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멤버십

Focus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4) 지그재그] 여성의 쇼핑 패턴에 안성맞춤 서비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월간 150만 명이 쓰는 인기 앱으로 자리잡아...개인화와 크롤러 기술로 온라인 쇼핑 불편함 줄여

▎10월 중순 서울 서초동의 지그재그 사무실에서 만난 서정훈 대표가 지그재그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원동현 객원기자
1990년대에는 ‘직구(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행위)’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때에도 한 청년은 직접 싱가포르 등지로 나가 옷가지를 직접 사곤 했다. 당시 싱가포르 비행기 왕복 티켓 가격은 30만~40만원 대. 비행기 티켓 가격을 감안해도 한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해외 유명 브랜드는 현지에서 사는 게 훨씬 저렴했다. 특히 ‘세일’ 기간을 집중 공략했다. 세일 기간을 이용해 100만원 정도의 옷을 구매했다. 당시 한국에서 그만큼의 옷을 사려면 200만~3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 청년은 지금 여성 의류 관련 일을 하는 창업가로 변신했다. 동대문 기반 온라인 쇼핑몰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지그재그(ZIGZAG)’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는 서정훈(41) 대표다. 남성이 여성 관련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패션시장에 대한 남다른 시각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20대 때부터 쇼핑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옷을 고르는 성향이 남달랐고, 여성들의 쇼핑 패턴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5조원 시장 규모의 동대문 기반 온라인 쇼핑몰 타깃

지그재그를 남성들은 잘 모르지만, 여성들은 필히 설치해야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통한다. 그는 “남성과 여성의 쇼핑 스타일은 매우 다르다”는 말로 여성만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대다수의 남성은 ‘검은색 재킷’을 구매하러 백화점에 가면 행동 패턴이 비슷하다. 1층에 있는 화장품 매장을 곧장 지나서 바로 남성복이 마련된 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검은색 재킷이 있는 곳에 가서 몇 마디 물어보고 바로 구매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와 달리 여성이 똑같은 ‘검은색 재킷’을 구매하러 백화점에 가면 전혀 다른 행동을 보여준다. 1층 화장품 코너부터 다양한 매장을 방문한다. 이후 여성복 코너에 가서도 다양한 매장에 들러 스타일과 가격을 비교하게 된다. 서 대표는 “남성이 10~20분 만에 옷 하나를 구매하는 데 반해 여성들은 옷 하나 사는 데 보통 1시간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남성들보다 훨씬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서 대표는 보세옷 쇼핑몰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동대문 도매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그는 “동대문 기반 온라인 쇼핑몰은 논브랜드 마켓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시장 규모만 5조원”이라며 “2000~3000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있는데, 쇼핑몰을 한 곳에 모으면 여성들의 온라인 쇼핑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2000~3000개의 논브랜드 온라인 쇼핑몰을 한 곳에 모은다고 전부가 아니었다. 2015년 6월 지그재그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는 있었다. 지그재그는 쇼핑몰 상품을 모으고 여기에 쇼핑몰 랭킹 등을 도입하면서 차별화했다. 그는 “대부분 100개 정도의 쇼핑몰을 모았고, 사람이 직접 신상품 같은 것을 직접 찾아서 반영해주는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

기술도 접목했다. 지그재그 기술의 핵심은 ‘개인화 추천’과 ‘지그재그 크롤러(crawler)’다. 지그재그는 사용자의 성향과 원하는 스타일과 가격 등에 맞는 쇼핑몰과 상품을 추천해주는 게 핵심이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이나 쇼핑몰에 사용자들은 ‘찜’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찜을 이용하면 가격과 스타일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된다. 크롤러는 각기 다른 플랫폼의 쇼핑몰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품절 여부, 가격 변동 등의 내용이 있으면 바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준다. 이런 툴을 이용하기 때문에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8000여개의 신상품 소식을 사용자가 바로 알 수 있게 됐다.

여성들이 원했던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일까. 지그재그는 정식 론칭 후 지난 8월 현재 8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월간 사용자(MAU)는 150만 명이 넘는다. 서 대표는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2000억원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벤처캐피털도 지그재그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1월 알토스벤처스가 30억원을 투자했다. 4월에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가 70억원을 투자했다.

사용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즈니스 모델은 없는 상황이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그는 “지난해 수수료 정책을 2주 정도 시행했다가 접었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에 대해 “수수료를 받으려면 지그재그를 통해 결제해야 하는데, 그러면 사용성이 조금 복잡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 서비스의 목표는 사용자의 편리함과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 확장인데, 수수료 정책은 아직 맞지 않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성공에 다가서려면 서비스의 본질 고민해야

서 대표는 올해 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몰 광고다. “모바일 전용 서비스인데, 광고를 올리면 사용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서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중에는 광고를 원하는 곳이 많다”면서 “사용의 편리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광고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그재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어느 정도나 효과가 날까. 그는 “아직은 베타 테스트 중인데, 광고비와 광고효과는 론칭 시점에 나올 것 같다”며 “아직은 다양한 상황을 검토 중”이라며 웃었다.

서 대표는 2004년 미디어학 석사 취득 후 IT 기업의 계열사 대표까지 맡을 정도로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인재였다. 그는 독립을 결심해 2012년 크로키닷컴을 창업했다. ‘크로키’는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을 짧은 시간에 그린 그림을 뜻한다. IT업계에서 빠르게 변하는 현상과 트렌드를 본질적으로 구현하고 싶어서 채택한 사명이라고 한다. 창업 이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사전앱 서비스 ‘비스킷’과 아마추어 스포츠팀 관리 서비스 ‘Teamable’ 같은 서비스도 출시했다. 실패하지는 않았지만, 큰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 뜻한 대로 되지 않던 사업을 우뚝 서게 한 것이 지그재그 서비스였다. 그는 “처음 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다들 미쳤다고 말할 정도로 절대 성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그럼에도 도전한 이유는 여성의 쇼핑을 쉽게 해주는 서비스라는 본질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는 있지만, 성공 여부는 누가 본질에 더 빨리 다가가느냐로 판가름 난다”고 조언했다.

/images/sph164x220.jpg
1409호 (2017.11.2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