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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환 한세엠케이 대표] “옷도 농산품처럼 신선함 유지해야”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한세실업, 인수 1년 만에 실적 개선...중국 시장에서 연내 190개 매장 확보 계획

▎사진:전민규 기자
중국에서 미국프로농구협회(NBA)의 인기가 뜨겁다. NBA 경기를 즐기는 중국의 팬 수는 3억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의 농구 사랑은 의류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소속 팀의 로고가 그려진 각종 패션 의류, 액세서리가 덩달아 인기를 끈다. 스포츠캐주얼 브랜드 NBA 제품이다. 중국 NBA 제품은 중국도, 미국도 아닌 국내 패션기업인 한세엠케이가 디자인부터 생산·유통까지 100% 전담한다. 한세엠케이는 2010년 NBA와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이듬해 NBA를 선보여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118개 매장을 내며 성공적으로 자리잡자 NBA 측은 한세엠케이에 중국 사업권도 맡겼다. 한세엠케이 상하이법인이 중국과 홍콩·마카오 지역 라이선스까지 추가로 획득해 중국 시장 장악에 나섰다.

중국의 NBA 경기 인기에 힘입어 흥행

2014년 5월 중국 선양에 NBA 중국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 152개 매장을 확보했다. 연내 19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판매 가격보다 30% 이상 비싼데도 중국에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NBA가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올 1분기 NBA 중국 사업은 전년 대비 55% 성장했다. 올해는 NBA 키즈 라인을 별도로 선보였다. 현재 텐진점을 포함해 중국 내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연내 30개로 매장을 늘릴 목표다. 김문환(60) 한세엠케이 대표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팀을 파악해 마케팅을 펼치고, 현지인이 좋아하는 색과 디자인을 반영했다”며 “중국 마켓 특성을 파악해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것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한세엠케이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15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7%, 54% 늘어난 87억원, 75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7월 한세실업 자회사로 편입된 지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인수 후 1년에 대해 김 대표는 “편입 후 손익구조가 개선되고 중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사업에서의 성장세가 빨라졌다”며 “한세실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노하우를 습득한다면 앞으로 원가 절감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 8월 상반기 성과 발표와 더불어 사명(기존 엠케이트렌드)을 변경한다고 밝히고,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패션 업계 전반이 깊은 불황의 늪에 빠진 반면 한세엠케이는 인수작업 전부터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왔다. 회사 설립 초창기에 TBJ에 합류해 회사를 3200억원대(2016년 매출 기준) 규모로 키운 데는 김문환 대표의 역할이 컸다. 이전까지 패션 업계에선 시도하지 않았던 홍콩·중국 등의 글로벌 소싱 발굴에 나선 것도 김 대표의 전략이었다. 덕분에 동대문 브랜드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해외 대량 생산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초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그는 각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운영해 입지를 넓히고 있다.

TBJ의 경우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토종 캐주얼브랜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선 브랜드가 생기고 사라지는 주기가 짧은 편인데, TBJ만은 해외 브랜드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롱런하는 브랜드로 만들어 보자는 목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국 175개 매장을 보유한 TBJ는 연 매출 900억원대를 기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TBJ의 장수 비결에 대해 김 대표는 “트렌드에 맞는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20년 넘은 장수 브랜드지만 10~20대를 타깃으로 한 만큼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왔다. 2000년대 초반 20대들 사이에서 ‘TBJ 청바지’가 유행했다면 현재 20대에게는 ‘TBJ 항공점퍼’가 인기를 끄는 식이다. 트렌드를 재빠르게 파악해 수시로 브랜드 전략을 제안하는 것도 김 대표의 역할이다. 그는 “현재 매장에 새로 나온 가을·겨울 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살피는 동시에 내년 봄·여름 상품 판매 전략까지 마무리 지은 상태”라며 “패션산업에 종사하다 보니 계절과 관계없이 사계절을 동시에 산다”고 말했다.

트렌드 파악을 위해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현장 경영’이다. 한번 지방 출장을 가면 하루에 50개 매장을 둘러보는 게 예사다. 주말이면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백화점을 찾는다. 환갑의 나이지만 주로 둘러보는 곳은 10~20대가 주 타깃인 의류 매장이다. 자사 주요 브랜드인 TBJ·앤듀·버커루 등이 대체로 젊은층을 겨냥한 캐주얼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번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보니 아내도 나와 백화점 가는 것을 꺼린다”며 웃었다. 그는 “옷은 공산품이지만 농산품과 같은 신선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렌드를 앞서 가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가 패션은 물론 최신 기기나 기술도 빨리 받아들이는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는 까닭이다.

불황에 가성비는 전 산업을 꿰뚫는 트렌드다.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한세엠케이는 처음부터 가성비 전략을 취해왔다. 패션 유통구조가 대리점→백화점→아울렛→온라인으로 바뀌며 최근에서야 가성비를 강조하는 패션 브랜드가 늘어난 것과 다른 점이다. 가성비 추구가 단순히 가격대를 낮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옷의 활용도와 품질을 높여 한 벌을 사더라도 제대로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제조·유통 일괄 (SPA) 브랜드의 강세 속에 중저가 브랜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 역시 가격만 놓고 보면 해외 유명 SPA 브랜드를 따라잡긴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과도한 가격 경쟁보다는 토종브랜드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가령 한국인의 체형과 선호하는 디자인에 맞춘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김 대표는 “비슷한 가격의 다운점퍼라도 결국 품질에서 SPA보다 뛰어난 제품을 생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싸구려 아닌 제대로 입을 수 있는 옷 만들어야

한세엠케이는 기존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서 한발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골프의류 브랜드 LPGA를 출시한 것이다. 앞서 2015년 말 NBA의 성과를 눈여겨본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가 한세엠케이와 손을 잡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한때 활황기를 맞았던 아웃도어 시장이 위축되며 최근 스포츠·아웃도어 업체를 중심으로 골프의류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그동안 스포츠보다는 캐주얼 의류를 주로 한 한세엠케이로서는 또 다른 도전인 셈이다. 김문환 대표는 “골프가 대중화됐듯 고가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가성비를 강조한 골프웨어를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국내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도 골프 수요가 늘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도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1406호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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