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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광주광역시장] 글로벌 친환경차 메카 건설 시동 

 

나권일 기자 na.kwonil@joongang.co.kr
123만평 ‘빛그린산단’에 공장 유치할 기반 조성 … 노사상생·사회통합형 ‘광주형 일자리’ 만들어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전기자동차와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광주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 혁신적인 제조업 도시로 변화시키는 데 노력해왔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자동차 선진국 독일과 영국에서 윤 시장을 초청한 것도 그의 경륜과 안목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광주를 전기차 명품도시로 만들고 있는 윤 시장을 만났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독일과 영국 방문을 통해 “광주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산업과 에너지 신산업 등 미래 산업에 대한 비전과 방향이 옳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 전민규 기자
기아자동차·금호타이어 등 자동차산업은 광주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광주에는 광(光)산업과 전자산업이 특화돼 있고,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비롯한 우수한 연구기관과 대학이 들어서 있다. 광주 인근에 들어선 빛가람신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 본사를 중심으로 에너지밸리가 한창 조성 중이다. 산업자원부 산하 전기연구원 분원도 광주에 들어설 예정이다. 전기자동차 생산에 적합한 중요 인프라를 모두 갖춘 셈이다.


▎윤장현 시장이 10월 9일 독일 정부가 자동차산업 150주년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협업 프로젝트 ‘아레나 2036’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 사진 : 광주광역시
시민운동가 출신인 윤장현(68) 시장은 1998년 광주시민연대 대표로 ‘기아차 살리기 범시민운동’을 벌이며 자동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자동차산업을 들여다보고 공부해온 셈이다.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을 직접 찾아가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의 트렌드를 살피는 등 광주의 자동차산업이 나갈 방향에 대해 일찍부터 고민해왔다. 도요타의 렉서스 자동차를 만드는 일본 자동차산업의 선진도시 기타큐슈를 찾아 ‘광주형 일자리’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광주광역시는 지난 10월 독일의 세계전기자동차협회로부터 ‘전기차 모범도시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광주가 전기차 모범도시상을 받았다.

“광주는 자동차와 인연이 깊다. 2000년 전에 마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광주 신창리 유적지에서 수레바퀴가 발굴됐을 정도다(웃음). 광주가 전기차 모범도시상을 받게 된 것은 일찍부터 친환경 자동차를 보급해왔다는 점, 전기차 기술 개발과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친환경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그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다양한 정책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본다. 중국 EV100 포럼과 다보스포럼 등에서 광주가 친환경차산업에 대한 의제를 확산시킨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독일의 미래 자동차산업 프로젝트인 ‘아레나 2036’ 현장도 찾은 것으로 안다.

“독일의 ‘아레나 2036’은 독일 연방정부가 자동차산업 150주년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협업 프로젝트다. 직접 찾아가서 봤더니 벤츠·보쉬 등 독일 대기업과 프라운호퍼연구소, 슈투트가르트 공과대학 등 민간·공공·학계가 긴밀하게 협력해 미래형 자동차산업을 준비하는 초대형 플랫폼이었다. 현장을 꼼꼼히 둘러봤다. 벤츠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비롯해 빅데이터 활용, 아날로그의 디지털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며 생산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유연성을 높여가고 있더라. 자동차 부품으로 유명한 보쉬 또한 세계 시장과 소비자 동향 분석을 통해 새로운 기기 개발과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었다. 세계적 기업들의 변화와 비전을 공유하면서 광주가 그동안 추진해온 친환경차, 에너지 산업 등에 대한 비전과 방향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 광주광역시
윤장현 시장은 전기차 애호가다. 윤 시장이 타고 다니는 관용차는 기아자동차가 광주공장에서 2014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소울 모델의 전기차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잘 타고 다니는데, 배터리를 충전해 달리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없다고 했다. 차가 작아서 좁은 길도 쌩쌩 잘 달릴 정도로 기동성이 좋다고 했다. 윤 시장은 광주를 국제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라는 콘셉트를 제안한 당사자이자 동티모르·네팔 지원 사업 등에도 앞장서온 아시아 시민운동가로 국제사회에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도시 경영에도 휴머니즘을 강조해왔다.

최근 영국 의회에서 ‘스마트휴먼시티 광주’를 주제로 발표도 했는데.

