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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담배산업의 규제]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400년 밀당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규제로 경쟁사 견제하고 규제에 성장세 꺾이기도 … 2009년 사실상 ‘사전허가제’ 산업으로

▎미국 팬실베니아주의 한 담배밭. 뒤편으로 담뱃잎을 말려 보관하는 창고와 농가가 보인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담배가 산업화되면서 사업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한 수혜이자 장애물은 역시 규제였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인 1613년 미국은 버지니아주에서 담뱃잎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400년 간 담배회사들은 규제를 만들어 경쟁사를 견제하기도 했고,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세가 꺾이기도 했다. 세계 매출 순위 1, 2위 담배회사가 있는 미국은 담배 규제 역사 역시 길다.

영국은 1629년 4월 7일 식민지 미국에서 담배 경작이 증가하자 이를 제재하는 첫 규제를 단행한다. 식민지 무역을 담당하는 뉴잉글랜드컴퍼니는 메사추세츠 지역에서 의료 목적으로 소량을 생산하는 것 외에 모든 담배 경작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웃한 코네티컷 지역은 달랐다. 코네티컷에선 막 태동한 담배 산업을 애지중지했다. 코네티컷에서만 담배를 재배해야 하며 그 외 지역에서 재배하려면 허가증을 얻어야 한다고 공표했다. 허가제의 시작이다. 한동안 영국 왕실은 스스로 담배 수입 독점권을 주장했다. 제임스 1세는 자신만이 버지니아·버뮤다 지역에서 담배를 수입할 수 있다며 영국에서의 독점권을 주장했다.

1731년 담배 품질검사 의무화

1731년 영국은 최초로 담배의 품질검사를 의무화한 버지니아 법안을 공표한다. 담배 경작을 규제하기 시작한 지 100년이 지나서다. 버지니아·메사추세츠에 이어 메릴랜드 등에서 담배를 재배하는 경쟁 농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는 품질 검사를 위해 의무적으로 창고를 지으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1681년경 담배회사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대형 담배 농장이 미국 동부 지역에서만 이미 9개가 넘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사설 창고 업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이권이 달렸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15년 넘게 걸렸다. 당시 버지니아 지역에서 담배는 화폐처럼 쓰이고 있었으니 15년의 조정 기간이 결코 긴 것이 아니다. 실제로 1696년 버지니아주 법에는 주장관급 공무원 연봉을 담뱃잎 1만6000 파운드라고 명시했다. 18세기까지도 담배는 돈처럼 쓰였다. 버지니아 의회는 1755년 성직자들이 월급을 돈과 담배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865년 독립국 미국은 담배에 대한 규제를 판매 방법으로까지 넓혔다. 담뱃잎을 가득 채운 238l들이 통을 기준으로 매매되던 것을 경매로만 팔도록 강제했다. 메릴랜드주는 1939년 석유처럼 통으로 거래되던 담배를 낱장으로 팔도록 했고, 1947년엔 메릴랜드주립담배공사를 설립한다. 공사는 주지사가 지정한 담배 도소매상 8명으로 구성됐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이던 시절에는 담뱃세가 없었다. 주로 왕실이나 귀족이 미국의 담배를 수입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담뱃세 논의가 본격화한 건 남북전쟁 시기다.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자금이 필요했던 정부는 담배로 눈을 돌렸다. 처음에는 시가에만 세금을 부과했고 이어서 씹는 담배, 피우는 담배에도 세금을 매겼다. 남북전쟁이 끝나고도 5년이 지난 1880년 미국이 담배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는 3800만 달러로 나라 전체 세수의 31%를 차지했다.

주정부 차원에서 특별 관리를 받아온 담배산업은 1930년대 들어 미국 연방정부의 관할 아래 놓인다. 1935년 연방정부는 담배검역법안을 통해 농업부가 담배 품질은 물론이고 경매 시스템도 관할하도록 했다. 이듬해엔 생산량과 담배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농업부장관이 미국 시장의 주별 공급량을 정하게 하고 초과 생산 때는 벌금을 물리는 식으로 규제를 구체화해 나갔다.

