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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11) 부동산 P2P 대출] 원금 보장 약속 무턱대고 믿어선 곤란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고수익, 100% 안전 등 강조...위험 고려해 분산투자 바람직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자영업자 A씨는 올해 초 부동산 P2P(개인 간) 대출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P2P 대출 상품에 투자했다. 하지만 만기가 지나서도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P2P 대출 업체에 확인해보니 자신이 투자한 PF 건물은 착공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당장 투자금이 필요한 데 낭패”라며 “목표 수익률만 보고 성급하게 P2P 투자에 뛰어든 것 같다”고 후회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최근 ‘대출’에 투자하라는 광고가 부쩍 늘었다. 이들 광고 상당수는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이다. 부동산 대출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현혹한다. 연 10%대는 물론 연 20%의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도 심심찮게 나온다. 상품 자체가 낯설다 보니 많은 사람은 흘려 보고 말지만, 고수익 상품이라는 말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5000원부터 시작하는 등 투자금 자체가 소액인 예가 많고 투자 방식도 간단해 눈길을 끈다.

국내에선 부동산이 P2P 대출 이끌어

이 같은 ‘대출 투자’ 광고는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는 P2P 대출 상품이다. 이름 그대로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을 연결하는 형태다.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자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부동산 P2P 대출은 대출자가 부동산개발회사(시행사)나 부동산을 개발하려는 개인이다. 쉽게 말해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셈이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의 경우 권리관계가 복잡한 데다 사고 위험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P2P 대출의 특성상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잃을 가능성도 있다.

P2P 대출은 2004년 영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시중은행 등 1·2금융권이 잘 받아주지 않는 대출 희망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순기능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누적 대출액이 1520억원이었는데, 올해 8월 말 기준 누적 대출액은 1조3290억원이다. 한국 P2P금융협회에 가입한 회원사 실적만 합산한 게 이 정도다. P2P 대출이 크게 늘어난 건 무엇보다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예금금리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요즘 은행 예금금리는 연 1%대에 머물고 있는데 반해 P2P 대출 중엔 연 10%가 넘는 상품이 즐비하다. 연 20%에 육박하는 고수익을 제시하는 상품도 많다. 돈을 빌리는 쪽도 쉽고, 또 일부 대부 업체보다는 싸게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P2P 대출 상품의 성장세는 부동산 PF P2P 대출이 주도하고 있다. 8월 말 기준 누적 대출액 1조3290억원 중 부동산 PF 대출이 4470억원으로 전체의 33%에 달한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사업자가 연립·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짓는 데 필요한 토지매입비용과 공사자금 등을 투자자들로부터 받고 분양 이후 나는 수익 중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형태다. 보통 P2P 업체들은 사업자가 토지를 사들인 다음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할 때 대출을 해준다. 이런 식으로 연 20%가 넘는 수익을 내는 상품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대출 상품이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거꾸로 상당수의 대출이 부실을 안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P2P에 투자한 돈은 원금 보장이 안 된다. 중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없다. 만약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을 갚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투자자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PF 상품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실제 한국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PF 비중이 50% 이상인 업체 14개의 평균 부실률은 1.69%로 다른 업체(0.46%)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높았다. 최근 협회를 탈퇴한 한 업체는 부실률이 10.21%로 연체율은 22.98%나 됐다.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률이 높은 건 부동산 개발사업의 특성상 사업구조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담보물 자체가 부동산이 준공된 후의 가치 즉, 미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 용산에 짓는 대규모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며 투자자를 모으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아파트가 아닌 아파트가 들어설 빈 땅만 보고 투자한다. 만약 아파트 개발 사업이 중간에 멈춘다면 수익(이자)은커녕 원금 회수도 힘들 수 있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분양이 잘 안되거나, 부동산 경기가 쪼그라들면 역시 수익은커녕 원금도 날릴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P2P 대출은 일부 저축은행이나 캐피털보다는 대출 금리가 저렴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금리”라며 “이런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업체는 자기자본 비율이나 기타 요건에 걸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에서도 대출 승인이 거부된 예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리스크에도 부동산 PF P2P 대출에 투자하고 싶다면 우선 채무상환을 책임지는 차주(借主)가 자기 자본을 얼마나 투입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금융당국은 조언한다. 사업을 얼마나 책임감 있게 끌고 나갈지 엿볼 수 있고, 분양가가 떨어지는 경우에도 투자자의 대출금을 보전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200만원짜리 건물을 짓는 데 사업비가 1000만원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 사업비 1000만원 중 P2P 업체의 대출금이 800만원 들어갔고 차주의 자기자본이 200만원 투입됐다면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은 840만원 정도에 그치더라도 PF에 투자한 투자자의 돈 800만원은 보전할 수 있다.

P2P 업체 신뢰성 꼭 따져봐야

차주가 대출 요청 목적에 맞게 자금을 집행하도록 P2P업체가 잘 관리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차주가 공사대금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놓고 시공사나 협력사에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고 일부 업체들은 신탁을 통해 차주를 거치지 않고 시공사나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도 한다. 부동산 PF 사업자의 대출규모가 건축물 완공 후 금융권 대출 한도 범위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80% 이내에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공사대금을 분양 수익으로 갚는 상품은 해당지역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통해 분양 가능성, 분양가의 적정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

투자를 중개하는 P2P 업체가 신뢰할 만한 업체인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피해를 보지 않는다. 투자 원금을 보장한다거나 고수익을 보장하는 경우 유사수신업체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업체가 정해진 이자 외에 다른 보상을 제시하거나 이벤트를 과도하게 진행하는 경우 경계해야 한다. 그보다는 업체의 대출심사능력, 위험관리능력을 살펴보고 상품설명이나 사후관리 등 투자자 보호 의지를 고려해야 한다. 투자 전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의 투자자 모임 카페에서 신뢰도나 인지도, 연체 여부 등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P2P금융협회 관계자는 “협회 소속 회원사인지를 따져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협회는 회원가입 심사, 외부 회계검사, 회원사 제명 등 자율규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405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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