“지난 10월 30일, 영국 국회 APPG AI(인공지능 상하원 공동위원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 초청받아 친환경 자동차산업, 에너지밸리 등 광주의 미래 산업에 대해 소개했다. 주제 발표에서 “4차 산업은 사람을 핵심 가치로 삼고 사람을 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도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며 ‘사람 중심의 가치’를 더해줄 것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제가 ‘스마트휴먼시티’라는 명칭을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제안했다는 것에 큰 관심을 갖더라(웃음). APPG AI 공동의장인 스티브 멧카프 의원은 ‘광주의 메시지가 강한 일침이 되었다’고 말했고, 니콜 피쉐 법률 자문은 ‘광주가 추구하는 가치는 영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계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광주도 APPG AI 사무국이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정부 정책 및 방향에 대한 연구와 컨설팅을 담당하는 BIC(Big Innovation Centre)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빅데이터 구축과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류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것은, 3년 전부터 ‘광주의 미래 먹거리는 친환경차와 에너지에 있다’는 전략을 세우고 노사상생형 선도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의 철학과 미래 친환경 자동차산업을 연계한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에 연계해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광주 광산구에 조성된 123만평 규모의 ‘빛그린산단’을 활용하자는 것으로 ‘친환경 전기차 및 부품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생산기반을 구축,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산업밸리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윤장현 시장이 10월 30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해 ‘스마트휴먼시티 광주’를 주제로 발표했다. / 사진 : 광주광역시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새 정부가 지난 7월, 100대 국정과제 속에 ‘노사상생형(광주형) 일자리 전국 확산’을 채택했다. 중앙정부와 정치권, 국회의 지원도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지역 양대 노총 소속 위원장 50명을 포함한 지역 대표 100여 명과 함께 한 정책 협의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전국 확산, 전기차 공장 광주 유치, 특별법 제정, 노사상생복합관 설립 등을 국회 차원에서 누구보다 앞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해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국회,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을 건의하고 투자유치 활동을 펼쳐온 것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 힘이 난다. 빛그린산단에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하면 이를 거점으로 민간 부문의 참여와 시너지 효과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광주가 노사관계의 획기적 모델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민주화 과정에서 왜곡됐던 광주의 강성 이미지가 나눔과 연대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고 있는 것도 큰 성과라고 본다.”

광주 지역사회가 어떻게 기존 자동차도시 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연봉 4000만원대 일자리에 대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박병규 전 기아차 노조위원장(현 광주 광역시 사회통합추진단장)을 설득해 어려운 일을 맡겼다. 시장인 저 역시 자동차공장 근로자들을 찾아 자주 대화를 하며 소통했다. 그랬더니 근로자들이 주택이나 자녀 교육, 의료 등 복지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임금을 양보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자주 소통하면서 광주시가 근로자들에게 복지 인프라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면 근로자 1인당 4000만원대 임금으로도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우리 계획대로 빛그린산단에 들어설 친환경자동차 공장에 광주형 일자리가 적용되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얻게 되고 주택과 의료,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메이드 인 광주’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윤 시장이 적극 추진해온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가 갈등관계에서 상생관계로 변모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다. 노사 간 고용 보장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고, 우리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광주의 22개 대표 기관·단체로 구성된 ‘더 나은 일자리위원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기초 협약’을 체결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지역 양대 노총이 함께 ‘광주형 일자리 성공 기원’ 문화 행사를 열어 손을 맞잡았다. 최근에는 광주시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간에 사회공공협약을 체결해 공공 부문 혁신에도 한걸음 더 나아가는 등 지역의 노사민정(勞使民政)이 광주형 일자리 성공으로 가는 길을 성큼성큼 앞서 열어가고 있다.

국내외 유망 기업 유치를 위해 최근 많은 노력을 해왔다. 친환경 자동차 기업들도 광주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다.

“유럽 최고 자동차 연구기관인 호리바 마이라와 친환경 자동차산업 육성·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맺은데 이어 최근 세계 4위 배터리 기업인 초위그룹이 협력 의사를 밝혀왔다. 전기차 모터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비세도그룹과 투자협상이 진행중이다. 지난 7월에는 대유위니아가 본사와 공장을 충남 아산에서 광주 하남산단으로 이전을 완료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광주에 투자한 앰코테크놀로지 코리아 김주진 회장에게 큰 절을 올렸다던데….

