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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에 R&D예산 첫 지원한 정부, 왜?] 국내 전체 특허출원, 알리바바의 3%에 불과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무노력 쇼핑, 가상·증강 현실 쇼핑 등 활용 … 정맥인증 결제 선도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

▎미국의 아마존은 무인 자동시스템인 로보스토(Robo-Stow)를 이용하며 물류 배송 혁신의 선두 주자로 앞서가고 있다. / 사진 : 아마존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산업의 혁신을 위해 내년부터 5년 간 17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신규 투입한다고 12월 초 발표했다. 정부가 유통산업 분야에 R&D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품과 구매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가상·증강 현실(VR·AR)을 통해 쇼핑하는 등 미래 유통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유통산업은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 기업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신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수요 예측부터 주문·결제·배송 등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쇼핑비서 알렉사(Alexa)와 디지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을 통해, 알리바바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시스템, 물류·배송 혁신을 통해 성공을 거뒀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순수한 전자상거래의 개념은 사라질 것이고, 온·오프라인과 물류가 결합한 신 유통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빅데이터 활용이 핵심


▎세계 첫 핸드페이 무인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 정맥인증으로 결제한 후 계산대를 통과하고 있다. / 사진:코리아세븐
국내 기업도 인공지능 시스템 도입,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관련 특허 출원 건수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1998~2015년 아마존은 4891건, 알리바바는 337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런데 국내 전체 유통산업의 특허 출원은 117건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 업계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유통산업 융합 얼라이언스’를 올 초 출범했다. 50여 차례에 걸친 수요 조사와 기술 회의, 융합 신기술 설명회를 통해 업계의 수요가 높은 유망한 과제를 발굴했다. 우선 유통산업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상품정보를 공동으로 모으기로 했다. 대·중소 유통 업체가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상품정보를 표준화한다. 이어 고객 구매 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한 후 구매행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플랫폼을 만든다.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 마케팅과 매장 관리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인공지능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상품 이미지 분석과 각종 모바일 디바이스를 활용한다. 재고와 반품 관리에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이에 따라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지능형 반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소비자가 쇼핑 체험에서 가상·증강 현실을 통해 쇼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상현실 기반의 유통 플랫폼을 개발하고, 3D 상품 콘텐트를 제작하고, 가상현실을 통해 화장품 등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안면인식과 스마트 센서 기술의 융합을 돕는다. 앞으로 대·중소 유통 업체 간, 유통-정보기술(IT)기업 간 상생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방향도 잡았다. 이동욱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정책관은 “유통산업 혁신을 위해 투입하는 신규 예산이 마중물 역할을 해 업계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길 기대한다”며 “유통산업도 이제는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국제시장을 내다보고 세계 유통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유통 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 신기술 도입과 함께 대대적 투자를 통해 개인 맞춤형 스마트 쇼핑을 구현하고 있다.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모 중이다.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에 따라 소비행태 변화가 이뤄져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같은 전통적 방식의 업태는 유지 전략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온·오프라인 간 가격 비교를 통해 매장(Showroom)에서는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매는 온라인 등 다른 채널을 활용하는 쇼루밍(Showrooming)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치열한 가격 경쟁과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물류 혁신이 중요한 경쟁력의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무노력 쇼핑(Zero-Effort Shopping)’ ‘사물인터넷(loT)’ ‘VR·AR 쇼핑’이 3대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무노력 쇼핑 분야에선 아마존과 이베이가 이미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인공지능 쇼핑 비서’를 상용화했다. 대표 주자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인 에코(Echo)와 알렉사(Alexa)다. 음성으로 원하는 상품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고, 빠른 주문이 가능하다. 실내 가전제품을 넘어 실외 자동차까지 탑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아마존의 쇼핑 디바이스인 대시(Dash) 역시 기존의 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버튼만 한번 누르면 적절한 상품이 자동 주문된다. 이베이 쇼핑비서인 샵봇(Shopbot)도 페이스북 채팅 창에 구매 관련 문의를 하면 쇼핑 비서가 개인 맞춤형 상품을 알아서 추천해준다.

