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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독 비싼 아이폰] 일본에 가서 아이폰X 사와도 남는 장사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판매세율 높은 유럽 제외하면 한국이 사실상 최고가...애플코리아 측은 묵묵부답

▎사진 : GETTY IMAGES BANK
애플이 11월 24일 국내에 출시하는 아이폰X(텐) 가격을 64GB 모델 142만원, 256GB 모델은 163만원이라는 역대 최고가로 책정한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 판매가격이 미국·일본·홍콩·싱가포르·대만·호주 등지보다 많게는 20만원 넘게 비싸게 책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에서 142만원에 판매될 예정인 아이폰X는 미국에선 999달러(약 112만7000원)에 팔리고 있다. 애플 본사가 자리한 캘리포니아주 판매세 7%를 포함시킨다고 해도 한국보다 20만원 넘게 싸다. 특히 일본에선 같은 모델이 11만2800엔으로 미국보다도 싼 994달러(약 110만7603원)다. 일본에 직접 가서 아이폰X을 사고 세관에 정식으로 세금을 내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싸다. 11월 14일 제주항공의 인천발 도쿄 왕복 항공권은 14만9000원이다. 아이폰X 일본 현지 판매가는 110만7603원이므로 세관에 자진신고해 세금 6만1103원을 내고도 몇 만원이 남는다. 일본은 미국과 같은 아이폰 1차 출시국으로 11월 3일부터 아이폰X을 팔고 있다.

새로운 아이폰 모델이 발표되는 가을이면 애플의 한국 내 가격정책에 대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현지에서도 고가 논란이 있을 정도로 시끄럽다. 애플이 프리미엄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최종 가격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아이폰X 미국 출고 가격은 999달러지만,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판매세를 별도로 부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미국에서도 1000달러를 넘는 첫 스마트폰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공개한 지난 9월 “아이폰X은 처음으로 네 자릿수 가격을 기록한 스마트폰”이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장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서도 아이폰X 고가 논란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별로 차별적인 가격정책을 가져가는 근거로 대부분 환율과 현지 부가가치세 그리고 거점 시장 여부를 꼽는다. 한국의 부가가치세는 10%로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하며, 지난 3개월 간 환율도 1달러당 1110~1140원대로 안정적이었다. 다만 한국이 애플의 지역 거점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는 이미 있는 애플스토어가 11월 말에야 서울에서 문을 연다. 아이폰 2차 출시국 명단에도 올해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도 3차 출시국이었다가 고가 논란이 벌어진 직후인 11월 9일 2차 출시국으로 격상됐다.

문제는 한국의 아이폰X 가격이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봐도 여전히 무척 비싸다는 데 있다. 본지가 아이폰X의 세계 출시가격을 조사해본 결과 아이폰X 가격이 비싼 곳은 대부분 유럽 국가였다[표 참조]. 헝가리가 37만8990 포린트(약 1455.23달러)로 가장 비쌌다. 출시가격이 1400달러대인 곳은 이 외에도 덴마크·스웨덴·이탈리아가 있다. 이들 4개 국가의 공통점은 현지 판매세가 25%(이탈리아는 22%)라는 점이다. 한국보다 판매세가 낮은 나라 중에서 아이폰X 가격이 높은 곳은 없다. 하지만 판매세가 한국보다 높은데도 출고가격이 낮은 곳은 중국(17%)·뉴질랜드(15%)·멕시코(16%) 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쯤 되면 한국 판매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의견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판매세가 20%대로 높은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면 한국은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게 아이폰X를 사야 하는 나라다. 인도의 판매세는 12.5%다.

그렇다면 한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적어서 비싸게 사야 하는 걸까? 온라인 통계 사이트 스테이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아이폰은 모두 290만대로 추정된다. 애플의 지난해 해외 판매 아이폰 물량이 2억1188만대였으니 한국 시장 물량은 전체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세계에서 아이폰X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일본의 연간 아이폰 구매 대수는 2012년 670만대에서 2013년 1420만대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1960만대가 팔렸다. 해외에서 판매된 전체 아이폰의 8~9%가 일본 시장에서 팔렸다. 한국보다 10배 가까이 많다.

세금·환율·인구·거점 여부 등 감안해도 비쌀 이유 없어


하지만 이스라엘 IT 미디어 포켓나우는 지난해 인도의 아이폰 판매량이 급성장해 250만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인구 10억이 넘는 대국 인도에서 급성장한 아이폰 판매량이 한국보다도 적었다. 세금·환율·인구 등을 고려한 거점 지역 여부에 이어 판매량을 대입해봐도 한국의 아이폰X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야 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애플은 공식적으로 자사 가격정책, 지역별 판매 관련 수치를 공개한 적이 없다.

애플코리아 측은 이번에도 지역 가격정책 기준, 판매량과의 연관 관계 등을 묻는 질문에 “해당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자는 아이폰 사용자다. 애플 고객센터에 고객 자격으로 한국 출시가격에 대해 물었다.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고 해서) 아이폰X 64GB 가격을 한국에서 낮출 확률은 희박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화를 끊자 이동통신사에서 ‘2분 통화에 277.2원을 부과한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싱가포르로 연결돼 국제전화 요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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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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