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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논란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현주소] 정책·실적·성장성 3박자 맞아가고 있지만…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바이오의약품 수출 첫 1조원 넘어...영업손실 내도 기대감에 주가 급등하기도

제약·바이오株 열풍이 뜨겁다. 단기에 급등한 종목이 속출하면서 거품 논란까지 일어날 정도다. 예전의 광풍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수출이 늘고, 글로벌 신약에 대한 임상 개발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정부의 신약개발 장려 정책도 호재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과도한 기대감에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미래는 잿빛일까 장밋빛일까.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한 제약·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이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사진:ⓒgetty images bank
지난 9월부터 두 달여 동안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281% 올랐다. 11월 29일 종가 기준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6만800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도 같은 기간 동안 99% 오른 8만7700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도 86% 상승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이른바 ‘셀트리온 트로이카’의 시가총액은 39조2306억원이다. 현대차 시가총액(35조3544억원)보다 많다. 이뿐만 아니다. 코스닥 상장 후 1년도 되지 않은 신라젠 주가도 300%가 넘게 올랐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6조6638억원으로 코스피 제약 대장주인 한미약품(6조6423억원)과 어깨를 견줄 정도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10월 10일부터 11월 29일까지 두 달 동안 제약업종은 18% 뛰었다. 올 들어서는 30% 급등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많이 상장돼 있는 코스닥도 이들 주가가 뛰면서 11월 24일 10년 만에 장중 8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 상승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과 글로벌 신약에 대한 임상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정부의 신약개발 장려 정책, 복지 지출 확대 등의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과거 바이오 버블과 달라”


▎사진:ⓒ getty images bank
버블 논란까지 일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잿빛일까. 사실 제약·바이오 열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이후 바이오 종목은 코스닥시장의 단골 테마주였다. 5년에 한 번꼴로 대형 버블을 일으켰다. 2000년 초에는 현재 상장돼 있는 마크로젠·대성미생물·이지바이오 등이 바이오 테마주로 이름을 날렸다. 현재 주가가 2만원대인 마크로젠은 2000년 한때 15만원까지 올랐다. 10만원대인 대성미생물은 80만원까지 뛰었다. 2004년에는 황우석 박사가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바이오주가 코스닥을 강타했다. 메디포스트·이노셀·산성피앤씨 등이 그 중심에 섰다. 당시 산성피앤씨의 주가는 성체줄기세포 연구기업인 FCB파미셀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수십 배나 올랐다. 조아제약 주가는 형질전환돼지 연구 사실이 부각되면서 1년 만에 40배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당시 버블 논란의 중심에 있던 기업 가운데 이미 상장 폐지됐거나 주가가 예전만 못한 곳이 많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펀더멘털(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근 제약·바이오주를 예전처럼 실체 없는 ‘묻지마’ 종목으로 보긴 어렵다. 2000년대 초반 국내 바이오 기업이 기초과학 연구 중심의 벤처기업 형태였다면, 현재 상장된 회사들은 공장과 설비 투자를 통해 제품과 실적을 보여주고 투자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세가 확인된 바이오 업체 랠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기대한 것보다 성과가 빠르게 나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에서 바이오의약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실적은 2조79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수출도 1조2346억원을 기록해 1조원대로 처음 올라섰다.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의약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를 차지한다.

앞으로 수출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에서 2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어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1월 20일 항암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유럽 판매 최종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온트루잔트는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가 판매하는 전이성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이 회사는 유럽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3종을 허가받은 바 있지만 항암제 승인은 이번에 처음 받았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로 지난해까지 미국 등 세계 79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램시마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여기에 신라젠·바이로메드·제넥신·티슈진·메디톡스·코미팜 등도 개발 중인 신약의 국내외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티슈진·신라젠 아직 뚜렷한 성과 없어


시장 환경도 달라졌다. 일단 국내 의약품 시장이 해마다 7~8% 성장하고 있다. 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전체 의약품 사용량의 75% 이상을 50세 이상 연령층이 차지한다는 점도 바이오·제약기업엔 호재다. 이렇다 보니 국내 산업계의 투자가 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바이오 분야 신규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4686억원으로 전체 투자의 21.8%에 달했다. 여기에 고급 인력이 바이오 분야에 대거 가세, 수년 간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바이오 기업들이 과거 부족했던 글로벌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생태계도 착실히 조성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만 443개로, 바이오 벤처 창업 ‘붐’이 일었던 2000년의 역대 최다치인 282개를 훌쩍 앞질렀다.

정부의 바이오 육성 의지 또한 강하다. 정부는 세계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1조4000억 달러(2014년 기준)에서 2024년 2조60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의 3대 수출 산업인 반도체·화학제품·자동차 규모보다 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내년 신약 5개를 개발하는데 이어 2022년 17개, 2025년 25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또 1조7000억원 규모인 민관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을 2022년까지 2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바이오산업은 미래 먹을거리로 떠올랐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최근 제약·바이오 주가의 단기 급등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매수 의견을 거둬들이지 않는 이유도 신약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 등의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제약·바이오 돌풍이 과거의 거품과는 좀 다르다는 평가다. 한화투자증권은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기존 23만원에서 27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11월 29일 셀트리온 주가는 20만5100원이다.

물론 성장의 기대감만 있지 뚜렷한 성과가 없는 기업도 적지 않다. 11월 6일 코스닥에 상장된 티슈진의 주가는 11월 29일까지 31% 올랐다. 이 회사의 실적은 전무하다.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신라젠도 아직까지 신약 개발 중이기 때문에 성과를 낸 게 없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상장법인 1015개의 1~3분기 누적 실적을 조사한 결과, 신라젠은 코스닥 상장사 중 영업손실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국내 업체가 개발한 치매치료제 26건(2004∼2017년 10월)이 임상시험 승인됐지만 대부분 원인 치료가 아닌 증상 개선 제품이거나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진단 기기 또한 혈액 중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1개 제품만이 임상시험 진행 중이다.

PBR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경계해야

산업적으로도 과제는 남아 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이 든다. 개발 기간도 10~15년은 걸린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바이오 R&D 투자금액은 약 1000억원이다. 미국(약 34조2000억원)은 물론 일본(약 3조5000억원), 벨기에(약 1조8000억원)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국내 업체가 각 과정별 경쟁력은 보유하고 있을지 몰라도 완성 단계까지 끌고 가기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약·바이오 열풍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많은 전문가가 버블이든 아니든 열풍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글로벌 임상 결과가 도출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특히 신약 모멘텀이 주도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분기에는 한미약품의 미국 3상 결과에 이어 하반기 바이로메드, 신라젠의 글로벌 3상 결과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제약·바이오주가 단기 조정을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확한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장기로 투자하기보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많아서다. 이에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려면 파이프라인(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해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신약) 기업이나, 해외 매출 비중이 증가하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혹시 시장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상대적으로 손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기업은 경계해야 한다. 신라젠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3.09배, 티슈진은 61.86배에 달한다. PBR은 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인지 알려주는 지표다. PBR이 1배 이상일 경우 주가는 기업의 순자산 가치보다 높아 고평가 된 것으로 분류되며, 1배 미만일 경우 반대로 주가가 기업의 순자산 가치보다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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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호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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