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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초저금리 시대 증시는 어디로] 예고된 금리 인상 … 주가 오름세 이어질 듯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신호효과에 그칠 확률 높아 … 기준금리 2.0% 때 전환점 가능성

▎사진:ⓒgetty images bank
1930년 대공황 직전 미국의 기준금리는 4%대 중반이었다. 대공황이 발생하고 8년 동안 1.0%로 인하한 후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미국 기준금리가 다시 1.0%가 될 때까지 그 후 65년이 걸렸다. IT버블 붕괴와 9·11테러가 겹친 2004년이 그 때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에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4%대 중반이었다. 위기 발생과 동시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려 2008년 말에는 0.25%가 됐다. 그리고 7년 동안 최저치를 유지했다. 금리 인하 속도와 저점 유지기간 모두 대공황 때를 훨씬 뛰어넘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28%까지로 하락했다. 같은 시점 독일의 국채금리도 -0.18%를 기록했다. 일본 국채를 보유할 경우 10년 동안 한 번도 이자를 받지 못하는 건 물론 만기 때 원금보다 적은 돈을 되돌려 받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사유재산이 생긴 이래로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빌려줄 때에는 항상 대가를 받고 빌려줬지, 대가를 내고 빌려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두 사례를 보면 지난 9년 간 금융완화 정책이 얼마나 강하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초강력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현재 경제상황이 저금리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의 합이 4% 내외로 2.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금리와 차이가 많이 나고 있다. 우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현재 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 다른 지표를 봐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4%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이런 실업률은 지난 1990년대 미국 경제가 최고의 호황을 누릴 시점에나 볼 수 있는 수치다. 현재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1980년 이후 미국의 실업률이 5% 이하일 때 기준금리 평균은 5.2%였다. 시장금리도 4%대 후반이었다. 성장과 물가가 구조적으로 낮아진 걸 감안하더라도 지금 금리는 너무 낮다.

정책을 펴는 입장에서도 저금리가 부담이 되고 있다. 2008년 자산 버블 탓에 금융위기를 겪은 선진국 입장에서 새로운 버블은 항상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미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채권까지 다양한 자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버블이 생길 조짐이 있을 때마다 정책을 동원해 막아야 하는 선진국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가격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자산 가격의 상승은 경기 회복 속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곧바로 소비가 늘고, 투자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가격이 너무 높아 약간의 변화에도 가격이 급변할 수 있는 상태가 돼 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성장률·물가 감안할 때 금리 인상 불가피


이런 변화를 감안할 때 연말을 기점으로 금융정책 정상화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2015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한 후 2016년 한번에 그쳤던 금리 인상 횟수가 올해는 세 번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반응 속도로 볼 때 내년에 금리 인상 횟수가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선진국의 정책 기조 변화는 한국은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 의견이 나왔다. 과거에 소수 의견이 개진된 후 이 의견이 확산되면서 통화정책 방향이 변경된 예가 많은 걸 감안하면, 10월 금통위가 금융정책 변경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0%로 상향 조정되고, 소비자물가 역시 목표치인 2.0%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금리 인상 확률이 더 높아진다.

금리가 올라갈 때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이론상으로 채권 수익률이 높아질 때 주식 같은 위험 자산이 조정에 들어가는 게 맞다. 2000년대 10년 간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금리가 0.6~1.0% 오를 때 세계 주식시장은 평균 6.5%, 이머징마켓은 8.5% 하락하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이론과 현실이 다른 때도 많았다는 것이다.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4년이 대표적이다. 12월에 국채 수익률이 3.8%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2005년 12월에 5.6%로 오르는 동안 코스피 지수는 895에서 1390이 됐다. 금융위기 직후에도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2008년 말 4.2%였던 국채 수익률이 1년 만에 5.4%로 오르는 동안 코스피 지수는 1100에서 1680까지 50% 가까이 상승했다.

