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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활용한 국민 안전 문제 해법] 신기술로 화재 줄이고 졸음 운전 막아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단속·캠페인에서 패러다임 대전환...해외에서는 복지 분야까지 과학기술 활용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월 19일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을 통한 국민생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 사진:뉴시스
그동안 정부는 국민 안전 문제에 대해 흔히 단속이나 계몽을 통한 접근을 많이 했다. 교통 사고를 줄이기 위해 특정 지역에 경찰을 집중 배치하거나 운전자 캠페인을 하는 식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은 과학기술을 통한 해결책이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와 살충제 달걀 사태에서 발생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통한 국민생활문제 해결 방안’을 추진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월 19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안전 위협 요인을 과학기술의 방법으로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가겠다”며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과학의 눈으로 설명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가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빅데이터·인공지능으로 문제 해결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국민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외 현안을 점검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졸음운전 예방을 중심으로 4대 시범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우선 졸음 운전 등으로 발생하는 대형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전자 피로도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기술과 사고 위험을 예측·예보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지난해 여름 이후 사업용 차량의 졸음 운전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봉평터널 전세버스 추돌 사고(사망 4명), 올 5월 봉평터널 시외버스 추돌 사고(사망 4명), 올 7월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추돌사고(사망 2명)로 인해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첨단안전장치 장착 확대와 안전한 운행환경 조성 등 대책을 내놨는데 새로운 과학기술 장치를 통한 해결책이 이목을 끌었다. 현재 운행 중인 수도권 광역버스 3000여대에 전방충돌경고기능(FCWS)을 포함한 차로이탈경고장치(LDWS)를 연말까지 장착할 계획이다. FCWS는 주행 중 전방 충돌이 예상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기능이다. 운전자의 의도와 달리 차로 밖으로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경고하는 장치인 LDWS의 핵심 기능이다.

또 새로 제작하는 차량은 국제 기준에 맞도록 모든 승합차와 3.5t을 넘는 화물·특수 차량에 LDWS와 함께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한다. AEBS는 전방의 충돌 예상 상황을 감지해 자동으로 정지하는 장치다.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주행시험장이 있는 대구에서 실제 차량을 통해 해당 기능과 성능을 평가하고, 이에 필요한 시스템과 부대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반으로 전염병 확산을 예측하고, 감도가 높은 현장 진단 장비를 개발하고, 매몰지에서 침출수 오염을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생활화학물질과 먹거리 안전과 관련해 유해화학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고, 농수산식품에 대한 위조·변조 판별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생활주변의 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디지털 음란물을 실시간으로 차단하고, 빅데이터 기반으로 실시간 범죄 예방 시스템을 가동하고, 생체정보 분석을 통한 첨단수사기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송완호 과기정통부 국민생활연구팀장은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을 연말까지 구성해 국민생활 문제 발생에 대한 초기 대응체계를 갖출 예정”이라며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한 후 국민생활연구 진흥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범 프로젝트 이전에도 이미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과학기술로 대형 건물 화재 피해를 줄이는 ‘지능형 화재상황 대응 플랫폼’ 기술이다. 초고층 빌딩이나 다중 이용시설 등 화재에 취약한 대형 시설에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올 6월 발생한 영국 런던 임대아파트 화재와 지난해 대구 서문시장 화재 이후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관심을 모았다. 과기정통부는 2013년부터 유해물질 검지, 구호장비 보급, 재난통신망 구축, 재난 데이터베이스(DB) 공유 등을 포함한 재난안전 플랫폼을 준비했다. 유해물질 탐지용 센서와 모니터링 시스템, 재난 구조자에게 도움을 주는 LTE·와이파이 중계기를 통해 재난 발생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한국인에 적합한 맞춤형 인공호흡기와 소방장갑·안전화·방화두건 등 8개 제품을 만들었다. 송완호 팀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화재 상황별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지능형 재난현장 대응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 경로 안내를 통해 신속한 탈출을 돕고, 효율적으로 소방 장비를 투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난 방지 분야에서 적극적 활용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최근 보급하기 시작한 쌀 원산지·품종 판별법도 호평을 받고 있다. 쌀의 원산지와 품종 판별을 위해 20개의 새로운 유전자 마커(국산과 외국산 품종이 다르게 가지고 있는 DNA 부위)를 선별해 품종을 판별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방법이다. 이에 따라 판별 가능 품종 수는 기존의 300품종에서 410품종으로 늘어났다. 농관원은 2004년 국내 최초로 쌀 품종 판별법을 개발한 이후 단속 업무에 활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쌀 시장 개방이 확대되고, 매년 신품종이 나와 기존 분석 방식의 개선이 필요했다. 농관원은 이번 기술을 단속 업무뿐만 아니라 신속하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9월 19일 기술이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조재호 농관원장은 “국민의 주식인 쌀의 원산지 표시와 양곡표시 관리에 적극 활용해 신뢰할 수 있는 유통 질서를 확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에서는 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보건·복지 등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만성질환자, 치매환자, 장애인, 노인, 아동을 돕기 위한 과학기술이다. 보건복지부·한국과학기술원이 내놓은 ‘사회 혁신과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회 서비스 발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환자와 노인을 위한 GPS 위치 추적기, 약 복용을 위한 알람·지도 기기, 재활 치료용 게임기, 노인·장애인을 위한 욕실 시스템, 방문 간호를 위해 휴대전화로 출입문 개폐가 가능한 디지털 키(digital key), 움직임 감지 센서, 로봇 청소기, 온도·연기 감지기, 가정용 응급 알람 등 서비스가 무궁무진하다.

