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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고난도 절세법 꼬리 잡으려면…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경영정보 공개하지 않는 외국계 유한회사의 세금납부 구조 문제 파고들어야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10월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사진:뉴시스
네이버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4조22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은 2조5920원이었고, 국세청에 납부한 법인세는 2740억원이었다. 카카오는 국내외에서 1조4640억원의 매출에 11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법인세로 납부한 금액은 540억원이다. 그렇다면 구글과 페이스북이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올린 매출과 이익은 얼마이며, 세금은 얼마나 냈을까. 우리는 이를 전혀 알 수 없다.

치킨프랜차이즈 페리카나의 지난해 매출은 438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이다. 법인세로는 4억원을 납부했다. 치킨 브랜드로 국내 10위권이면 사실 존재감이 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치킨 업체의 경영실적이나 세금 납부 실적도 우리는 다 알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구글,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법인을 세워놓고 한국 시장에서 돈을 얼마나 버는지는 알 수 없다. 많이 번다고 해서 비난할 것은 아닌데 말이다.

많이 번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 투자책임자가 10월 3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모두 한국 매출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지 아니면 어느 해외 법인의 매출로 잡고 한국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지조차 우리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여러 나라의 세법에 뚫린 구멍을 이용,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기위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는 방식의 수익 이전 구조 때문이다. 국세청은 우리보단 좀 나을 것이다. 한국법인이 신고하는 세무자료에 담긴 매출과 과세소득 등은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로부터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얼마를 해외 법인 매출로 처리하는지 등의 세부 내용은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저희 회사는 매년 태어나고 매년 살아남고 있습니다. 매해가 고통스럽습니다. 엄살이 아니고요.” 이 말을 한 사람은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다. 지난해 7월, 모바일 메신저 업체 라인을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 상장시킨 후 가진 기자간담회장에서 했던 말이다. “어마어마한 돈과 인재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과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하기가 참 버겁습니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뺏기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뺏기고, 페이스북에는 SNS를 다 뺏기고 있습니다. 잠 못 자고 고민을 합니다.”

구글 지도 반출 허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질문하자 이 의장의 발언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브랜드 파워가 세고 돈이 많은 회사에게 지금 시장을 뺏기고 있는데요, 놀라운 건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를 버는지 매출도 알 수 없고, 세금을 내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경쟁해서 커왔는데 이건 매우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처럼 자금력 있는 회사가 한국에 서버를 두는 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서비스를 해서 돈을 벌려면 매출도 정확히 밝히고, 세금도 내야 합니다. 사용자 데이터를 어떻게 쓰는지도 정확히 해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나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네이버가 그랬다면, 여러분들이 절 용서할까요?”

그로부터 1년 반 정도 지난 10월 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국정감사장에서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그는 국내 거대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구글 등 글로벌 경쟁자가 한국을 포함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과 구글은 국내에서 엄청난 이득을 얻지만, 고용도 하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고 서버 트래픽 비용(망 사용료)도 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곧바로 구글코리아가 반박을 제기했다. 구글코리아는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과 관련해서는 “현재 구글코리아에는 수백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작심한 듯 재반박했다. 한성숙 대표 명의로 구글코리아에 7가지 공개질의를 보냈다. 한국 시장에서 구글이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 세금납부액을 밝히라는 내용이 첫째다. 다음으로 인력고용 규모를 포함해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사회기부, 통신망 사용료 등도 공개하라고 했다. 나머지는 검색 어뷰징, 알고리즘, 정치적 압력 등에 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한 구글코리아의 반응은 뻔했다. 존 리 대표는 국정감사장에서도 “특정 국가에서의 매출이나 이익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공개질의한다고 해서 답을 줄 리 없었다.

