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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교외에서 보는 일본 주택의 미래] ‘노인 대국’ 일본 수도권에 빈집 급증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교외 주택의 정취는 옛말 … 집값 하락으로 도심 이주도 쉽지 않아

▎도큐부동산이 1980년대 분양을 시작한 지바현 가시와시의 가시와 빌리지 일부 지역에는 정원에 잡초가 무성하고 빈집 같아 보이는 가옥이나 공터도 있다. / 사진:동양경제
일본 도쿄 도심에서 30㎞ 거리의 지바현 가시와시(市)의 ‘가시와 빌리지’. 도큐부동산이 1980년에 개발한 뉴타운으로, 푸른 잎이 우거진 가로수를 따라 2층짜리 단독주택 1600가구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돌담으로 통일시킨 거리 풍경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미야와키 마유미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도로에도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풍요로운 자연과 커다란 공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테니스장 등이 있어 교외 주택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시와 빌리지는 분양 당시 가격이 가구당 4600만엔이었다. 꽤 고가로 도심의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등 비교적 고소득층이 대거 분양을 받았다. 부동산 경기가 최고점일 때는 집값이 1억엔에 이르기도 했다. 가시와 빌리지는 그만큼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고급 주택 단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가구당 1500만~2000만엔 정도다. 일본 정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주택단지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8.5%로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가시와 빌리지 주민 20%가 단카이세대


가시와 빌리지 분양 당시인 30여년 전, 이 집을 구입한 사람은 대개 40대였다. 그들은 이제 70대가 됐다. 4000명의 주민 중 20% 정도가 이른바 단카이세대(1948년 전후로 태어난 베이비부머로 일본의 70~80년대 고도 성장기 주역)다. 다 큰 자녀들이 이곳을 떠나 도시는 고령화가 진행됐고, 빈집이 50가구가 넘는다. 도쿄 시내에 있는 은행에 근무했던 70세 남성은 지바현의 사택에 거주하다 30여년 전에 약 4000만엔을 주고 가시와 빌리지를 구입해 이사했다. 이사 후 도심까지 출근하는 데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매일 아침 6시에 집을 나서 밤 10시에 귀가하는 게 일상이었지만 푸르른 자연과 새 소리에 눈을 뜨는 삶이 좋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자녀들은 독립해 부부 둘이 살기에는 넓은 집이 됐다. 2층은 거의 빈 집이다. 이 남성은 “주거환경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장을 보거나 병원을 드나드는 데 불편함이 생겼다.

뉴타운 내에 있던 대형마트인 도큐스토어는 폐점했다. 은행도 문을 닫았다. 은행이 있던 상가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만 남아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필품은 주 2회 뉴타운으로 들어오는 이동 수퍼를 주로 이용한다. 우유는 근처 편의점에서 산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마트는 1㎞나 떨어져 있어 가기가 쉽지 않다.

집값이 폭락하면서 인생 설계가 꼬여버린 주민도 적지 않다. 가시와 빌리지와 같은 교외의 단독주택은 자녀 양육에는 좋지만 고령자에게는 불편한 점이 많다. 도심으로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고 주택 지붕이나 외벽 수리도 해야 한다. 부지가 넓은 만큼 매년 정원 손질도 만만치 않다. 도어록 하나면 외출할 수 있는 맨션에 비해 방범도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가시와 빌리지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쓰쿠바익스프레스 가시와노하캠퍼스역 앞의 맨션 가격은 4000만~6000만엔 수준이다. 집을 팔아도 구입할 여력이 안 된다.

집값 하락 요인 중의 하나는 역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쓰쿠바익스프레스 가시와타나카역까지는 약 2㎞지만 다니는 버스가 없다. 가시와노하캠퍼스역, JR죠반선의 기타가시와역까지는 1시간에 1~3대의 버스만 운행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집이 작고 정원이 없더라도 역에서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가 가시와 빌리지에서 도심까지 출퇴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육원에 자녀를 맡겨도 저녁에 데리러 가기에는 너무 늦다. 전업주부가 많았던 시대에는 가장만 감수하면 가족이 교외의 넓은 주택에서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바뀌었다.

요코하마시 이즈미구의 사가미철도 이즈미노선 야요이다이역 주변의 주택 단지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이즈미노선이 개통된 1976년부터 소테츠부동산·미쓰이부동산 등이 개발에 나섰다. 이즈미구는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인구의 27.7%를 차지한다. 요코하마시에서 넷째로 높은 비율이다. 200㎡에 달하는 큰 부지에 멋들어진 단독주택이 늘어서 있고, 도로 폭도 넓다. 이곳에 사는 69세 여성은 “28년 전 사택에 살면서 딸을 시집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단독주택을 구입했다”며 “몸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면 야요이다이역 앞의 맨션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집을 리모델링하는 데 돈을 써버려 이대로 살아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인 79세 남성은 “교외 단독주택은 자녀와의 추억을 쌓기에는 좋지만 노후를 보낼 곳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2033년에는 30% 이상이 빈집

교외 빈집 급증과 고령자의 도심 회귀 현상은 일본 경제의 빛과 어둠을 상징한다. 전후부터 고도성장기에 걸쳐 살 곳이 부족했던 일본에서는 단독주택이나 맨션이 대량 공급됐다. 도쿄에서 일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지방에서 모여들었고, 1967년 새로 공급된 주택만 100만 가구를 넘었다. 제1차 오일쇼크 시기를 제외하고 일본에서는 일관되게 지가가 상승했다. 이것이 토지신화(土地神話)를 낳아 ‘내 집’에 대한 꿈을 키웠다. 버블기까지 이어진 지가 상승으로 주택 개발은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뉴타운 개발이 국도 16호 선을 넘어 점차 밖으로 퍼져나갔다.

고도성장시대, 일본 샐러리맨의 ‘주택 변천사’를 보면 도쿄의 대기업에 취직한 젊은이는 근무지에서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 아파트를 빌려 독신생활을 시작한다. 이윽고 결혼·출산으로 가족이 늘어 좁은 집을 벗어나 맨션이나 단독주택으로 이사한다. 이 역시 임차지만 출세와 함께 수입이 증가해 교외에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한다. 이것이 쇼와세대의 도달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선 부모세대가 힘들게 얻은 ‘마이홈’이 처치 곤란한 짐이 되는 예가 늘고 있다. 자립해서 도심에 세대를 구성한 맞벌이 자녀가 교외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겨우 도착하는 본가로 돌아갈 생각은 거의 없다.

지가는 하락하고 지은 지 20~30년이 넘은 건물은 평가액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매각하면 오히려 손해다. 나이든 부모가 양호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방치된 본가는 이내 빈집이 된다. 집을 부수면 비용이 발생하고, 가족 누군가 상속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지금 교외에 있는 주택을 다른 것으로 바꿔 활용하지 않으면 빈집 비율은 지금의 15% 수준에서 2033년에는 30.4%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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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호 (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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