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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재개정하는 납세자 권리헌장] 절세권 포함 여부에 관심 집중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단순한 문구 넘은 조세 원칙과 철학 반영 … 국세행정포럼 의견 수렴 절차 후 개정

▎한승희 국세청장은 8월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납세자 권리헌장 재개정 등을 담은 국세 행정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8월 한승희 청장 취임 이후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국세 행정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운영 방안에 따르면 국세청은 본청에 납세자 보호위원회를 신설해 독립적 지위에서 납세자의 고충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납세자 보호관 외에는 전부 외부 위원으로 구성해 준 독립기관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지방청의 납세자 보호담당관과 세무서의 납세자 보호실장도 단계적으로 외부에 개방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납세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10년 전 개정했던 납세자 권리헌장을 재개정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행정포럼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납세자 권리헌장을 재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납세자 권리헌장은 1997년 처음 만들어졌다. 국세 기본법상 납세자 권리 보호 관련 규정이 일부 바뀌어 2007년 헌장을 개정했다.

애덤 스미스 ‘조세 4대 원칙’이 바탕


납세자 권리헌장은 단순한 문구라기보다 각 나라의 조세 원칙과 철학이 담긴 것으로 외국에서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바탕에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애덤 스미스가 정리한 ‘조세 4대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스미스는 [국부론] 제5편에서 조세 문제와 조세에 대한 일반 원칙을 다뤘다. 조세 4대 원칙은 ▶세금은 국민의 지불 능력에 따라 부과돼야 한다. 각 개인이 국가의 보호 아래서 얻은 수입에 정확하게 비례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세금은 확실해야 하며 임의적이어서는 안 된다. 납세자는 자신이 납부해야 하는 세금의 납부 시기와 방법, 금액을 사전에 정확히 알아야 하고, 세금 징수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 ▶세금 납부의 시기와 방법은 납세자의 편의에 맞춰야 한다 ▶세금 징수는 가능한 경제적이어야 한다. 세금 징수 비용이 최소가 되도록 하고, 필요 이상으로 거대한 세금 징수 관리 조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등이다. 스미스는 조세 원칙 외에도 지대·이윤·임금 등 소득의 종류에 따라 각국에서 시행되는 세금 사례를 연구했다.

스미스의 조세 원칙을 바탕으로 만든 납세자 권리헌장은 세계 여러 나라의 국민 경제와 생활에 큰 영향을 줬다. 대표적인 곳으로 미국과 영국이 꼽힌다. 미국은 1988년 국세청(IRS)의 세무조사 중 권한 남용 문제를 풀기 위해 납세자 권리헌장을 처음 만들었다. IRS의 잘못된 처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IRS의 납세자 권리 침해에 대한 처벌과 ‘미니 미란다 원칙의 보장’ 등을 담았다. IRS 직원은 납세자에게 심사 또는 징수 절차를 시작하기 전이나 시작할 때 절차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생겼다. 납세자가 대리인을 선임할 권리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세무 조사를 받을 때 납세자는 대리인을 동반할 수 있고, 납세자는 편리한 장소와 합리적인 시간에 면접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됐다. 이후 많은 주(州) 정부가 유사한 내용의 납세자 권리 관련 법령을 만들어 시행했다. 1996년 첫 개정이 이뤄졌는데 핵심은 납세자 보호관(Office of the Taxpayer Advocate) 제도의 도입이다. 납세자 보호관은 납세자가 IRS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생겼는데 납세자와 IRS 간 분쟁의 내용을 확인하고, IRS 행정의 변화를 제안하고, 입법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IRS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납세자 보호관은 매년 두 차례 의회에 직접 보고하도록 하는 절차를 뒀다. 이후 1997년에는 변호사와 납세자 사이의 비밀 유지 의무가 특정 제3자까지 확대되고, 1998년에는 조세 소송에서 일정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IRS가 입증 책임을 지도록 부분 개정이 이뤄졌다.

