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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7대 산업은 지금] 떨어진 원가 경쟁력, 판관비로 수익성 맞춰 

 

함승민 기자 sham@joonagang.co.kr
산업별 글로벌 상위 기업 재무통계로 비교·분석...한국의 매출 비중도 감소 추세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소규모 개방경제를 숙명으로 안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전략 등은 우리 경제와 산업에 심각한 악재다.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체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한국을 먹여 살릴 전자(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건설·바이오 등 7대 산업의 흐름을 글로벌 200대 기업의 재무통계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산업과 기업의 현주소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7월까지 월간 수출액은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월간 수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역대 최장 기간 감소 기록이다. 수출이 부진한 원인은 글로벌 불황과 저유가, 중국의 내수 위주 정책 등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으로 선회한 미국은 글로벌 무역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연 10%대 고성장을 이어가던 중국 경제도 성장률 6%를 지키자는 ‘바오류’(保六)로 한발 물러섰다. 나라 밖 사정이 나빠지면서 한국 주력 수출산업이 받은 타격은 컸다.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구조적 변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 산업과 기업의 현주소는 어디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산업별 글로벌 상위 기업의 재무통계를 들여다 봤다. 전자(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건설·바이오 등 7대 산업을 선정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세계 기업 가운데 2012년~2016년 매출 기준 상위 200대 기업을 뽑아 여러 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자산·매출·영업이익 등의 지표로 성장성을, 원가 비중과 영업이익률 등을 통해 수익성을 살폈다. 또 이자보상배율과 유동성 비율, 자본수익률과 자산회전율로 재무안정성과 생산성까지 따져봤다. 분석에 필요한 자료는 경영컨설팅업체 브리오컨설팅그룹의 도움을 받아 글로벌 기업정보 제공업체 뷰로반다이크의 오비스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했다.

7대 산업에서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총 1400개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총 101개다. 기업 수 비율로는 약 7%다. 조선이 21개로 가장 많고, 이어 석유화학(16개)·자동차(11개)가 뒤를 이었다. 전자와 건설은 10개씩, 철강은 8개 기업이 글로벌 200에 포함됐다.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산업에서는 4개 기업이 포함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200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 역시 조선 33.28%로 가장 높았다. 전자(8.86%)가 뒤를 이었고, 철강(6.92%)·석유화학(5.89%)·자동차(5.19%)·건설(4.79%)이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바이오산업의 한국 기업 매출 비중은 0.35%에 불과했다. 한국 기업의 몫은 2012년 이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석유화학과 바이오산업만 2012년에 비해 매출 비중이 소폭 상승했을 뿐, 나머지 5개 산업은 5년 전보다 비중이 줄었다. 특히 조선(40.72%→33.28%)의 하락폭이 컸다.

재무 통계에서 한국 기업들의 공통점도 드러났다. 특히 7개 산업에서 모두 한국 기업의 원가 경쟁력이 글로벌 기준에 뒤떨어지는 점이 두드러진다. 원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 총이익률과 원가가산율은 낮고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컸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다. 또 비슷한 비용으로 물건을 만들었지만 지나치게 싸게 판 경우에도 원가 경쟁력 지표는 나빠진다.


원가 경쟁력이 약하니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수익성 지표는 예상보다 좋았다.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 모두 글로벌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남들보다 비싸게 만들거나 싸게 팔았는데도 물건 팔아 남긴 돈은 비슷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국 기업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판매관리비(판관비)다. 7개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판관비는 모두 글로벌 기준을 크게 밑돌았다. 판관비는 기업의 직접적인 생산활동 외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여기에는 임직원 급여와 복리후생비, 임차료와 접대비 등이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뒤처지는 원가 경쟁력을 낮은 판관비로 상쇄해 수익성을 유지한 셈이다. 각종 비용 절감으로 허리띠를 졸란 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대부분의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글로벌 기준을 오히려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기자본수익률 등 생산성 지표는 글로벌 기준에 못 미쳤다.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안정성은 키웠지만, 이렇게 쌓인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효과적인 투자 등을 통해 신기술이나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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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호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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