좋은 가격에 팔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중간에 손실이 나더라도 납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손실은 곧 시장의 침체를 의미하므로 오히려 적립이 필요하다. 이익이 나든 손실을 보든 두 눈을 질끈 감고 뚝심 있게 나아가야 적립식 펀드로 승부를 낼 수 있다. 단, 귀신도 모르는 게 시장이므로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이 수준에 도달하면 이익실현에 나서 재투자하는 ‘리밸런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초 적립식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기간의 절반이 지나게 될 때 이익실현을 한 후, 이익실현한 목돈을 안전자산에 재 투자하고, 그중에 일부를 다시 적립식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 부자들은 목표수익률을 연 5% 정도로 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택한다고 한다. 투자원금이 크다 보니 그 정도 수익률로도 큰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불입을 중단하고픈 유혹을 떨치고 싶다면 처음부터 강제저축 성격의 투자상품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그중 하나가 절세혜택을 장기에 걸쳐 제공하는 연금상품이다.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만기가 5년 이상으로 가입기간 동안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만약 5년 이내에 해약하게 되면 그간 소득공제받은 금액을 토해내야 한다. 지난해 연초 선을 보인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도 의무가입 기간 5년을 지켜야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들 상품은 해약하게 되면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기까지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1402호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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