네이버 vs 구글의 날선 공방


네이버가 알고 싶어하는 내용 가운데 몇 가지를 우리는 2019년 5월쯤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경영실적이나 세금, 고용, 투자 정도는 파악이 가능할 수도 있다. 왜 그럴까. 한가지 질문을 해보자. 페이스북코리아·애플코리아·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루이비통코리아·샤넬코리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번다? 이익을 많이 낸다? 콧대가 높다? 다 맞는 말 일 것 같다. 이뿐만 아니라 회사의 법적 형태가 같다. 이들 모두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구글코리아도 역시 유한회사다. 유한회사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다. 주식회사나 유한회사 출자자들은 자기 출자금액만큼만 책임을 진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외부 차입금 등에 대해서까지 책임지지는 않는다. 주식회사 출자자(주주)는 출자금액만큼, 즉 지분만큼 증권화한 주식을 배정받는다. 주식은 거래하기 편하다. 회사가 성장하면 상장도 가능하다. 주주 수에 제한이 없어 증자로 자금 조달하기도 좋고,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한회사는 원래 출자자 수의 제한(50인 이하)을 받았다.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출자자들의 지분(좌수)만을 표시한다. 예컨대 A가 1만원을 출자했을 때 좌당금액이 1000원이라면 10좌를 갖게 된다. 전체 자본금이 5만원이라면 20%의 지분을 보유하는 셈이다. 유한회사는 채권 발행이나 공모 형태의 자금 조달을 할 수 없으며 지분 양도도 불가능했다. 지분을 증권화하지 않으니 상장도 할 수 없다.

그러던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출자자(유한회사에서는 ‘사원’이라고 함) 수 제한과 지분 양도 금지가 풀렸다. 경제적 실질면에서 주식회사에 많이 근접한 셈이다. 소수 출자자들이 간편한 절차로 설립할 수 있고, 폐쇄적 경영이 가능하다 보니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 대상 법인에서도 빠졌다.

외부감사 대상에서 빠져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기왕 앞에서 치킨 이야기를 꺼낸 김에 치킨 업계를 예로 들어 보자. 최근 수년 동안 가장 욕을 많이 먹은 프랜차이즈 업종을 지목하라고 하면 치킨 업계를 들 수 있겠다. 언론에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이름을 많이 올렸다. 성추행이나 ‘갑질’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꼭 이런 류의 사건이 발생해서만은 아니다. 언론들은 이들의 배당 문제를 주로 거론했다. 오너 일가들이 무리한 배당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가맹점에 대한 착취나 일감 몰아주기가 주로 다뤄졌다. 일부 프랜차이즈에 대해 언론은 ‘꼼수’ 지분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 승계를 했다고 비판했다.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오면 가맹점의 고혈을 짜낸 결과라고 보도했다. 이것을 고수익 유지의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상장기업도 아니고, 시장에서 투자대상으로 주목받는 기업도 아닌데 언론은 자산 대비 보유현금이 많느니 적느니 하며 재무분석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실제로 몇 가지 보도의 제목만 보자. ‘치킨 1세대 페리카나 양희권 회장, 폭탄배당 논란’ ‘가맹점의 고혈? bhc·네네치킨 본사 고수익 유지의 비밀’ ‘교촌치킨 1000원 인상, 회장은 5년간 145억 현금배당’ ‘교촌치킨 배당잔치 논란’ ‘자산 730억 네네치킨, 쌓아둔 현금 517억’ ‘네네치킨, 현철호 회장 일가에 100억원 현금배당’ ‘BBQ의 이상한 증여, 편법승계 의혹’

합명회사로 바꿔 외부감사 피할 수도


‘비비큐 일감몰아주기 편법상속 눈총’…. 언론은 어디서 이런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쓰는 것일까. 바로 이들 회사들이 공시하는 감사보고서가 출처다. 상장기업은 ‘사업보고서’라는 것을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한다. 분기·반기·연말 등 총 네 차례 사업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회사 사업내용과 재무제표, 지배구조, 투자내역 등 어지간한 경영정보가 다 담긴다. 상장기업이 또 하나 공시해야 하는 것으로 ‘감사보고서’라는 것이 있다. 상장기업은 외부 감사인(주로 회계법인)으로부터 회사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받는다. 외부감사인은 그 결과를 담은 감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므로 감사보고서 역시 공시 대상이다.