“일자리 하나가 절실한 상황에서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에 근로자를 증원, 400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준 데 대해 정말 고맙다는 뜻에서 큰 절을 올렸다. 김 회장도 ‘한국전쟁 때 머물렀던 광주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따뜻한 음식과 머무를 곳을 제공했던 광주의 은혜에 이제야 빚을 갚게 되었다’며 기뻐하더라(웃음). 지난 1년여 동안 김 회장은 4차례에 걸쳐 나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광주의 비전과 계획에 동감했다. 특히 ‘친환경 자동차와 에너지 신산업으로 발 빠르게 4차 산업을 준비하는 광주를 통해 미래의 보았다’고 한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세계적인 반도체 패키징 기업이 광주를 심장부로 삼아 운영하는 것은 광주에 더 없는 기회다.”

빛그린산단에 들어설 친환경 자동차 공장에 완성차 메이커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그동안 광주시뿐만 아니라 (사)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가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할 대기업 유치에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투자 협상에 따라붙는 비밀 준수 사항 등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지금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긴 어렵지만, 조만간 긍정적인 성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장현 시장은 국내 못지 않게 해외에서 잘 알려진 글로벌 리더다. 2015년에는 시진핑의 모교인 중국 최고의 명문 칭화대의 강연자로 초청받기도 했다. 한국인으로는 윤종용 삼성전자 전 부회장에 이어 네 번째였다. 윤 시장의 바람대로 광주에 대규모 친환경 자동차 생산 공장이 들어선다면 제조업 기반이 척박한 도시로 꼽혔던 광주가 친환경 자동차 선도도시로 우뚝 서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가 독일 슈투트 가르트나 일본의 기타큐슈 같은 글로벌 자동차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스기사] 광주의 자동차산업 역사 - 승용차와 SUV 생산의 심장부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라인. 광주는 연간 60만대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 사진 : 광주광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도시라면 울산과 평택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광주가 한국 자동차산업, 특히 상용차 시장의 메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광주광역시의 자동차 역사는 아시아자동차공업에서 시작한다. 아시아자동차는 1965년 7월 2일 전남 광주시 내방동 700번지 광주공업단지에 자본금 1000만원(사장 이문환)으로 설립됐다. 이듬해인 1966년 12월 3일 총 27만1605평 부지에 연간 8000대 생산 규모의 공장 건설에 착수해 2년 후인 1968년 12월 완공했다.

1970년 1월부터는 이탈리아 피아트(FIAT)와 기술 제휴로 FIAT-124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고속버스, 일반버스, 대형 트럭도 함께 생산해 신장세가 기대됐지만 1973년 FIAT-124의 생산 계약이 중단되면서 시련기를 맞게 된다. 다행히 1976년 8월 기아에서 아시아자동차공업을 인수한다. 기아그룹에 편입되면서 방위산업체로 지정받아 그 해 10월에 제2공장을 준공, 군(軍)기동장비 일체를 생산해 납품하기 시작했다. 또 1980년 7월에는 제3공장을 준공, 고속버스를 비롯한 각종 대형 버스와 중형 버스, 미니 버스 등을 계속 생산해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1981년 0.25t짜리 군용 지프의 수출을 시작으로 수출 증대에 주력해 1982년 수출 1000만불탑, 1983년에 2000만불탑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83년 10월에는 25인승 콤비를 생산했고, 이어서 중형 트럭 복사와 8t, 11t, 15t급 대형 트럭 및 각종 대형 버스를 출시했다. 1986년 4월에는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독자 개발능력을 확보했고 1987년에는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 조립생산에 들어갔다. 이후 15인승 미니 버스 토픽을 비롯해 라이노, 트레이드, 10.5T D/P등 인기 제품을 생산하며 사세가 급신장한다.

1990년대 들어 지프형 승용차인 록스타를 출시하고 연이어 경상용차 타우너를 내놓아 경차시장을 석권한 기아자동차는 특장차 전문 생산공장인 하남특장차공장, 대형엔진 및 파워트레인공장, 주조공장 등의 준공으로 명실상부한 국내 유일의 상용차 전문 메이커로 군림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시련을 겪다 현대자동차로 인수됐다. 현재 기아자동차 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다. 현재 광주의 자동차 생산은 연간 60만 대 규모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411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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