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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시대 누가 이끌까] 믿을 건 IT … 소재·산업재·中소비주 관심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증권사 투자전략팀장 5인 전망 … 이익 상승 모멘텀 있어야

▎사진:ⓒgetty images bank
숲이 무성해진다고 그 안의 모든 나무가 푸른 건 아니다. 지수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어떤 업종·종목이 상승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분위기를 이끈 IT의 주도가 이어질지, 강세장 속에서 어떤 업종으로 상승세가 확산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주요 증권사의 투자전략 담당자들은 코스피 3000 시대로 향하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수출 중심의 대형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중간중간 순환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종목 확산 제한적” 분석도


전문가들이 코스피 3000시대의 주도주로 꼽는 업종은 단연 IT다.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이익이 많이 늘어난 IT 관련 산업이 이번 상승 사이클 흐름을 끝까지 같이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승 추세에서 주도주가 끝까지 이끌어가는 현황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강세장에서 주도주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기업 이익이나 시가총액 비중을 봤을 때 현재 강세를 이끌고 있는 IT, 특히 삼성전자가 계속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300포인트에 도달한다는 것은 국내 대다수 기업의 이익 성장세가 유지돼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러기 위해선 IT 기업의 성장이 지속된다는 게 전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주도 업종으로의 쏠림이 그간 소외된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종목별 순환매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강세장의 주도주는 잘 안 바뀌지만, 주도주가 크게 오른 후 일시적으로 비싸 보이는 시기가 온다”며 “이때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부 다른 종목으로 유동성이 순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팀장은 “주도주가 살아 있지 않은 ‘종목 확산’은 없지만, 만약 삼성전자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후 300만원 전후에서 보합세를 이루면 종목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달리 단기적으로 종목 확산이 이뤄지더라도 주식시장의 쏠림 현상의 해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순환매 추세가 나타나기보다는 주도주가 쉬는 동안 일시적·반복적으로 특정 종목·업종이 주목받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2004년, 2009년 국내 증시 상승기의 경험을 보면 각각 조선·철강과 ‘차화정’이라는 주도주가 끝까지 밀고 올랐지 종목이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다”며 “내년부터 선진국의 유동성이 풀리는 속도나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 오히려 양극화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이익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세계 교역량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업종 선순환에 대한 기대감은 생겨나고 있다”면서도 “그런 선순환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단순히 ‘지금까지 안 올랐으니까 오른다’가 아니라 당장 내년 1분기부터라도 가시적인 실적의 변화가 수반되는 종목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이익 모멘텀이 가장 큰 변수”라며 “이익 개선이 시작됐거나 이익의 상향곡선에 가속도가 붙은 기업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전문가들이 종목 확산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 업종은 경기 민감주 가운데 그동안 소외된 소재·산업재와 한·중 갈등 심화로 부침을 겪었던 중국 소비주 등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 사이클에서 초기 국면을 주도하는 게 IT고 중·후기에 혜택을 보는 게 소재·산업재”라며 “대표적인 소재·산업재 업종인 철강·화학·운송·기계·조선이 내년에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홍 팀장도 “상승세를 이끈 국내 기업의 영업 실적을 보면 IT가 약 40%, 소재와 산업재가 각각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이 수출 업종 위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낙관적인 세계 경제 전망이나 각국 통화정책 방향을 봤을 때 물가 상승에 편승하는 전략에 무게가 실린다”며 “물가 상승과 이익이 연동되는 철강·비철금속·화학·조선 등에 시선이 간다”고 말했다.

한편 이 팀장은 “IT 이외의 다른 주도 전략은 올해 금융주였다면 내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수혜주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성장육성 정책이 좀 더 가시화되면 제약·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관련주 등에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또 중국 소비주가 상승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봤다. 이 팀장은 “단순히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완화의 효과뿐 아니라, 실적이나 업황을 봤을 때 내년엔 기저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시화하는 상황이라 중국 소비주의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박 팀장은 “자동차 업종이 사드 관련 기저효과와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남아 있고, 소프트웨어 업종도 내년 이익이 20~30%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형주 주도 추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중소형주는 성장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에 주로 시장 전체의 성장이 보이지 않을 때 이런 주식을 선호하는데, 지금은 경제 확장이 기대되는 국면이라 무리하게 중소형주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경기 회복에 수출 업종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내수 산업에서는 뚜렷한 개선세가 보이지 않는다”며 “수출 업종 비중이 높은 대형주가 증시 강세기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1408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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