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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경영(2) 아모레퍼시픽] 병마와 싸울 희망 전하는 ‘미의 전도사’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0주년 맞은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라이프’ ... 1만1000여 여성 암 환자 자신감 되찾아

▎ 사진:아모레퍼시픽
“눈썹을 그릴 때 앞쪽이 진하면 자칫 인상이 강해 보일 수 있어요. 앞에서 1cm 정도 뒤에서 그리기 시작해 눈썹 산부터 꼬리로 자연스럽게 그리면 인상이 한층 부드러워져요.” 메이크업 강사가 아이브로우 펜슬을 들고 직접 시범을 보였다. 강사의 손놀림을 본 40~50대 여성 30여 명이 너도나도 눈썹 그리기에 나섰다. 10월 24일 서울 회기동 경희의료원에서는 때아닌 메이크업 강의가 펼쳐졌다. 아모레퍼시픽이 여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마련한 메이크업 교실에서다.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부터 해마다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라이프(AMOREPACIFIC Makeup your life)’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행사는 암 치료 탓에 외모 변화로 고통받는 여성 암환자를 위해 마련했다. 암 치료 과정에서 겪는 피부 변화와 탈모 등은 환자이기 전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 탓에 급격한 외모 변화 겪어


이 캠페인에는 방문판매를 담당하는 ‘아모레 카운셀러’와 교육 강사가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의미를 더한다. 평소 영업맨으로 활약하는 이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여성 암환자를 위한 ‘미의 전도사’로 변신한다. 지난해까지 캠페인에 참가한 여성 암환자는 1만994명. 이들의 메이크업을 도운 아모레퍼시픽의 자원봉사자는 4033명에 이른다. 매년 참가를 희망하는 환자와 봉사자가 늘면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자리잡았다. 아모레 카운셀러 박정아(47)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박씨는 “항암치료를 받다 보면 머리와 눈썹이 빠져 상심하는 분이 많다”며 “수강생 대부분이 색조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데, 작은 손길만으로도 훨씬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상반기 행사에 참가한 이서연(50)씨는 2014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폐암으로 전이돼 항암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 이씨는 “모든 것이 귀찮고 힘들어 화장하고 꾸밀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며 “치료 탓에 피부가 많이 건조해져 온몸이 가려워 잠들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참가자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보습을 강조한 ‘맞춤식 메이크업’을 전수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가자 박인숙(49)씨는 지난해 유방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항암치료도 견디기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외적인 변화에 무기력감과 우울증이 한층 더 깊어졌다. “독한 약물로 치료하다 보니 몸 전체 피부색이 어둡고 거칠어져요. 피부가 건조해 가렵고, 손톱이 거뭇거뭇하게 변하죠.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는데 병마와 싸우는 것만큼이나 외모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어요.” 전문가의 손길로 곱게 메이크업을 한 박씨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박씨는 “오랜만에 메이크업을 받으니 외모에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의 조주희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암치료로 겪는 외모의 변화가 환자의 삶의 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138명의 유방암 환자를 조사한 결과 69.5%는 탈모를 겪고 있으며 55.5%는 가슴 크기 변화를, 50.8%는 피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외모 변화는 항암치료를 받은 후 6개월 이상이 지난 환자군의 경우에도 유사한 비율로 나타났으며, 이는 각각 일반인의 7.9배(탈모), 12.6배(가슴 변화), 5.4배(피부 변화)에 달하는 높은 수치이다. 조주희 교수는 “암환자의 경우 일반인과 같은 정도의 외모 변화에도 스트레스에 훨씬 취약했다”며 “치료 후 외모 관리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환자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 카운셀러의 따뜻한 말 한마디도 환자에게는 위로로 다가온다. 자원봉사를 나온 차경혜(40)씨는 메이크업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차씨는 “남편의 암투병으로 나 역시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해봐서 환자들의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며 “환자들이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는 시절을 경험해봤기에 누구보다 이 캠페인의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캠페인은 상반기(5~7월)와 하반기(10~11월)로 나눠 진행했다. 상반기 캠페인에는 전국 20개 지역 병원 환자 850여 명을 찾았다. 하반기에는 16개 병원에서 700여명의 환자를 만날 예정이다. 암 수술 후 2년 이내로 현재 방사선 또는 항암치료 중인 여성 환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헤라(HERA) 메이크업 제품과 프리메라(Primera) 스킨케어 제품,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브로셔로 특별 구성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키트’를 제공한다.

중국·베트남·싱가포르 등 6개국으로 확대


병원 캠페인 외에도 특별한 행사 등을 앞둔 여성 암 환자를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도 연중 운영한다. 사연 접수를 통해 참가자를 받으며 아모레 카운셀러 자원봉사단이 직접 환자의 자택이나 병실로 방문한다. 참가자는 메이크업과 피부관리 노하우를 알려주고, 아름다워진 모습을 전문 포토그래퍼의 사진으로 남기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세한 정보 및 참가 방법은 ‘2017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운영국으로 문의하거나 e메일(makeupyourlife@naver.com)로도 접수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지역을 포함해 향후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의 행사 횟수와 수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우동 아모레퍼시픽 전무는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 카운셀러는 오랜 시간 누적된 ‘아름다움’이라는 자산을 사회와 나누기 위해 지난 2008년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여성 암 환자 여러분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병을 극복하고 더욱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실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2011년부터 중국·베트남·싱가포르 등으로 지역을 확대해 올해까지 6개국 1만4065명의 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020년까지 20만 명 여성의 삶을 아름답게’를 목표로 한 사회공헌 활동 ‘20 by 20’을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여성의 건강·웰빙 지원사업과 여성의 경제 역량 강화사업에 각각 35억원의 기부금을 집행, 연간 5만여 명의 여성에게 희망을 전한다는 방침이다.

1407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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