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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반도체가 이끄는 증시, 우려도 커질 수도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세계적 호황에 삼성전자·하이닉스 이익 눈덩이...반도체 대안 마땅찮아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다. 경기 회복의 영향이 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약간 높은 3.8%가 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주가를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국내도 비슷하다. 부진을 면치 못했던 소비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3분기 성장률이 3%대로 올라왔다. 앞으로 모습도 선진국과 비슷하게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형태가 되지 싶다. 구조조정 상시화에 따른 영향도 있다. 2013년에 기업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3년 넘게 정체와 감소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선·은행·건설 등 부진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는데, 그 효과가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들면서 개선 속도가 더 빨라졌는데, 부진 업종의 영업이익이 2013년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어


당분간 이익 증가가 이어질 걸로 보인다. 올해처럼 높은 이익 증가율은 어려워도, 소폭의 이익 증가는 무난할 것이다. 1년 반 동안 이익을 끌어올렸던 요인들이 계속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반영해 주가도 느리지만 꾸준히 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7월까지 상승은 지난 6년 동안 쌓여왔던 이익이 주가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과정이었다. 그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었다. 과거 이익의 반영이 마무리됐고, 10월부터는 미래 예상되는 이익을 기반으로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이익 증가만큼 주가가 움직이는 형태가 될 텐데,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2018년 이익증가율은 5% 내외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를 때는 상승을 이끄는 주도주가 있다. 주도주가 바뀌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 셋 중 하나에 해당한다. 첫째는 핵심 산업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다. 1976년에서 78년까지 이어진 1차 대세 상승과 85년부터 88년까지 이어진 2차 대세 상승은 둘 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해 전체 이익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 1차 대세 상승은 경공업 중심으로 짜인 시장에 건설업이 등장해 전체 판을 뒤바꿔 놓았다. 2차 대세 상승은 경공업이 중공업으로 대체되는 과정이었다. 뒤로 가면서 본질이 흐려지기는 했지만 1985~86년 주가 상승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와 자동차, 화학 등으로 시작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1, 2차 대세 상승만큼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1999~2000년 사이에 있었던 IT버블도 비슷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코스닥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겼고, 인터넷·이동통신 등 신규 산업이 나오면서 시장이 부분적으로 대체됐다.

두 번째는 기존 산업의 경기가 좋아질 때다. 2003~2007년의 자동차·화학·정유·조선·철강의 상승이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도 존재했지만 중국 특수에 따른 호황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 경우 특수가 소멸되면 주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1999년 반도체 주식도 비슷한데,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마지막은 단순 재분류다. 1992년에서 94년까지 종합주가지수가 배 이상 상승했는데 블루칩이 주도주였다.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를 비롯해 각 업종을 대표하는 주식들이 거기에 속했는데 이 기업들이 존속했던 기간만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한다. 이들이 갑자기 주도군을 형성한 건 특정 계기, 예를 들면 외국인 매수 같이 투자자들의 재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승을 주도한 종목은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 2017년 10월 이후 상승에서 그런 특징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데 호황 업종은 반도체다. 올해 시장은 반도체에 의해 모든 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월까지 반도체 투자가 126.9% 증가해 전체 설비투자 증가의 77.2%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10.7%로 커졌다. 과거 호황기 평균인 4.7%보다 배 이상으로 높았다. 대외 거래에서도 반도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9월까지 반도체 수출액이 작년보다 56.2% 늘었다. 이 중 물량 증가율이 25.6%에 달해 수출 증가가 가격 상승 만에 의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상황은 주식시장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우선 2017년 3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까지 올라왔다. 반도체를 포함하는 IT업종의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1.3%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와 피처폰의 호황이 겹쳤던 2004년 1분기의 31.7% 이후 최고치다. 2017년 초부터 10월 말까지 종합주가지수 상승분 중에서 삼성전자가 기여한 부분이 32.4%, SK하이닉스는 8.3%였다. 시장 전체가 반도체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당분간 반도체에 의한 상승이 계속되겠지만 그에 비례해 우려도 커질 것이다. 반도체의 비중이 커지면서 IT산업 전반이 약해질 경우 이를 메울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대안으로 둘을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새로운 성장산업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화학·은행·철강 같은 전통 산업이다. 이 중에는 순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어떤 것은 업종 구조상 이익이 늘어나기 힘든 곳도 있다.

새로운 산업에서 주도주가 나오는 것도 그렇다. 시장이 바이오 주식에 주목하고 있지만 절대 규모가 IT와 비교할 수 없이 작고, 기술력이나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미미하다. 4차 산업도 비슷하다. 작년부터 정부정책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4~5년 전에 이미 주가가 크게 움직인 경험이 있다. 새로울 게 없을 뿐 아니라 해당 테마가 가지고 있는 한계 등 다양한 검증이 끝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10월 이후 바이오 주식이 급등하는 와중에도 주가가 움직이지 못했다. 만일 이들 주가가 상승한다면 그 시기는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조정한 후 시장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맥 못추는 중소형주, 내년 하반기에도 상승 기대

중소형주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된다. 중소형주가 힘을 못 쓰는 건 시장이 처음부터 대형주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기대가 무너지면서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도 중소형주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 원인이다. 중소형주 주가는 성장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달할 때 가장 빠르고 강하게 상승한다. 그 때가 지나고 나면 기대가 현실화될 수 없다는 실망감 때문에 주가가 다시 하락한다. 시장이 대형주의 과거 실적을 반영하는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성장성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투자자들은 중소형주가 상승의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보고 있다. 중소형주는 한번 하락으로 돌아서면 5년 이상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테마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2015년에 하락이 시작됐으니까 아직은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소형주 상승은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한번 정리되고 난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낮은 가격이 중소형주의 상승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될 텐데, 대세 상승 기간 중·대형주에 비해 소외돼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국면이 지나면 2~3년 후 수익을, 마지막에는 실체가 없는 미래 성장성까지 반영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내년 하반기 정도에 상승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1409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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