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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12) 편법 대출 광고] 집값의 80%까지 대출해준다고?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대출 규제 부활하자 편법 대출 광고도 부활 … 사업자금 대출 등으로 바꿔치기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담보인정비율(LTV) 60%가 적용되는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에 집값의 80%까지 빌려준다(왼쪽)는 대출 광고가 등장했다. 인터넷에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해준다고 유혹한다(오른쪽).
‘집값의 80%까지 빌려드립니다. 대출 이자도 3%대….’

요즘 아파트 단지마다 등장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광고 전단의 문구다. 문재인 정부가 잇단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축소하자 아파트 단지 광고판이나 생활정보지, 인터넷에는 이 같은 대출 광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개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집값(국민은행 시세, 또는 자체 조사)의 80%까지, 혹은 90%까지도 대출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광고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한 2009년 성행하다 2010년 대출 규제가 완화하면서 뜸했었다. 그러다 요즘 8년여 만에 대출 규제가 부활하면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가장 먼저 뽑아들 수 있는 카드가 바로 대출 규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를 낮추는 것이다. 돈줄을 틀어막아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방식이다. 대출은 사실 부동산시장에선 생명수와도 같다. 최근 몇 년 간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띤 것도 저금리 기조 속에 은행에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정 자격만 갖추면 수중에 목돈이 없어도 수억원, 수십억 원하는 아파트나 상가, 오피스텔을 쉽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돈 줄 죄기 나선 정부


하지만 돈줄을 죄면 제아무리 자산가라도 쉽게 투자에 나설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정부가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 가장 먼저 대출 규제를 풀고, 반대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 가장 먼저 돈줄을 죈다. 실제로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각종 규제를 도입해 대출 막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쪼그라들자 가장 먼저 대출 규제를 풀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했다. 그래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자 박근혜 정부는 아예 돈을 빌려 집을 사라고 권했다.

저금리와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 완화로 시중 유동자금이 풍부해지면서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선 과열 양상까지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날마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바로 대출 규제였다. 정부는 출범 직후인 6월 19일(6·19 대책) 청약조정대상지역을 설정하고 이 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를 각각 70%에서 60%로, 60%에서 50%로 강화했다. 이 조치는 특히 은행권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까지 동일하게 적용했다. 그래도 시장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에서 다시 한 번,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또한 번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대출 규제에 등장하는 LTV는 ‘Loan to Value’의 약자로 부동산담보대출에서 담보란 당연히 부동산을 의미하는데, 은행에서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100% 인정하는 예는 드물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세 5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린다면 대출 한도는 5억원이 아니라 4억원이나 3억원이 되는 것이다. 이 때 부동산의 담보가치 대비 대출 한도를 백분율로 환산한 것이 LTV다. 시세 5억원짜리 아파트를 빌릴 때 LTV 50% 적용한다면 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이 되는 것이다.

LTV 못지않게 등장하는 DTI는 ‘Debt to Income’의 약자로 총부채상환비율로 번역해 쓴다. 부동산으로 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부채부담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연간소득에 대한 예상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이다. 연간소득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가 상승한다. 10·24 대책에선 신(新) DTI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기존의 DTI는 다주택 보유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반영해 대출 한도를 정한 반면 신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원리금 상환액을 반영해 연간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다주택자가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연이은 대출 규제로 현재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선 LTV와 DTI가 각각 40%로 일괄 하향 조정됐다. 조정대상지역의 LTV와 DTI는 각각 60%, 50%다. 조정대상지역 외 수도권 지역은 종전과 같이 LTV 70%, DTI 60%를 적용하고 있다. 물론 이는 주택담보대출이 한 건도 없을 때 얘기다.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이 있다면 새로 받는 주택담보대출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선 각각 30%, 조정대상지역에선 LTV 50%, DTI 40%, 조정대상지역 외 수도권에서는 LTV 40%, DTI 50%를 적용한다.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LTV·DTI를 일부 완화해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제는 적어도 서울·수도권에선 집값의 80~85%까지 대출을 받기 힘들다. 그런데 어떻게 전역이 투기 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이나 경기도 하남시 등지의 조정대상지역에서 집값의 80~90%까지 대출해줄 수 있다는 걸까. 우선 이런 광고는 대개 캐피털회사 등 제2금융권 대출 모집인들이 낸다. 대출을 유치해야 소득이 생기는 직종이다. 이들이 대출을 늘리는 방법은 사업자등록을 한 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형태가 많다. 사업자금 대출이었다고 하면 금융당국이 크게 규제하기 않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라도 대출 신청 전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사업자금을 빌리는 것처럼 꾸며 대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대출 받으면 이자 급등

또 다른 방법은 대출 규제에 맞춰 대출을 해주고 나머지는 신용대출로 돌리는 것이다. 사실 이런 방법은 급히 목돈이 필요할 때는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출 이자다.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정상적인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보다 대출이자가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사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연 20% 이상을 이자로 떼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대출 광고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대출을 해준다고 유혹한다.

이런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LTV 규제가 있어도 규제 범위를 초과하는 대출이 실제로 적지 않게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 12조9000억원은 LTV가 70%를 넘는 것이었다. 심지어 LTV가 90%를 초과한 대출도 7000억원에 달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대출 규제 강화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만큼 일부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편법 대출 광고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데다 금리마저 상승세인 만큼 무리한 대출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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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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