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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신규 분양 10년 만에 최대] 비수기이지만 악재 쌓인 내년보다 낫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서울·수도권 3만3200가구, 지방 4만 가구 쏟아져 … 수도권 공공택지 눈여겨볼 만

▎11월 24일 전주시 덕진구에서 문을 연 전주 에코시티 데시앙 네스트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주택 수요자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12월은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계절적 비수기로 꼽힌다. 본격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주택 수요도 움츠러드는 시기다. 주택건설회사들은 그래서 가급적 12월 분양을 피하고 싶어 한다. 분양 일정을 당길 수 있으면 한두 달 앞당겨 10~11월 가을 성수기 때, 당기는 게 여의치 않으면 두어달 미뤄 봄 성수기 때 분양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주택분양업계와 부동산정보회사 등에 따르면 12월에만 전국에서 7만 가구 넘게 분양한다. 서울·수도권에서 3만 3200여 가구, 지방에서 4만여 가구다. 지난해 12월(5만3430 가구)보다 38% 정도 늘어난 수치로, 12월 분양으로는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양곡·별내·감일지구서도 분양


계절적 비수기인 12월에 분양이 몰린 건 주택건설회사들이 내년 주택시장을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대출금리가 본격적인 상승기로 접어든다. 11월 3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규제가 본격 시행돼 집이 있는 유주택자는 돈을 빌려 집을 사기가 어려워진다. 또 내년엔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44만 가구가 줄지어 입주한다. 입주가 몰린 일부 지역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을 우려할 정도다. 호재보단 악재가 쌓여 있다 보니 주택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 대형 주택건설회사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준비하던 사업은 가급적 연내 마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12월 분양 물량 중 눈에 띄는 곳은 수도권 공공택지 물량이다. 공공택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이 개발하는 신도시로 계획적으로 개발돼 주거환경이 좋은 편이다. 특히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게 장점이다. 그러다 보니 청약경쟁률이 높은 건 물론 웃돈도 꽤 높게 형성된다. 1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남양주시 다산신도시는 웃돈이 1억원을 호가한다. 12월 분양에 나서는 수도권 공공택지는 양곡지구(김포)·별내지구(남양주)·감일지구(하남)·동탄2신도시(화성)·한강신도시(김포) 등지로 총 1만2100여 가구가 쏟아진다. 서울에서도 신규 분양 물량이 나온다. 대림산업이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에서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 아파트를 분양한다. 거여·마천뉴타운 첫 사업장으로 1199가구 중 재개발조합원 몫을 제외한 380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지방에서는 부동산 열기가 뜨거운 부산과 세종시 등지에 분양이 집중돼 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서는 e편한세상동래온천이,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서 부산센텀하우스디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한동안 신규 분양이 뜸했던 세종시에서는 2-4생활권이 본격적으로 분양에 나선다. 첫 분양 테이프는 P4구역 세종리더스포레가 끊는다. 84~149㎡(이하 전용면적) 1188가구다. 2-4생활권에선 P4구역 외에 P1구역과 P3구역이 12월에 분양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3개 단지는 총 3518가구에 이른다. 12월 분양시장은 그러나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 이후 서울 등 인기 지역은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 막차수요가 몰리면서 높은 청약률을 나타낸 반면 지방 비인기 단지는 청약 미달 단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지역에만 청약자가 몰리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10월 청약 접수를 진행한 전국 19개 단지 중 청약 1순위에서 마감한 단지는 47%인 9개 단지뿐이었다. 12월에도 인기 지역에만 청약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인기 지역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되려면 더 세심한 청약전략을 세워야 한다.

9월부터 청약가점제가 확대됨에 따라 서울·수도권 인기 지역에선 청약가점이 높아야 당첨 가능성이 있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부양 가족수(최고 35점)에 따라 가점을 산정해 점수가 높은 순으로 청약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모두 가점제가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도 중소형 아파트 75%가 가점제 적용 대상이다. 가점은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아파트 청약 시스템인 아파트투유(www.apt2you.com) ‘청약가점 계산하기’를 통해 미리 계산해 볼 수 있다.

가점 높다고 묻지마 청약은 곤란

가점이 60점 이상된다면 서울 강남권 등 입지 여건이 좋은 대단지를 공략해볼 만하다. 서울 비강남권은 가점이 40점 이상이라면 노려볼 만하다. 최근 서울 중랑구에서 분양된 한양수자인 사가정파크는 84㎡의 당첨자 평균 가점이 42점이었고, 서초구 신반포센트럴자이 84㎡의 당첨자 가점은 평균 73점 정도였다. 분양마케팅회사인 내외주건의 정연식 사장은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실수요자라면 최근 청약 단지들의 가점 수준을 파악해 당첨권에 들 수 있는 아파트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점이 높다고 무조건 인기 지역에 청약하는 것은 곤란하다. 청약 당첨자에 대한 재당첨 제한 규제가 살아나 한 번 당첨되면 정말 필요한 곳의 아파트를 분양받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재당첨 제한은 아파트 청약 당첨 경력이 있는 청약자(세대원 포함)의 청약을 3~5년 간 금지하는 제도다.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해도 당첨 사실이 있으면 재당첨 제한에 걸린다. 따라서 가점이 높다면 계약금이나 중도금 마련 계획 등을 꼼꼼히 세운 뒤 청약해야 한다. 가점이 낮다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하는 단지라도 주택형에 따라서는 경쟁률이 덜한 예도 많으므로 실수요자라면 비인기 주택형 등에 청약해볼 만하다. 90㎡대의 틈새 주택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간 90㎡대는 중소형도, 중대형도 아닌 애매한 크기여서 선호도가 높지 않았지만 관련법상 중대형에 속하므로 청약가점제 대상 지역이라도 50%는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가점이 낮아도 도전해볼 만한 것이다.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20~30대 실수요자는 특별공급을 눈여겨볼 만하다. 특별공급은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 가구,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무주택자에게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는 제도로, 전체 분양 물량의 10~20%가량 배정된다. 11월 나온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르테온은 특별공급 소진율이 평균 75% 정도였다. 일반분양 청약 1순위 경쟁률이 수십 대 1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쟁이 덜했던 것이다. 서울 은평구 응암2구역을 재개발 한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도 특별공급 소진율이 79%였다. 분양마케팅회사인 미드미 이월무 사장은 “특별공급 소진율이 과거에 비해선 높아졌지만 여전히 청약 1순위 경쟁률보다는 낮은 편이므로 20~30대 젊은층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1412호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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