1960년대 미국에선 해마다 약 1억5000만 파운드의 현대식 담배가 팔려나갔다. 같은 해 담배 재배 농장의 총 수입은 9억 달러였고, 담배 판매량은 연간 50억 달러에 달했다. 정부도 무려 21억 달러의 세수를 담배에서 거둬들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담배산업 관련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판매 세율이었다. 1910년 13.6%였던 담배 판매세는 1920년 51.1%로 크게 오른다. 이는 모두 연방세였다. 1921년 주정부 중 처음으로 아이오와주가 담배 경작 농가에 직접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고 이는 곧 다른 주로 퍼지게 된다. 1969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마지막으로 모든 주가 담배에 연방세 외의 주세를 따로 부과하게 된다. 지금도 연방 정부는 물론 주정부의 재정을 책임지는 주요 세원 중 하나가 담배다. 다만 주마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다르기 때문에, 소량이라도 세금이 낮은 주에서 높은 주로 담배를 사서 이동하다가는 연방법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담배산업 태동한 메사추세츠주 담배 규제 강해


담배 규제가 더욱 강력해진 건 1960년대 이후 정설로 굳어진 ‘담배 유해론’에 기인한다. 1964년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처음으로 흡연이 해롭다는 내용의 ‘흡연과 건강’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듬해 연방정부는 공중보건국장의 경고문구를 모든 담뱃갑에 인쇄하도록 했다. 담배회사들은 소송을 걸었지만 미 정부가 이기면서 이는 주정부 단위의 규제로 이어지게 된다. 1970년엔 모든 TV와 라디오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했다. 1990년에는 미국 국내선 비행기와 장거리 버스에서 흡연을 못하게 했다. 역설적이게도 미국 담배산업이 태동한 메사추세츠주가 흡연 억제를 위해 가장 열심히 뛰고 있다. 메사추세츠주는 담배 세금 인상, 금연 교육 등으로 담배 소비를 억제했다. 판매량이 1992년 547만갑에서 2007년 277만갑으로 줄었다.

2009년 미국 정부는 담배회사 및 로비단체의 발발에도 마침내 ‘가족흡연방지 및 담배규제 법안’을 새로 만들었다. 이 법안을 실행할 주무부처로 결정된 곳은 식품의약국(FDA)이다. FDA는 전자담배 등 새로운 형태의 담배 상품이 나올 때마다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시판하도록 허용할지 또는 규제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2009년 이후 담배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사전 허가제도로 사실상 회귀했다.

[박스기사] 일본의 담배 규제는 | 아직도 실내 흡연자의 천국

일본은 선진국 중에선 담배에 무척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담배에 관한 첫 규제는 상당히 빠른 1900년에 나왔다. 일본은 미성년자흡연금지법을 1900년에 발효해 20세 미만 청소년은 흡연을 할 수 없게 했다.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면 이 법에 근거해 벌금 50만엔(약 500만원)을 내야 한다.

1950년에는 담배 지방세 부과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했다. 1950년 담배 1000개비에 세금 898엔을 부과했지만,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는 한 갑당 지방세 25%, 부가가치세 8%를 부과토록 했다.

일본도 미국처럼 흡연의 유해성에 기반한 규제가 많고 또 강력하다. 일본은 2003년 사업장 내 흡연금지 가이드라인에 관한 법안을 후생노동성이 제정하면서 간접 흡연이 유해하다고 명시했다.

금연구역이 늘어나는 추세와는 다르게 일본에선 실내 흡연이 가능한 곳이 많다. 일본의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금연구역에 관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내 흡연도 금지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일본에선 실내에서 흡연이 가능한 가게가 많다. 법안에는 ‘사업자 등이 금연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내 담배 생산·판매는 일본전매공사가 독점 운영하다가 1985년 일본담배산업주식회사(JT)를 설립해 사업을 이양했다. 상장사인 JT는 여전히 일본 유일의 담배회사다. 일본 재무성도 여전히 이 회사 지분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담배산업 관련 법에 독점 생산, 정부의 지분 소유를 명시해놨기 때문이다.

1410호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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