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4차 산업혁명형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이민화 KAIST 교수
2009년 오스트발드(Ostwald)는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이란 책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BM)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9개 블록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개념을 제시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의 단순한 스냅샷(Snapshot)을 제공하는 데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특히 스타트업 투자 분석에서 유용성이 입증되면서 실리콘밸리의 투자 생태계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고객, 유통채널, 고객관계, 가치 제안, 핵심 자원, 핵심 활동, 핵심 파트너, 수익 흐름, 비용구조의 9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서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 새로운 4차 산업혁명형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제안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의 구대륙과 온라인의 신대륙을 연결하면서 창업의 새로운 물결이 출렁이게 하고 있다. 바로 데이터를 매개로 온·오프라인의 두 세계를 융합하는 O2O(Online to Offline) 스타트업이다. 초연결 구조는 기업을 해체해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재조합하고 있다. 이어서 데이터를 조직화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여기에 하드웨어 개발비가 3차원(D) 프린터와 오픈 소스 하드웨어와 같은 기술로, 마케팅비가 O2O 플랫폼 덕에 격감했다. 그리고 제조물 특허 기반 스타트업의 차별화 전략이 가능하게 됐다. 구글의 ‘하드웨어(HW)+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전략’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와 같은 새롭고 거대한 창업 트렌드를 ‘H.A.S.(HW+AI+SW) 스타트업’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이 시점에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맞춰 재조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모든 기업의 활동은 가치(Value)·가격(Price)·원가(Cost)의 3요소로 구성되고, 기업 활동은 가치창출과 분배(Innovation and Marketing) 두 가지만 존재한다는 통찰을 제시한 바 있다. 오랫동안 기업의 목표는 단기 이윤의 극대화로 인식됐다. 기업들은 가격(Price)에서 비용(Cost)을 제한 이윤(Profit)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가격을 높이면 기업 이익은 증가하나, 소비자 가치는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면 기업과 사회는 갈등구조가 되는 것이다. 즉 사회적 가치가 상수라면, 소비자 가치와 기업 가치는 ‘사회적 가치(V-C)=소비자 가치(V-P)+기업 가치(P-C)’ 식처럼 상극(相克)의 구조가 된다.

초연결·초융합·초지능의 4차 산업혁명에서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는 선순환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반영한 기업의 선순환 구조를 4차 산업혁명에서 기업의 지향점으로 제시하고 이를 ‘선순환 기업가정신’으로 제시한 바 있다. 기업은 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제공하고 관계자들에게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한 분배를 위해 소비자 가치와 기업 가치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여기에 동적인 확대 선순환의 개념을 도입해 보자. 투명한 반복적 거래 관점에서 기업 활동을 보면, 적정한 가격이 부가가치 창출을 확대시키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확대 선순환되는 ‘공명가격(Resonant Price)’을 도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선순환 기업가정신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오스트발드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는 이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특히 고객 가치 창출의 개념을 제시하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의 9가지 블록에 사회적 임팩트(Social Impact)인 고객 가치 창출을 더한 10가지 블록으로 구성된 캔버스를 제안하고 몇 가지 항목을 대체하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X축으로 가치-가격-비용의 세 요소로 나누고 Y축을 정성적 항목과 정량적 항목으로 나눈 것이 4차 산업혁명형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기업 활동의 스냅샷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근원적인 목적을 생각했을 때, 세부 사항에 너무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고객 가치’와 ‘핵심 역량’의 순환인 ‘공명가격’을 구성하는 가치·비용·가격이라는 3 요소의 순환이라는 큰 원리에만 충실하면 된다. 고객 가치는 목표 고객과의 접근 방법과 관계를 반영하면 충분하다. 핵심 역량을 만드는 비용은 생태계를 통한 자원 공유와 지식 재산권을 통한 차별화와 독자적인 자원 획득을 반영하면 된다. 그리고 가치 제안인 가격은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반영하는 선순환 공명 구조를 제시하면 된다.

우선 비용 영역을 살펴보기로 하자. 4차 산업혁명의 창업은 초연결로 인해 기업은 분해되고 초융합으로 재구성되는 생태계형 창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모든 역량을 자체에서 조달하는 창업은 사라지고, 나의 핵심 역량을 생태계의 주변 역량과 결합해 최적의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생태계의 경쟁 전략이다. 2000년 500만 달러에 달했던 실리콘밸리의 창업 비용이 이제 5000달러로 줄어든 것은 바로 오픈소스·클라우드·혁신생태계라는 공유의 확산에 기인한다.

공유를 통한 비용의 효율화, 차별화를 통한 혁신의 핵심 역량이 4차 산업혁명형 스타트업 전략인 것이다. 그래서 비용 영역에 ▶생태계 활용 ▶지식재산권 구축 ▶자원 획득의 3블록을 배정하고 있다. 오스트발드의 9블록에서 파트너십이 생태계로, 핵심 활동이 지적재산권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에는 지적재산권보다는 플랫폼 구축 투자가 더 중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가치 영역을 분석해 보자. 과거에는 스타트업들이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유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마케팅이 플랫폼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창업 기업의 마케팅 역량은 플랫폼 활용 역량 혹은 플랫폼 구축 역량으로 대체되고 있다. 플랫폼의 활용을 위한 선택과 플랫폼 내 버티컬 플랫폼 전략 등이 새롭게 부상하는 스타트업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치 제안인 가격은 고객 가치와 협력자 가치, 기업의 가치가 선순환하는 공명가격이 되어야 지속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자에 대해 차별화된 가치 제안일 것이다. 이어서 정량적인 모델로 원가와 매출과 더불어 고객에 제공되는 가치 모델을 추가하라는 것이 4차 산업혁명형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의 개념이다. 고객 가치 모델로 고객과 가치를 분배한다는 마케팅의 의미가 되살아날 것이다.

1411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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