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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는 적고 의무는 많은 특수고용직] 기본급·4대 보험은 그림의 떡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학습지 가격 올라도 교사 소득은 제자리걸음...산재보험 가입한 골프장 캐디 2.7% 불과

날마다 출퇴근하지만 휴가는 따로 없고, 실적은 강요받지만 기본급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이들에게 4대 보험과 기업의 복리후생 제도는 남의 이야기다. 법률상 영세 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내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건설운송노동자의 경우에는 건설 업체와, 학습지교사의 경우에는 대교나 구몬 같은 학습지 회사와 개별적인 계약을 하는 독립사업자인 셈이다. 우리 사회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현주소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라고 불리는 직군은 일면 공통점이 없는 다양한 직종의 집합이다. 대표적으로는 건설운송노동자,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A/S 기사, 애니메이터, 방송작가, 간병노동자(호스피스), 학원차량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이 특수고용직군에 속한다. 이 같은 특수고용직은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3만7000명 택배기사 중 500명만 노조 소속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은 지난 11월 3일 특수형태고용 종사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으로는 처음으로 노조 설립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택배업체 수는 17개, 택배기사 수는 3만70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에 설립한 노조에 소속된 택배기사는 500여 명에 불과하다. 여전히 다수의 택배기사는 노조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일 평균 근무 시간은 12시간이 넘는다. 택배기사의 수입은 택배에 따른 수수료에 따라 결정되지만 택배수수료는 지나치게 낮다.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택배기사의 평균 월소득은 400만~500만원이지만 차량유지비와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수입은 평균 250만원가량이다. 택배기사 권종호(가명·53)씨는 “하루 평균 100개 이상의 화물을 실어 나르는데, 무거운 짐을 나르다 보면 몸이 성할 날이 없다”며 “그럼에도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보니 병원 가는 일도 본인 부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권위의 선행연구에 따르면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한 택배기사 수는 4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째 회사와 법정다툼을 이어오고 있는 학습지교사도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으로 꼽힌다. 대교·재능교육 등 학습지 회사들은 교사를 위탁계약을 맺은 자영업자로 간주한다. 반면 교사들은 자신들이 회사에 고용된 근로자라고 주장한다. 업체와 교사 간 법적 지위 다툼은 현재 2년째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학습지 교사 정인숙(가명·47)씨는 18년째 일하고 있다. 시작 당시만 해도 20대 후반의 기혼 여성으로서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롭고 월평균 2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학습지 교사는 매력적인 일자리였다. 그러나 학습지 가격은 물가에 따라 올랐지만 그의 소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정씨는 “학생이 내는 회비에서 떼는 수수료가 곧 월급인데 회사에서 책정한 수수료율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며 “초임 교사 시절 40%였던 수수료율은 오히려 35%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교사가 부담하는 부대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교재와 교구 등 짐이 많아 자가용을 몰고 다니지만 유류비는 교사 부담이다. 정씨는 “학생이 갑자기 그만두기라도 하면 월말 정산에 사비를 들여 회비를 충당하기도 한다”며 “학생의 개인사정을 맞춰 가정 방문을 하다 보면 퇴근시간은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하루 평균 12시간 일하는 그가 한달 버는 돈은 150만원이 채 안 된다.

정씨와 같은 학습지 교사는 전국에 약 6만~7만명(2012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연령은 34.2세, 여성의 비율이 90%, 평균 근속년수는 3.9년, 평균소득은 152.7만원가량이다. 대부분의 학습지교사는 학습지 업체와 실적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는 ‘위탁 사업자’ 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은 매년 갱신된다. 학습지 교사의 급여는 위탁계약의 특성상 기본급이 없고 매달 신규 회원과 기존 관리 회원 수에 연동해서 지급되는 관리수수료, 성과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학습지 교사의 상당수는 정씨처럼 1980~90년대에 입사해 20여년 일한 장기 근속자다. 그러나 아직까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또 4대 보험 중 건강·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은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산재보험은 교사가 원할 경우 교사와 회사가 반반씩 부담해 적용한다. 오수영 민주노총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 지부장은 “교사는 회사가 정해준 업무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고, 회사는 교사의 일별, 월별 업무를 지휘·감독한다”며 “그런데도 우리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골프가 대중화되며 골퍼의 플레이를 돕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은 중요한 서비스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대우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골프장 캐디 수는 2만2300여명(2012년 기준)으로 파악됐다. 이 중 산재보험에 가입한 규모는 약 2.7%인 600여 명에 불과하다. 종사자의 80% 이상은 여성이다. 이들의 취업 경로는 인력파견 업체를 통해 용역계약을 하는 형태와 경기보조원 양성학원을 통한 형태로 구분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캐디의 월평균 수입은 220만~240만원 수준이다. 성수기에는 300만~400만원에 달하지만 비수기인 11~2월에는 100만원 내외에 그친다. 경기보조원의 주 소득원은 골퍼들이 내는 캐디피다. 캐디피는 골프장이 결정하는데, 팀당(4인 기준) 대개 12만원이다. 골프장과 경기보조원 간 문서로 된 계약 체결은 없다. 필요한 규제는 골프장의 일방적인 근무수칙으로 정하거나 상조회, 자치회 등 경기보조원으로 구성된 자치모임 명의로 된 근무수칙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캐디 자치회도 사실상 골프장 대리인

문서화된 계약서는 없지만 경기보조원은 골프장으로부터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다. 대다수의 골프장에서는 경기보조원의 조회를 실시하고, 업무를 지시한다. 불참할 경우 징계를 받는다. 또 경기 도중에 발생하는 사항에 대해 무전기를 통해 골프장 측에 보고하고, 일지를 작성한다.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골프장으로부터 경기를 빨리 진행하도록 요구받고, 지연시 라커·골프장 청소 등의 벌칙을 받기도 한다. 골프장이 일종의 징계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2000년대 중반 전국 30여개 골프장에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경기보조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에 골프장은 캐디의 노동자성을 없애기 위해 직접적 업무지시 방식을 간접적으로 바꾸고, 자체적인 근무수칙을 내세웠다. 경기도 내 한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경기보조원은 “겉으로는 자치회가 근무수칙을 정하고, 고참자의 주도로 업무 지시가 이뤄지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대리인인 셈”이라며 “경기 중 일어나는 사고나 성희롱 문제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지만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를 누릴 수 없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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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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