비상장기업은 어떨까. 이들 가운데 일정 조건(자산·부채 규모, 종업원 수와 매출 이익 등)을 충족하는 기업은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즉 감사보고서 공시의무를 진다. 사업보고서만큼 자세하지는 않을지라도 이 감사보고서에는 회사 재무제표, 주주 구성과 변화, 회사가 투자한 다른 기업 지분과 내역, 재무구조, 배당집행 내역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몽땅 담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부분 비상장기업이다. 하지만 귀에 익은 어지간한 업체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다. 그러니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재무정보를 외부에서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 진출하는 유명 외국 기업이 있다고 하자. 시장 조사 결과 한국에서 돈을 꽤 많이 벌 것 같다. 그렇다면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하거나 상장을 계획하고 있지 않은 이상 굳이 주식회사 형태로 법인을 세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재무제표를 공시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여러 논란(원가율, 배당, 로열티, 사회 기여 등)을 피하려면 아예 경영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유한회사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일부 외국 기업이 애초 주식회사 형태로 출발했다가 나중에 유한회사로 전환한 데는 이 같은 논란을 피하고 싶은 이유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에 기반해 한국 언론이 쏟아낸 기사 대부분은 배당을 해외 본사가 많이 가져간다든지, 사회기부금이 적다는 등의 내용이다. 심지어 해외 주주들의 배만 불리고 한국에 기여하고 있지 않다는 ‘정서적’ 공격에만 치중하는 언론도 있다. 한 공중파 방송은 최근 외국계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뒤져 순이익의 절반을 본사로 보내고 있으며, 국내 투자는 미미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누적된 이익잉여금을 주주들이 배당받는 것을 정당한 권리로 생각하는 해외 기업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적이었을 것이다. 해외 기업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로열티 대가를 놓고 한국 언론이 많고 적음을 따지며 비판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외국인들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까. 감사보고서를 뒤져보니 아디다스코리아가 매출의 10%를 독일 본사에 상표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10만원짜리 운동화를 사면 1만원을 로고 비용으로 내고 있는 게 정당하냐고 따지는 언론에 대해 이들은 경악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번 돈을 재투자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재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건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런 유한회사들도 앞으로는 외부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외부감사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유한회사에 대한 회계투명성 강화와 회계감독 형평성 제고, 회계정보 이용자(거래처·채권자·소비자 등)의 올바른 판단 유도 등이 개정 이유다. 기부금이나 배당, 로열티의 과소 문제를 따져보자는 것이 아니다. 내년에 시행령까지 완비해 11월부터 법 적용이 시작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12월 결산법인이라면 2018년도분 결산재무제표에 대해 2019년 초에 외부감사를 거친 후 5월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것이다.

국제 조세개선 문제에 적극 동참해야

이때쯤이면 구글코리아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할지 어떨지 모르겠다. 단언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구글을 포함해 많은 한국법인이 법적 형태를 유한회사에서 합명회사 등 또 다른 형태로 바꿔 외부감사를 피해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코리아 같은 유한회사에 대해 왜 네이버가 세금과 고용을 밝히라고 요구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망 사용료는 기업과 통신사의 협상력에 따라 좌우될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장경제원칙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적어도 기부금 액수나 로열티와 배당 문제로 외국계 유한회사를 공격하는 일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차라리 구글을 포함해 애플 등의 세금납부 구조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게 더 낫다는 지적이다.

구글 같은 외국계 기업 중 일부는 이른바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라는 기법을 창안,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놓고 해외의 진출 국가에서 발생한 매출을 이곳으로 모아 세금을 아주 적게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구글코리아가 직접 인식하는 매출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 아시아퍼시픽본사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잡는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 때문에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이른바 ‘구글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결국 우리도 기부금 이야기보다는 이 같은 국제 조세개선 문제에 적극 동참해야 한국 기업이 제기하는 역차별 등 정당한 과세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1410호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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