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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국 금리 전망은] 미국·유럽 돈줄 죄기, 일본은 돈 풀기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차기 연준 의장 인사가 핵심 변수...금리 인상 횟수보다 속도에 주목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9월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한국 기준금리 인상의 제1 변수는 미국 금리 움직임이다. 통상적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올리고, 미국이 내리면 한국도 내린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미국 금리 동향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은 시중의 돈줄을 더욱 죄려는 모습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유럽과 일본도 그동안 진행해왔던 통화완화 정책을 거둬들일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금리 기조를 따라간다. 글로벌 경제에서 입지가 탄탄한 미국·유럽과 한국 간 금리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면 한국 경제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가장 큰 우려는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샀던 외국계 투자자의 이탈이다. 단순히 더 높은 이자를 찾아 자본이 떠나는 문제뿐 아니라, 금리를 통해 통화가치가 좌우되기 때문에 자본이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이는 미국 경제가 좋다는 신호로,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더구나 세계 금융시장에서 한국은 아직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신흥국 통화가치의 하락은 투자자에게는 손해가 되게 마련이다. 한국에서 기껏 투자수익을 올리더라도 원화 가치가 낮으면 소용이 없다. 투자한 돈을 다시 달러로 환전하면 수익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 국내에 들어왔던 자금이 빠져나가기 쉽다. 한국은행은 이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자본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의 금리 추이를 보고 국내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신호를 계속 보내는 가장 큰 이유도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 때문이다.

12월 미국 금리 인상 유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오랜 완화정책을 끝내고 긴축 기조로 돌아선 상태다.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보유자산 축소까지 시작하며 유동성 흡수에 나섰다.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7년 간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해오다가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네 차례 인상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1~1.25%까지 상승했다.

지난 9월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에는 “올해 10월부터 4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의 점진적인 축소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는 동결했지만, 올해 안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FOMC 위원들이 향후 기준금리에 대한 의견을 모은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16명 가운데 12명은 올해 안에 적어도 한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0월 15일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현 경기 호조가 연준 기준금리의 점진적인 인상을 보장한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 의사를 내비쳤다.

시장에선 12월 금리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한다. FOMC 위원들은 2018년 3차례, 2019년 2차례, 2020년 1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에 상장된 12월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의 내재금리를 감안하면 10월 말 열리는 FOMC 회의(10월 31일~11월 1일)에서는 기준금리가 현행대로 1~1.25%로 동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12월 회의에서는 1.25~1.5%로 인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신호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순항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옐런 의장은 9월 20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미국 경제 실적이 좋았다는 게 오늘의 기본 메시지”라며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고 실업률이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경제가 위기로부터 안전하게 빠져 나왔다고 중앙은행은 믿고 있다”고 풀이했다.

연말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에서 관심은 ‘속도’로 향한다. 앞으로 얼마나 빠른 시점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할 것인가다. 지금 같은 경기 회복 분위기면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 수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 회복 기조에도 소비자물가가 애초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어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7월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연준이 참조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지난 1월 1.9%에서 7월 1.4%로 하락해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돌았다.

차기 연준 의장 인선도 변수다. 내년 2월 3일 만료되는 임기를 고려하면 옐런 의장은 12월과 내년 1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12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곧바로 내년 1월에 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연준 의장 교체기에 들어가면 급격한 인상이 어렵다. 어떤 성향의 후보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향후 연준의 정책 방향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차기 연준 의장, 매파 파월·테일러 각축

현재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는 제롬 파월 연준 이사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0월 19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파월 이사가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파월이 차기 연준 의장이 될 경우 현재 예상되는 통화정책 경로에서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안도감을 가져올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파월 역시 옐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매파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다른 유력 후보로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꼽힌다. 특히 지난 10월 13일 테일러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월 이사의 추격자로 급부상했다. 테일러 교수는 금융 규제 완화에 긍정적이고 파월 이사보다 더 매파적이라는 점에서 공화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테일러 교수가 차기 연준 의장이 될 경우 ‘돈줄 죄기’가 더 급격하게 이뤄질 수 있다.

한편 유럽의 중앙은행 수장들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10월 14일 인플레이션이 9월의 1.5%에서 조만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터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도 10월 15일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ECB는 경제 개선을 반영하기 위해 오는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계획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도 CNBC에 영국 경제의 여유 생산 능력이 소진되고 있어 향후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약해지고 성장 잠재력이 훼손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카니 총재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일본 중앙은행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오히려 물가 상승률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면 돈을 더 풀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인플레이션 목표치 2% 달성은 여전히 멀었다”며 “공격적인 통화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다른 나라와 달리 20년째 낮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1407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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