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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31) ‘뉴뉴트럴’ 시대의 투자법] 잃지 않는 투자에 집중하라 

 

서명수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
손실 구간서 위험선호적 성향 강해...포트폴리오 전체로 손익 판단하고 적절한 손절매를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발표한 ‘2017 세계 경제 대전망’에서 내년도 한국 경제에서 새롭게 부각될 5대 현상을 꼽았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뉴뉴트럴(New Neutral)’ 시대란 말이다. 소비절벽 우려에 설비투자 개선이 미흡하고 건설경기 둔화 등으로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점이 뉴뉴트럴의 이유로 지목됐다. 뉴뉴트럴 시대는 3~5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뉴뉴트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처럼 경기 확장세로 돌아서지는 못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처럼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상대적으로 경제 하방 위험이 줄어 안정적인 상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가 2014년 4월 발표한 용어다. 핌코는 2014년 4월 14일 ‘새로운 중립(The New Neutral)’을 통해 “이제 뉴노멀도 가고 뉴뉴트럴 시대가 됐다”고 예측하면서 뉴뉴트럴을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도 않는 중립기어를 넣은 자동차에 비유했다. 뉴뉴트럴의 핵심은 중립적인 금리인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중립적인 수준으로 평균보다 낮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뉴뉴트럴 시대에는 연평균 채권 수익률은 3%, 주식 수익률은 5%로 시장이 강세장도 약세장도 아닌 중립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3~5년은 이어질 뉴뉴트럴 시대


그렇다면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뉴노멀 시대엔 재산을 불리는 것보다 ‘잃지 않는 투자’가 대세였다. 뉴뉴트럴 시대에도 잃지 않는 투자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잃지 않는 투자란 한마디로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원금을 지키는 것이다. 잃지 않은 투자는 어떻게 하는 건지 언론매체에서 수없이 언급했고 관련 서적도 많이 나와 있다. 투자 대상의 성장성보다는 가치를 중시하고 위험과 수익의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중위험·중수익 전략을 추구하면 잃지 않는 투자가 성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잃지 않는 투자란 꼭 뉴뉴트럴 시대의 금언만은 아니다. 시대와 증시 상황을 뛰어 넘는 불변의 진리이자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물 좋은’ 장에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 주가가 떨어져 본의 아니게 주식을 오래 보유하다가 원본이 회복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매도에 나서는 매매 행태 때문이다. 만약 주가가 매도 후에도 오른다 하더라도 섣불리 재매입을 하지 못한다. 여러 종목을 보유하는 포트폴리오 투자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과 상황을 가정해보자. A회사 주식과 B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두 주식 모두 100만원에 샀다. 현재 A회사는 50만원이고 B회사는 150만원이다. 이번 달 아파트 관리비 50만원을 내야 하는데 현금이 없다. 그래서 둘 중 하나를 팔아야 한다. 개인들은 이 상황에서 십중팔구 이익을 보고 있는 B주식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익을 내고 있는 주식을 팔고 손실을 내고 있는 주식을 보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A회사 주식을 파는 순간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고 싶은 때문은 아닐까.

투자의 세계에선 누구나 위험을 싫어한다. 이를 위험회피 성향이라고 한다. 위험회피의 개념을 최초로 설명한 인물이 18세기 스위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야콥 베르누이다. 베르누이는 유체의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낮아진다는 베르누이 정리로도 유명하다. 그는 사람의 행복은 돈이 많아질수록 증가하지만 그 증가율은 감소한다고 가정했다. 부가 늘어나면서 추가된 부의 증가분의 영향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가난한 사람에게 1억원은 횡재지만,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에겐 큰 의미가 없다. 돈이 많을수록 돈을 벌려고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경제적 의사결정은 효용의 절대적 가치보다는 상대적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베르누이는 간과했다. 예를 들어 연봉이 3800만원인 사람과 3000만원인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할지 물으면, 당연히 연봉이 3800만원인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전년 연봉이 각각 4000만원과 2800만원이었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3800만원보다 3000만원인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의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손실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인간의 성향이 거래와 의사결정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를 ‘손실회피심리’라고 한다. 손실회피는 한마디로 이익이 가져다주는 기쁨보다 손실이 가져다주는 고통이 더 큰 현상을 말한다. 부의 효용곡선을 이익구간과 손실구간으로 나눠 그래프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는다. 효용곡선은 전체적으로 S자 형태를 취하는데, 이익구간에선 완만하게 상승하다 손실구간으로 넘어오면 가파르게 하강한다.

사람들은 이익이 증가할수록 부의 효용이 줄어 ‘이 정도면 배부르다’며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가 발동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왜 상승장에서 수익이 난 주식을 재빨리 매도해 수익을 더 키울 기회를 발로 차버리는지 그 이유가 여기서 밝혀졌다. 대신 이득을 위해 굳이 위험을 안으려 하지 않던 성향이 손실을 보면 거꾸로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것으로 바뀐다. 이익구간에서 ‘위험회피적’이지만 손실구간에선 ‘위험선호적’이 된다는 말이다. 이는 어떻게 해서든 손실이 실현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비이성적 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단 위험선호 성향은 본전을 만회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을 때 강하게 발동된다. 하락장처럼 본전 만회 가능성이 작을 때엔 손실상황은 그다지 위험선호 성향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주식투자에서 보유 주식이 손실이 날 경우 주식을 추가 매수해 매입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는 손실구간에서의 위험선호 성향을 잘 보여준다. 물타기는 자칫 손실폭을 더 키워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가망이 없는 주식이라면 물타기가 아니라 손절매를 하는 것이 결국은 잃지 않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또 종목별로 손익을 따질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위험선호 성향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가 된다.

죽기보다 싫은 손실의 고통

도박에선 돈을 잃었을 때 본전을 만회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이는 투자전문가들의 행동에서도 발견된다. 펀드매니저들은 그들이 관리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벤치마크를 한참 밑돌고 있을 때 그해 마지막 분기에 큰 위험을 감수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회사에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경우 필사적으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이런 태도는 일자리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펀드매니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손실을 만회하지 못할 경우 훨씬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금융회사의 관리자들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직원들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비록 정상적인 위험회피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도 큰 손실로 압박에 시달리고, 동시에 본전 만회의 가능성이 남아 있을 경우 극단적인 위험도 감수하려 들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한 선물중개인이 투자 손실을 회복하려고 무리수를 동원하다 회사를 파산하게 만든 영국의 베어링사 사태는 훌륭한 반면교사다.

※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1408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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