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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2조원 넘는 제약·바이오 기업 살펴보니]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경쟁력에 프리미엄 붙어 

 

허정연·함승민 기자 jypower@joongang.co.kr
셀트리온·신라젠·티슈진 주가 급등 행진...거품 논란 있지만 긴 조정 받지 않을 수도

▎사진:ⓒgetty images bank
셀트리온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6750억원, 누적 영업이익 36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6.1%, 106.5% 늘어난 금액이다. 이 회사의 실적이 개선된 것은 ‘램시마(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허쥬마(유방암 치료제)’ ‘트룩시마(림프종 치료제)’ 등의 개발약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처방량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셀트리온 판매 자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의 3분기 누적 매출도 각각 5054억원, 9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8%, 37% 증가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해외 판매를, 셀트리온제약은 국내 판매를 담당한다. 셀트리온제약은 2012년부터 램시마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램시마는 얀센의 바이오의약품(유전자 재조합과 세포 배양 등 신기술로 제조되는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국내에서 생소했던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며 램시마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램시마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10억원대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00억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허쥬마의 국내 판매도 본격화했다. 허쥬마는 로슈의 유방암 치료 바이오의약품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제약의 주가 상승을 이끈 배경에는 허쥬마의 본격적인 국내 판매 돌입과 더불어 합성복제약(제네릭)의 미국 수출 가능성이 꼽혔다.

셀트리온, 실적 개선세 뚜렷해


▎인천시 연수구 셀트리온 본사 R&D센터에서 연구원이 바이오의약품과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실험을 하고 있다. / 사진:셀트리온
그럼에도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일주일 새 두 배로 뛰는 등 상승세가 유난히 도드라졌다. 같은 기간 신라젠 등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른 유망 제약·바이오회사의 주가상승률은 20~30%대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제약 주가의 급등을 놓고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놓고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잘 알려지지 않거나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이면 몰라도 셀트리온제약과 같은 기업의 주가가 일주일 새 두 배로 뛰기는 어렵다”며 “기업가치 자체보다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주목받은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라젠과 티슈진은 셀트리온과 함께 ‘바이오 트로이카’로 꼽힌다. 세 회사 모두 코스닥 시장에서 단타매매 거래대금 규모가 가장 크다. 당장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아도 기술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치솟은 점은 트로이카의 공통점이다. 신라젠은 코스닥 시장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시가총액 3위(11월 29일 기준 6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신라젠은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데뷔한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주가가 6배가량 상승하며 코스닥 상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시장 제약사 1위인 한미약품의 6조6423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주가 흐름과 반대로 신라젠은 올 3분기까지 3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인 이 회사는 현재 미국·유럽·중국 등지에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마이너스 실적에도 펙사벡의 임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티슈진은 퇴행성 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를 시장에 내놓으며 시가총액 6위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다. 6만4800원을 찍은 주가는 현재 5만원대 초중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3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지만 인보사가 높은 치료율과 동시에 주사로 투여 가능해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티슈진은 최근 미국에서 임상 2상을 통해 통증 완화와 관절기능 개선 효과가 2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입증한 데 이어 연골재생 효과를 추가로 입증할 계획을 밝혔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티슈진이 상장하면서 인보사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면서 “티슈진은 인보사의 북미와 유럽지역의 판권을 보유한 회사로 내년 해외 판매량에 따라 재평가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업손실 기록한 티슈진, 임상 성공 기대감

바이로메드는 20년 이상 개발한 신약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허혈성 당뇨병성 족부궤양(PAD), 루게릭(ALS) 치료제에 대한 미국 임상을 진행 중이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연구개발센터 총괄사장(CSO)은 11월 2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자사 개발약인) ‘VM202-DPN’은 현재 처방되는 진통제 약물을 보완·대체하는 것을 넘어 시장을 2~3배 확대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바이로메드에 따르면 VM202가 기술이전 없이 자체 시판허가를 받는 경우 순현재가치(NPV)는 141억 달러(약 1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 약품이 출시되면 향후 10년 간 136만 명에게 처방돼 최고 168억 달러(약 18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면역항암제를 비롯해 새로운 DNA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 2020년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을 밝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들어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24조 2500억원 수준이다. 연초(14조6555억4750만원) 대비 140%가량 증가했다. 주가는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꾸준히 오르는 모습이다. 연초 15만6500원으로 시작해 지난 11월 28일 종가 기준 36만6500원으로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급상승한 요인은 최근 증시에 불어온 호황과 더불어 미래 경쟁력에 관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올 연말 3공장 완공시 총 36만 리터의 바이오 위탁 생산시설이 구축되는데, 이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1위 생산 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성장 프리미엄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R&D로 해외에서 성과를 거둔 것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1월 20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항암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유럽 판매 최종 허가를 얻자 주가가 장중 4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온트루잔트는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가 판매하는 전이성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허셉틴은 지난해만 7조800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린 세계 8위 바이오의약품이다. 엄여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젠의 연구개발 역량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초대형 규모 생산역량을 기반으로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엔브렐, 허셉틴, 휴미라 대상 퍼스트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시장 선점 및 각종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허가가 기대된다”며 바이오 분야 최선호주로 꼽았다. 이들과 달리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급등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잘 나가던 메디톡스 주가, 3분기 들어 주춤