알아서 상품 골라주는 무노력 쇼핑 인기


사물인터넷은 사물이 인간의 관여 없이 제품을 자동 주문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미 다양한 가전 제품에서 상용화에 들어갔다. 월풀의 세탁기는 세제 잔량을 예측하고 부족해질 경우 자동 주문한다. 삼성의 프린터는 토너의 사용량을 감지해 자동으로 아마존을 통해 신규 토너를 받는다. 브리타의 정수기는 물통이 필터를 통과하는 물의 총량을 측정한 후 적정 시점에 필터를 자동 주문한다. VR·AR 기술을 활용해 시공간을 초월한 가상의 쇼핑몰을 구현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바이플러스(Buy+)는 전 세계 주요 백화점의 가상 점포를 구축해 가상 공간에서 상품 탐색부터 구매까지 가능하다. 이케아의 VR 익스피리언스(Experience)에 들어가면 가상 공간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쇼룸을 경험하고, 가구를 가상 배치하는 등 실내 디자인을 꾸밀 수 있다. 노드스트롬의 ‘가상 피팅 거울‘을 클릭하면 원하는 옷을 가상으로 입어본 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유통 업체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희망의 싹은 조금씩 보이고 있다. CJ홈쇼핑은 고객의 성별·나이·지역과 함께 구매 단가, 구매 성향 등을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분석하고 관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일부 매장에서 가상현실(VR)로 실제 매장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VR스토어를 열었다. 특히 롯데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핵심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중인 ‘롯데 옴니 채널’이다. 옴니 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통망을 통합해 온·오프라인 매장에 관계없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뜻한다. 롯데가 2015년 고객의 구매 패턴을 확인한 결과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중복 활용하는 옴니 채널 구매 비중이 25%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객의 구매 패턴은 정보통신기술 혁신으로 2020년에는 옴니 채널 구매 비중이 70%에 이를 것으로 봤다.

롯데 옴니채널 전략 눈길 끌어

롯데는 3단계에 걸쳐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했다. 첫 단계로 2014년 회원제 통합, 빅데이터 강화, 상품분류체계 재구축, 위치기반 마케팅, 모바일 결제, 이노베이션랩 운영, 온라인 배송센터 구축, 매장·지정장소 픽업 마련, 물류 최적화 등 9대 과제를 선정했다. 이후 백화점에 픽업 데스크를 설치하고, 그동안 온·오프로 나눠져 있던 회원제를 L포인트로 통합했다. 두 번째 단계로 각사별로 과제를 주며 해외 옴니채널의 벤치마킹을 시도했다. 특히 모바일 결제 시스템 L페이를 가동하면서 옴니채널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올 들어 3단계로 온·오프라인을 융합하며 계열사 주도로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옴니채널 전략에 따라 고객도 온라인 쿠폰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쓸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자녀의 생일에 맞춤형 상품을 추천받게 됐다. 주문한 상품을 당일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배송센터가 가동되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곳에서 상품을 픽업할 수 있게 됐다. 추동우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상무는 “롯데 만의 옴니채널로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가치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계열사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빠르다. 롯데백화점은 대표적인 인공지능시스템인 IBM 왓슨을 활용해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인 챗봇 시스템을 도입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점 식품 매장에서 카트나 장바구니 없이 지정된 단말기를 들고 구매 상품의 바코드만 찍으면 집으로 자동 배송되는 ‘스마트 쇼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정맥인증(핸드페이)을 통해 결제하는 무인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열었다. 직원이 없는 무인 편의점이기 때문에 출입을 위해 정맥인증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무인 계산대는 바코드를 찍지 않아도 해당 상품을 자동 스캔해서 인식한다. 바코드가 붙어 있지 않은 과일도 무게와 모양만으로 인지한다. 제품별 가격표엔 근거리무선통신(NFC)과 QR코드가 삽입돼 스마트폰으로 해당 제품의 할인 쿠폰이나 상세 상품 정보를 볼 수 있다. 계산대 핸드페이 기계에 손바닥을 대면 정맥 인증을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 스마트 안심 담배 자판기 시스템을 갖췄다. 성인인증과 정맥인증을 동시에 해야만 담배 구매가 가능해 청소년은 살 수가 없다. 폐쇄회로(CC) TV는 보안 기능뿐 아니라 소비자의 쇼핑 패턴을 분석하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고객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어떤 상품 앞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를 파악한다. 김영혁 코리아세븐 상무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 바이오 인증 등 일곱 가지 최신 ICT 기술을 적용했다”며 “연내 2호점을 열고, 3·4호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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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4호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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