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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인세 인하에 웃는 한국 기업은] 두산밥캣·동원참치·휠라코리아 이익 개선 기대감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ang.co.kr
IT·헬스케어 등 수혜 가장 적어 … 이익 늘어 배당 규모 커질 수도

▎사진 : ⓒgetty images bank
소형 건설장비 업체 두산밥캣은 북미 소형 건설기계(SSL) 시장에서 점유율 41%를 차지하고 있는 선두 기업이다. 올 들어 전체 매출액(3조186억원)의 70% 가까이 북미에서 벌어들였다. 미국에서 매출 비중이 큰 만큼 미국 법인세 인하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경우 전체 매출의 66.8%가 북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 법인세 최고세율이 낮춰지면 올해 37.5%로 추정되는 두산밥캣의 유효법인세율(순이익 대비 법인세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효법인세율이 10% 이상 낮아지면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종전 2711원에서 3125원으로 15.3%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원 법안 단일화 작업 남아


지난 12월 2일 미국 연방의회 상원은 35%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상·하원 법안을 단일화하는 작업이 남았지만 그대로 확정되면 미국 기업은 31년 만에 최대 규모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실효세율(과세표준 대비 실제 납부세액)이 높은 업종인 소매업, 텔레콤, 산업서비스, 유틸리티, 필수재, 서비스 업종 등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운송과 유통은 유효세율이 35%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 통신과 서비스, 유틸리티, 소비재가 30~33% 수준이다.

미국 실효세율이 낮아지면서 미국에서 회사를 보유한 국내 기업의 세금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CJ제일제당·농심·동원산업 등이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전체 이익에서 미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동원산업이 가장 큰 득을 볼 전망이다. 동원산업은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스타키스트는 미국에서 참치가공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현재 미국 시장점유율 1위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만약 내년부터 미국 법인세율이 낮아진다면 동원산업의 전체 사업 실적의 유효법인세율 전망치는 약 5%포인트 하락하고 주당 순이익은 약 7%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광고업체 이노션도 수혜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에서 미주 이익 비중이 50%에 달한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전체 지배주주 순이익이 5~10%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류 업종 가운데 미국 사업을 영위하는 휠라코리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휠라코리아는 세계 1위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홀딩스 대주주다. 한국투자증권은 법인세 인하로 내년 아쿠쉬네트홀딩스의 순이익은 기존 970억원에서 1180억원으로 22% 상향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추정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기존 10.5배에서 9.4배로 하락하고, 차입금 축소와 배당확대 여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출 비중이 큰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소셜게임회사인 더블유게임즈에 대한 전망도 밝다. 이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의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소셜카지노게임 개발사인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를 인수했다. 더블다운인터랙티브는 2010년부터 ‘더블다운카지노’ 게임을 선보인 후 시장을 선점한 세계 최대 규모의 소셜카지노 개발사다.

美 금융섹터 주가 오르고 테크섹터 내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법인세 인하가 시행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있지만 올 3분기 더블다운인터랙티브의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더블유게임즈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 개선 효과가 날 것”이라며 “앞으로 더블다운카지노 실적이 궤도에 오르면 실제 효과는 더욱 크게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정보기술(IT)·헬스케어 업종은 소비재나 통신 등과 같은 업종에 비해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IT 섹터 유효법인세율은 18.5%로 감세안(20%)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인세율 수혜가 기대되는 통신과 금융섹터를 중심으로 다우지수는 0.24% 상승했지만 테크(Tech)섹터 중심의 나스닥은 1.05% 하락했다”며 “텍크섹터의 유효법인세율은 이미 18.5%이기 때문에 세제개편안 통과에 따른 수혜가 가장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JP모간은 세제개편안으로 반도체 섹터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고객들에게 배포했다”며 “비교 기업들의 주가 하락은 국내와 아시아 반도체 부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업종의 법인세 부담이 줄면서 해외 수익과 현금성 자산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해외에서 누적된 이익은 일괄과세가 적용되기에 해외 법인의 이익 규모가 큰 기업은 일회적으로 세 부담이 늘 수도 있다. 때문에 세 부담을 줄이려면 현금성 자산을 줄여야 한다. 결국 해외에서 축적된 이익이 주식배당을 통해 이익을 환원할 가능성이 크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축적된 이익이 대규모 주주환원으로 활용되면 관련 기업이나 주식시장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컨대 한양증권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수준인 주당 700원을 유지하거나 이상을 배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추정 DPS(주당배당금)는 최소 800원으로 배당수익률이 2%가 넘어설 만큼 산업재 내에서 실적 안정성과 배당 매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1413호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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