한미약품도 올 들어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 초 28만45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11월 말 종가 기준 57만 원대로 올랐다. 최고 80만원을 넘어섰던 2015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터진 ‘한미약품 사태’의 여파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5년 600% 넘게 급등했던 한미약품은 지난해 주가가 58% 하락했다. 8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파기된 사실을 하루 늦게 공시한 데다 직원이 사전에 정보를 유출한 의혹까지 불거져 한동안 투자자들의 싸늘한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올 들어 주가가 오른 것은 지난해 하반기 부진을 털고 영업이익이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면서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0% 늘어난 314억원, 2분기는 236.3% 급증한 215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3분기도 매출액 2276억원, 영업이익 2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102.2% 증가해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플론티스’ ‘포지오티닙’ ‘올무티닙’ 등 신약 개발 모멘텀이 주가를 밀어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월 28일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이 12월 4일에 시작된다는 소식에 주가가 신고가를 경신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당뇨병 환자가 매일 맞아야 했던 주사를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만 맞도록 약효를 연장시킨 물질이다.

메디톡스는 주름 개선제로 사용되는 ‘보툴리눔 톡신’에 집중하는 회사다. 정현호 대표가 대학원 시절부터 보툴리눔 톡신 연구에 매진해오다 2000년 메디톡스를 세웠다.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나선 지 20여년 만인 2006년에는 세계에서 4번째로 보툴리눔 톡신 상업화에 성공했다. 2013년 미국 앨러간에 액상형 보톡스 제품인 ‘이노톡스’를 기술 수출했다. 여기에 주식시장에 화장품·바이오 바람이 불면서 2015년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주춤하던 주가는 올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올해 1월 2일 34만470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7월 한 때 60만원을 넘어서며 시가총액을 2조56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메디톡스의 상승랠리는 중국발 훈풍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 10월 메디톡스는 자사 대표 상품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 ‘메디톡신’이 중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3상 시험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연내에 중국 내 시판을 위한 허가 신청을 마치고 내년부터 국내 업체 최초로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코미팜, 신약 개발 결실 맺을지 관심

올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새 공장도 메디톡스의 실적 기대치를 높였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2월 충청북도 오송첨단 의료복합단지 내에 제3공장을 완공하고 수출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6개월 만에 국내 판매 허가도 획득하면서 제3공장에서 제조되는 보툴리눔 톡신(뉴로녹스)의 국내 판매가 가능해졌다. 수요 대비 공급 물량 부족에 시달리던 메디톡스로서는 제3공장 국내 허가를 통해 물량 부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3분기 들어 주가 흐름은 잘 나가는 다른 바이오 종목과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보톡스와 필러 등 주력 제품의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여기에 어닝쇼크 수준의 3분기 실적은 주가 하락에 더욱 불을 붙였다. 메디톡스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03억원, 영업이익 1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분기 55.6%에서 13.6%포인트 줄어든 42%에 그쳤다.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조금씩 낮춰 잡았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케팅 확대 및 경쟁 심화로 판관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다만 “실적의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동사 제품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매수’ 투자의견은 유지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앨러간의 이노톡스 미국 3상 진입 지연으로 파이프라인 가치 할인이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50만원에서 43만원으로 조정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11위(2조2800억원)의 코미팜은 1972년 설립된 동물의약품 제조 업체다. 돼지구제역 예방백신, 돼지 열병·단독성백신, 생균가금백신,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백신 등을 주로 만든다. 지난 9월엔 정부가 690억원을 투입하는 구제역 백신 제조시설 구축 지원 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에 코미팜은 베링거인겔하임(메리알), 고려비엔피, 녹십자수의약품와 함께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최근까지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코미팜의 주가가 떠오른 건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코미팜은 2001년부터 신규 사업으로 항암제 및 통증치료제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경구용 암성통증 치료제인 ‘코미녹스’의 호주 판매가 본격화한 2015년 주가가 급상승했고, 이후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요동쳤다. 지난해 8월엔 코미녹스가 호주에서 특별 공급정책 B타입으로 허가 승인을 받으면서 관심을 모았다. B타입은 환자 개별 사후보고 의무 없이 의사의 처방만으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코미팜은 2013년 이후 35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2년 265억원, 2013년 345억원, 2014년 345억원, 2015년 364억원, 2016년 376억원으로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중 대부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는 주가가 3만~4만원대를 오가는 가운데, 11월 23일엔 장중 4만78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1412호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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