납세자 권리 보호 앞장서는 미국 IRS


2014년 미국의 납세자 권리헌장에 가장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Taxpayer Bill of Rights(TBOR)’로 불리는 새로운 권리헌장을 통해 납세자가 자신의 권리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문서화했다. 미 의회는 이에 맞춰 권리헌장을 추가한 세출예산법안을 제출했다. 새로운 권리헌장에서 핵심은 법규 준수를 위한 알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납세자는 조세법을 준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법률과 IRS의 절차, 모든 세무 양식 지침, 간행물, 고지, 통신문 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본인의 세금과 관련된 IRS의 결정에 대해 통보받고 그 결과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받아볼 수 있다. 우수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도 있다. 납세자는 IRS와 거래할 때 신속하고 친절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을 듣고, IRS로부터 이해하기 쉬운 명확한 통신문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납세자가 IRS 직원으로부터 전문적이고 정중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감독관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감독관의 태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관할지역 세무서에 서면으로 신고할 수 있다. 정확한 세금만을 납부할 권리가 있다. 납세자는 법률상 초과하지도 않고, 미달하지 않는 적절한 세액을 납부하면 된다. 법적으로 정해진 세금(이자·과태료 포함)만을 납부하고, IRS는 모든 세금 납부액을 적절히 적용해야 한다. 납세자가 부과된 세액을 납부할 수 없다면 분할해 납부할 수도 있다. IRS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의 제기에 대한 답변을 들을 권리가 있다. 이의 제기를 위해 추가 서류를 제시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면 된다. IRS가 납세자의 이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답변을 받아야 한다. IRS 결정에 대해 독립적 토론회를 통해 항소할 권리도 있다. 이의 신청 결정에 대해 서면으로 답변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일반적으로 법원에 행정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최종 결정인지 알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납세자는 IRS의 결정에 대한 불복 청구 기간, 특정 과세연도 세무조사, 미납 세액 추징 기간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납세자는 IRS의 세무조사 종료 여부도 알 수 있다. 사생활 보호와 비밀 보장에 대한 권리가 있다. 납세자는 IRS가 납세자에게 왜 그 정보를 요구하는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정보 요구를 거부할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 알아야 한다. 이에 따라 납세자 보고서 정보를 누설하거나 오용하는 직원과 조사관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대리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 납세자의 진술은 변호사·공인회계사·등록대리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납세자가 대리인과 상담·면담을 원하면 IRS는 조사를 중단하고, 조사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 대리인을 선임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 ‘저소득 납세자 클리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조세제도가 공평하다고 기대할 권리도 있다. 이에 따라 납세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IRS가 자신의 세금 문제를 적시에 적절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납세자 보호 서비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못지 않게 납세자 권리가 강한 영국의 경우에도 납세자 권리헌장 자체는 미국처럼 입법화가 된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법령에 납세자를 위한 법적 보호 장치가 규정돼 있다. 2009년 가장 큰 변화가 있었는데 명칭을 ‘귀하의 헌장(Your Charter)’으로 바꾼 후 납세자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고 있다. 영국 국세청(HMRC)은 매년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헌장위원회는 헌장의 원칙이 어떻게 유지됐는지 확인한다. 영국의 납세자 헌장은 납세자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물로 매년 정기 보고의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답게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도 명기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정직, 주의, 적시 응답의 의무’, ‘관련 기록을 정확하게 유지해야 할 의무’, ‘일의 올바른 처리를 위해 과세 당국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호주에서는 납세자의 권리를 13개까지 세분화하며 권리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눈에 띄는 항목은 납세자의 정보 접근권이다. 알권리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납세자가 세무서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있음을 명문화하고 있다.

조세 환경 비슷한 일본에는 납세자 권리헌장 없어

한국과 조세 환경이 가장 유사한 일본에는 납세자 권리헌장이 없다. 1977년 전국상공단체연합회가 납세자 권리헌장의 제정을 요구한 후 수십 년 넘게 여러 경제 단체의 요구가 있었다. 이후 권리헌장 제정을 담은 ‘국세통칙법 일부개정안‘을 민주당 등 야당이 공동 제안으로 제출됐지만 2011년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납세자 권리헌장의 재개정 방향은 최근 한국세무학회가 국세청에 제출한 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 한국에 없는 외국의 납세자권리 항목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수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다. 미국과 영국뿐만 아니라 호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뉴질랜드의 권리헌장에는 이러한 권리가 담겨 있다. 또 다른 권리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이른바 ‘절세권’으로 불리는 정확한 세금만을 납부할 권리다. 다만 납세자의 조세 회피, 더 나아가 탈세에 대한 정당한 권리 부여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있는 조항이다.

한국세무학회는 “납세자 권리헌장에 납세자의 의무사항을 포함할 경우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절세권의 반영을 생각할 수 있다”며 “의무를 포함할 경우 납세자 권리헌장이 아닌 납세자 헌장으로 명칭이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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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호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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