과거 움직임을 통해 미국과 한국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반응을 정리해 보면 우선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든, 저점을 찍고 오르던 상관없이 금리가 전환점을 지날 때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가 하락할 때 주가가 상승하는 건 상식에 부합하므로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금리가 저점을 찍고 상승할 때도 주가가 오르는 경우다. 금리와 경기의 바닥이 유사한 시점에 형성된 때문이다. 경기 회복에 따라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금리 상승으로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보다 커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둘째 주가가 금리의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건 전체 금리 변동기의 중간 정도까지였다. 이후에는 금리가 하락하든 상승하든 관계없이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으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셋째 금리가 장기 하락을 끝내고 상승하더라도 우려하는 것처럼 자산 버블이 터지거나, 유동성을 흡수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유동성이 장기간에 걸쳐 경제 체제 내로 흡수돼 버렸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기에는 금리 올라도 주가 상승


과거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이번은 좀 다를 듯하다. 다른 어느 때보다 금리 상승에 대해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금리가 바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너무 길고, 그동안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2008년 12월에 연준이 정책금리를 0.25%로 낮춘 후 84개월 동안 최저 금리를 유지했다. 이전까지 정책금리가 바닥에서 오래 머문 기간이라고 해봐야 1992년 9월~94년 1월까지 17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정책금리가 0.25%에 머무는 동안 미국 주식시장이 3배 넘게 올랐는데, 이전에 금리가 바닥을 친 후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때까지 주가가 최대 20% 이상 오르지 않았던 것과 비교가 된다. 이후에도 주가 상승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가 눈에 띄는데, 세 번의 금리 인상이 예상됨에도 연초 이후 주가가 17% 가까이 올랐다.

국내 시장도 비슷하다. 우리 시장은 낮은 금리에 따른 메리트가 더 큰 상태인데 주가가 올해만 23% 가까이 상승했다. 과거에 금리 바닥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끝날 때까지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던 모든 모습이 금리 최저점에서 이미 다 나타났다. 금융 긴축이 금리 인상과 유동성 흡수 양방향으로 진행되는 것도 금리에 대한 주가의 민감도를 높여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3.0%로 인상할 경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0.9% 정도 오르는 것으로 나왔다. 또 양적완화를 통해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규모를 현재 3조49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대 초반으로 줄이는 것도 시중금리를 1.40~1.75%만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미 미국 금리가 바닥에서 1% 정도 상승했다. 지금까지는 유동성 흡수 없이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했는데, 앞으로 유동성 흡수가 가세할 경우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은행·보험주 유망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지만 당분간 주가 상승이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금리의 절대 수준이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한계치 밑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말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신호효과 외에 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텐데, 과거 금리 인상을 전후해 일시적으로 주가가 흔들리던 상황마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오랜 예고 기간을 거치면서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이란 단어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다. 여기에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시장 상황을 무조건 좋게 보려는 경향까지 더해지고 있어 금리 상승의 영향력이 제대로 발휘될 환경이 못 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시장은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가 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라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해석할 것 같다. 금리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주가는 오른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이 현실이 아닌 해석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결국 이번에 금리 상승의 효과는 영향력을 계속 쌓았다가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터뜨리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목표치인 2.0%에 도달하는 시점이 그 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기준금리가 시장금리와 비슷하거나 역전되는 시점에 주가 하락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정도가 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금리가 높아졌다는 인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2%가 돼서 금리에 대한 주가의 반응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이는 과거에 비해서는 빠른 것이다. 과거에는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주가가 금리를 따라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가 올라갈 때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그동안 우리 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어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수한 업종만이 금리 상승에 따른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게 금융주다. 은행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건 순이자마진(NIM)이다. 이 지표는 예대 금리차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금리가 오를 경우 예대 마진이 벌어져 순이자마진이 늘어나게 된다. 물론 금리 인상기에 기업 부도가 증가해 대손 충당에 대한 부담이 커지긴 하지만 순이자마진 상승에 따른 효과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보험업종도 수혜를 받는다. 보험사는 많은 운용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자산의 수익성이 좋아진다.

1407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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