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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34) 자산관리 전문가 고르는 법] 신뢰보다는 실력을 더 따져라 

 

서명수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
상품 위주 상담자 피해야…현금흐름·재무상태 중시해야

▎사진:ⓒgetty images bank
오랜 세월 친하게 지내고 있는 한 지인은 내로라하는 금융회사에 다니다 얼마 전 퇴직했다. 사내에서 실력 있는 금융인으로 인정받아 승승장구해 임원까지 올랐다. 모두들 스스로의 노후 재무설계를 직접 짜고 실행했으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재무상담을 받아 노후준비를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나는 남의 돈만 관리할 수 있어. 내 돈은 예외야.”

급변하는 경제·금융 환경에서 은퇴설계를 하고 실천에 옮기는 걸 개인 혼자서 하기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객관적 판단이 어렵고 재무적 의사결정이 감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후에 써야 할 돈에 비해 모아 놓은 재산이 턱없이 적다면 욕심을 내게 되고 무리한 주식투자에 나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 과거 주식투자 실패의 트라우마 때문에 은행 예금만 고집하다 돈 벌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이럴 때 냉정하고 올바른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조언자가 필요하다. 그들이 꼭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자신이 볼 수 없는 어두운 곳을 밝게 비춰주는 등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커미션 구조는 재무설계 왜곡 불러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내 실수보다는 다른 사람의 실수를 찾아내는 것이 쉽다”고 말했다. 굳이 카너먼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내 친구가 나보다 나의 약점을 더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스스로의 실수에 대해선 까맣게 모르고 있지만 친구의 실수는 훤히 들여다 보고 있다, 재무설계와 관련해 조언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나 대신 결정을 내려줄 제 3자를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균형을 잡아줄 전문가를 구하라는 뜻이다.

자산관리 전문가는 거의 재무설계사나 재무상담사란 이름으로 활동한다. 대개 금융회사에 소속돼 있다. 만약 금융회사에서 재무설계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보험설계사나 주식중개인, 투자자문파트 직원, 공인재무설계사(CFA) 중 하나일 것이다. 이들이 고객의 재무설계를 자문한다고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지만, 다양한 보수 체계는 고객의 손익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무설계사의 소득구조는 세 가지로 나뉜다.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커미션, 컨설팅에 대해 받는 수수료, 그리고 두 가지를 혼합한 복합형 구조가 그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커미션 구조는 재설설계의 왜곡을 부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예컨대 씀씀이가 심해 적자생활을 하는 고객이 현금흐름을 개선해 노후준비에 나선다고 할 때 상담을 의뢰 받은 재무설계사는 상담에 따른 수입이 없기 때문에 투자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 고객은 노후자금 마련이 발등의 불이어서 무작정 투자부터 시작하고 본다. 이 경우 현금흐름 개선없이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주가의 등락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크다. 원금마저 깨지게 된다면 노후설계를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 커미션 구조의 재무설계사가 자기 이익만을 앞세우면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 된다.

정부는 자산관리 대중화와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올해 5월 독립투자자문업자(IFA)제도라는 것을 도입했으나 아직은 유명무실하다. IFA란 증권사·은행 등 특정 회사에 속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인 및 개인 전문가를 통칭한다. 판매사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고객의 수요 및 투자성향을 고려해 맞춤형 자문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1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춘 IFA는 펀드·주가연계증권(ELS)·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자문할 수 있는데 보험상품은 예외다.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을 다루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5억원까지 늘려야 한다. IFA가 발달된 국가는 펀드뿐 아니라 보험·연금상품 등 고객 포트폴리오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쪽짜리 자산관리 서비스여서 수요확대엔 한계가 있다.

돈 관리의 궁극적 책임은 자신이 져야

좋은 자산관리 전문가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혼자서 해결해보겠다고 끙끙 앓느니 법규나 규정, 고객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재무설계의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을 절약하는 길이다.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느냐다. 퇴직금 등 두둑한 현찰을 손에 쥐고 있어 노심초사하는 예비 은퇴자나 은퇴 초년생 입장에선 자신의 노후준비와 관련해 명쾌한 해법을 도움받았다 해도 뭔가 숨은 의도가 있을 거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신뢰할 만한 설계사도 고객의 자산관리보다는 자기 지갑을 두둑히 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재무설계사의 제1 조건은 신뢰보다는 설계기술이나 금융지식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뢰는 쉽게 속일 수 있지만 금융지식과 기술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은퇴에 대해 나 만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금융회사 직원이 어떤 개인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청하지도 않은 제안을 하더라도 그걸 신뢰의 문제와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 그를 친구가 아닌 단순한 조력자로 생각한다면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돈 관리에서 궁극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럼 지금부터 은퇴 후 가정경제를 건강하고 탄탄하게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전문가를 골라야 하는지 살펴보자. 많은 재무설계사가 피상적인 진단후 바로 처방전을 내린다. 대개 보유한 보험증권이나 금융상품 목록을 먼저 알려달라고 요구하는데, 이는 고객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회사의 상품을 가입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 올바른 설계사는 상품 위주의 상담을 하지 않는다. 자산·부채 현황이라든가 씀씀이 등 재정상태에 보다 관심을 기울인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자산불리기가 어려운 현실인데도 재테크를 고집하는 설계사는 미덥지 못하다. 은퇴 설계는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해야 한다. 눈 앞의 수익을 좇는 것이 아닌 인생 후반부 삶의 전반을 다루는 초장기 플랜이어서다.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지구력이 필요한 마라톤인 것이다.

[박스기사] 진정한 은퇴 조력자 감별법 - 시장 급등락 유경험자 골라라

자산관리의 도움을 받기 위해 금융회사를 찾았을 때 담당 직원이 진정한 조력자가 될지 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5가지 체크리스트를 소개한다.

1. 자산관리 경력과 경험부터 확인하라

전문 설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재무설계 경험이 일천하다면 피해야 한다.. 재무설계와 자산관리 업무를 오래 다뤄오면서 시장의 급등락을 경험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2. 어떤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인 또는 소개를 통해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그렇더라도 자격증 소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복수의 자격증 소지자도 있을 수 있다. 알고 지내는 설계사 중엔 자격증만 10개를 보유한 사람이 있다. 은퇴설계는 비재무적 분야도 취급해야 하므로 이런 사람이 도움이 된다.

3. 투자철학이 무엇인지 물어보라

재무설계사는 투자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쯤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답변이 두루뭉수리하거나 모호하다면 명확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자.

4. 투자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지, 있다면 보여달라고 요청하라

투자경험이 없는 사람이 자산관리를 돕겠다고 하는 건 넌센스다. 만약 투자포트폴리오 공개를 망설이거나 연간 투자수익률을 얼마 올릴 수 있다는 등으로 말을 돌리면 그와 작별을 고하라. 투자 수익을 얼마나, 어떻게 올렸는지 알아보는 것은 고객 자산의 운용과 관련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5. 나의 재무목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라

자산관리는 개인 맞춤형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자라도 고객의 재무목표와 동떨어진 솔류션을 내놓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설명한 재무목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맞춤형 자산관리를 기대할 수 없다.

※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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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호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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