덴마크는 이런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다. 2007년 복지기술(Welfare Technology)이란 개념과 용어를 처음 내놨다. ‘Digital Welfare 2013-2020’을 선포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국민이 더욱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보다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공공 서비스를 구축했다. 특히 간호·돌봄 서비스를 통해 이동·생활 보조 기기를 보급하고, 디지털 보조기 사용 능력을 위한 훈련과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 홈 기술도 도입했다.

노르웨이는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 베룸 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스마트홈 서비스는 노인을 위한 응급 알림 시스템, 치매 환자를 위한 GPS 위치 추적기, 스마트 홈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프로젝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밖에도 신체 감지기, 자동 투약기, 온도·연기 탐지기 등으로 이뤄진 안전 패키지를 제공하고 로봇청소기를 보급하고 있다.

북유럽에선 복지기술(WT) 활성화


▎북유럽의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은 노인을 위해 각종 과학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수도 스톡홀름 거리의 노인들.
스웨덴에서는 디지털 키 서비스가 눈에 띈다. 엘브스븬 지역에서 시도한 홈 케어 서비스다. 문에 기존의 잠금장치가 아닌 디지털 키를 바꿔 달았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담당 직원이 휴대전화를 통해 출입문을 자동으로 열 수 있게 했다. 가정 내 설치된 응급 알람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응급 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디지털 키를 통해 신속한 응급 구조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북유럽 국가의 움직임에 발맞춰 유럽연합(EU)도 2012년부터 ‘REACH 112’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급 상황에 따라 맞춤형 통신 수단을 제공해 위험에 빠진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이 핵심이다. 신속하고 적절한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실시간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고, 수화와 입술모양 등을 본 후 대화 내용을 알아듣는 복화술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와 함께 음성과 동영상처럼 둘 이상의 방식을 조합한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아직은 문자 메시지와 동영상을 활용한 형태로 서비스가 제한적인 상황이나 사물인터넷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기기가 인터넷을 통해 연결돼 자동으로 위급 상황을 인지하고 정보를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기술과 장애에 관한 가족센터(FCTD)를 통해 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주변인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과학기술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위해 민간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장애인의 활용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사용자의 수요와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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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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