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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동남아 과일 재배] 노동력 적게 들고 친환경 재배 가능해 인기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2015년 362㏊에서 올해 428.6㏊로 늘어 … 농촌진흥청, 망고·패션프루트 등 20종 보급

▎동남아 과일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한반도 환경에 맞는 20종을 선발해 보급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30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는 김순일씨는 동남아 과일인 파파야와 바나나를 2015년 재배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친환경으로 재배하기 쉽고, 노동력도 적게 든다고 해서 짓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파파야를 1320㎡에서, 바나나를 3960㎡에서 지었다. 덕분에 지난해 2억 원의 수입을 올렸는데 올해는 4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기존보다 두 배 이상의 소득으로 앞으로 재배 면적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동남아에서 주로 짓던 농작물로 농가 소득이 높아지자 전국적으로 재배 면적이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362㏊에서 올해는 428.6㏊로 증가했다.

수입량 증가와 함께 재배 면적도 늘어


▎자료: 농촌진흥청
이처럼 국내에서도 동남아 과일 재배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23만t에서 2012년 47만t으로 두 배로 늘었다. 이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인 가운데 지난해 54만t을 넘었다. 품목 중 바나나는 지난해 36만5000t으로 가장 많다. 파인애플·망고·아보카도가 뒤를 잇고 있다. 최근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 상승과 가공품 소비 증가로 망고와 아보카도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망고는 2012년 이후 수입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2012년 3000t에서 2015년에는 1만3000t으로 네 배 이상 수준이 됐다. 아보카도는 2015년 1500t, 지난해 2900t으로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신선 과일뿐만 아니라 냉동 형태로 람부탄·리치·패션프루트의 수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남아 과일 수입액은 2002년 1억 달러에서 2012년 3억9000만 달러, 지난해 5억 5000만 달러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바나나 수입액은 3억3000만 달러로 60%를 차지하는 가운데 아보카도는 지난해의 경우 2015년보다 두 배 가까이 액수가 늘었다.

농촌진흥청은 한반도 환경에 맞는 작물을 선발해 보급에 나섰다. 망고·패션프루트·용과·파파야·구아바 등 과수와 삼채·여주·강황·사탕무·얌빈·롱빈·아티초크 등 채소가 대표적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2020년쯤 동남아에서나 짓던 농작물의 재배가 경지 면적의 1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2060년에는 27%, 2080년에는 62%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농작물은 월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12개월일 때 재배할 수 있다. 이미 남해안과 제주는 이 조건에 들어맞는다. 다만 겨울철 온도가 낮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짓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주목받는 농작물은 망고다. 애플망고를 중심으로 단맛과 향이 좋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망고는 햇빛이 중요하다. 겨울철 일조 시간이 길고, 물을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 곳이 좋다. 겨울철 생육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난방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할 경우 만개까지는 30∼50일 정도 걸리고, 이후 성숙기까지 120일 정도 필요하다. 초반 난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이 필수다.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해 난방비를 90% 가까이 절감한 사례도 있다. 다만 망고는 탄저병과 총채벌레에 약하다. 습기가 지나치거나, 배수가 불량한 토양에서는 뿌리가 썩고 가지가 시들어 말라죽을 수 있어 이를 막아야 한다. 패션프루트(백향과)도 최근 신맛과 강한 향으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농작물이다. 일반적으로 자색의 패션프루트가 황색보다 저온에 강하다. 다만 바이러스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에서 재배한 동남아 작물을 현지산과 비교했을 때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 있다. 그런데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이 확인되고 있다. 우선 한국산이 신선도가 뛰어나다. 한국산의 경우 농가에서 수확 뒤늦어도 4∼5일이면 소비자까지 전달된다. 반면 동남아산은 장기간 운송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신선도는 한국산이 훨씬 좋을 수밖에 없다. 맛과 품질도 더 뛰어나다. 망고의 경우 동남아산은 식물 검역상 영상 75도에서 30분간 열처리 후 영하 4도~영상 2도에서 냉동 저장 상태로 수입된다. 그래서 동남아산 망고는 향기가 없고, 과육이 붕괴돼 있는 상황이다. 바나나도 동남아산은 덜 성숙한 상태에서 수확돼 후숙 처리가 된다.

반면 한국산은 나무에서 충분히 성숙한 뒤 따기 때문에 동남아산보다 맛이 더 좋다. 농약 같은 건강 위해 요소도 적다. 동남아산은 어떤 농약이 사용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검역 과정에서 고온이나 농약을 이용한 살균 처리 등을 거친다. 한국산은 대체로 친환경 농법에 따라 재배하기 때문에 더욱 믿고 먹을 수 있다.

한국산 신선도·맛 뛰어나

한국인 입맛이 적응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다. 최근 젊은이들이 동남아 음식을 많이 찾기 때문에 동남아 음식 관련 식당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다문화 가정이 2010년 23만 명에서 2015년 82만 명으로 늘어났고, 2020년에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다만 한국 고유의 음식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농진청도 동남아 농작물과 이에 맞는 한국 고유의 음식 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요리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동남아산 농작물 재배는 국부 유출 논란도 없다. 현재까지 국내에 들여온 농작물은 추가로 사용료(로열티)를 지급하지 않는다. 대부분 개발된 지 오래된 종자라 사용료를 내지 않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료비 문제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채소류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과수의 경우 연료비가 든다. 이에 따라 농진청도 작목 선발에서부터 바깥이나 별도의 난방 시설이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가 가능한 작목을 찾고 있다. 같은 작목에서도 저온에서 잘 견디는 품종을 찾고 있고, 이에 대한 재배 기술을 개발 중이다. 겨울철 난방 시설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생육이 가능한 최저 온도를 찾고, 환경에 맞는 난방 방법과 재배 기술을 찾고 있다. 황정환 국립원예 특작과학원장은 “기후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가운데 새로운 농작물이 우리 식생활과 함께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1404호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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