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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늘어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세금·경쟁자 늘고 유해성 논란도 가열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필립모리스·BAT 이어 KT&G도 가세 … 블루오션 이어질지 관심

▎사진 : GETTY IMAGES BANK
필립모리스는 2014년 11월 21일 이탈리아 밀란에서 담배를 태우지 않고 쪄서 수증기와 함께 흡입하는 독특한 방식의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필립모리스는 이날 아이코스를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걸렸고 200억 달러가 들었다고 밝혔다. 아이코스는 담배에 대한 거부감이 큰 선진국 시장을 노린 제품이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11월 20일 한국 담배시장에 궐련형 전자담배 3파전이 시작됐다. KT&G가 11월 20일부터 전자담배 ‘릴’을 공식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필립모리스 코리아가 4월 아이코스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BAT 코리아도 8월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내놨었다.

KT&G 릴 11월 20일 판매 시작


▎KT&G 릴
KT&G는 11월 12일 릴의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준비된 1만대를 모두 팔았다. 릴은 편의점 GS25가 단독으로 판매하며 예약 상품은 20일부터 점포에서 수령할 수 있다. 릴은 무게 90g에 일체형 구조로 돼 있고, 1회 충전시 연속 20개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가격은 9만5000원이다. 다만 공식 홈페이지에서 성인 인증 후 회원 가입해 할인 코드를 발급받으면 2만7000원 싼 6만8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릴 전용 담배 스틱인 핏은 2종류로 갑당 4300원이다. 백복인 KT&G 사장은 “수년 전부터 KT&G는 변화하는 담배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신형 전자담배 등 다양한 제품의 연구개발에 힘써왔는데 릴은 시중의 기존 제품과 비교해 사용 편의성과 휴대성 면에서 경쟁력을 가진 제품”이라며 “오랜 기간 국내 담배시장의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신규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 고형물을 전용 기기에서 열로 가열해 니코틴 증기를 발생시켜 흡입하는 형태의 담배다. 불을 붙여 태우는 일반 담배보다 냄새는 덜하지만, 액상 니코틴을 사용하는 전자담배에 비해서는 담배 특유의 맛이 강해서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에도 흡연자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비교적 높던 일종의 대체 전자담배다.


▎BAT 글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높은 성장세 때문이다. 첫 진출한 필립모리스 코리아의 아이코스 시장점유율 추이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시한 아이코스의 시장점유율은 2분기 0.2%에서 11월 2.1%, 12월에는 2.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필립모리스도 ‘예외적으로 빠르게 확산된 지역’으로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할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필립모리스 측은 “아이코스가 한국에 출시되기 전부터 성인 흡연인구의 20%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었고, 출시 후 4개월 만에 50% 이상이 아이코스를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사가 신경 쓰는 수치는 전환율이다. 일반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넘어가거나 주력으로 이용하게 된 비중을 말하는 전환율은 아이코스의 경우 9월 기준 83%에 달한다. 기존 담배시장에서 피우던 담배 브랜드를 바꾸는 비율이 미미한 데 비하면 담배회사 입장에선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블루오션인 셈이다.

담배 판촉활동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아이코스 출시 초반만 해도 공급이 달려 ‘대란 사태’까지 벌어졌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지만 온통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일반적으로 담배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금 문제가 불거졌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 인상은 확정됐다. 국회는 11월 9일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39명 중 찬성 230표, 반대 1표, 기권 9표로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세율 인상에 대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으로 개별소비세는 기존 126원에서 529원으로 오른다. 압도적인 표차인 만큼 현재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전자담배의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관련 법안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현행 1739원에서 1247원 오른 2986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궐련형 전자담배 회사 3곳의 전용 담배 가격은 모두 4300원으로 추후 오른 세금만큼 가격 인상이 단행되면 일반담배보다 20% 이상 비싸진다.

유해성 논란도 궐련형 전자담배 회사들에게는 부담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초를 태우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유해물질이 상당히 많이 해소된다는 점이 광고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담배 회사들은 궐련식 전자담배가 가열 방식으로 바꾸면서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연기와 냄새가 없거나 훨씬 적다고 주장한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경우 일반 담배와 비교할 때 연소 과정의 유해물질 중 90% 가까이가 줄었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필립모리스는 그러나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아이코스의 인체 영향이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포함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이를 조사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결과를 발표해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흡연율이 다시 증가하면서 담배 판촉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내기로 한 점도 부담이다. 3사는 회원가입을 통해 20% 가까이 할인을 해주고 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런 판촉활동이 모두 금지된다.

이처럼 궐련형 담배 가격이 세금 인상 등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사재기를 금지하는 행위도 구체적으로 정해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11월 9일 ‘궐련형 전자담배 매점매석행위 지정 등에 관한 고시’를 내고 제조업자 및 수입판매업자는 직전 3개월 평균 반출 및 매입량의 110%를 초과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를 거부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고시 종료 시한은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에서 기재부 장관이 별도로 정하는 날까지다. 고시를 위반하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1410호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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