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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위기 넘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숨 돌린 롯데 … ‘뉴롯데’ 탄력 받나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경영비리 혐의 1심 선고에서 집행유예 … 재계 “신동빈 회장 경영권 더욱 공고”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12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구속은 피했다.
롯데그룹이 한숨 돌렸다. 경영비리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탈세 등)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1심 재판부가 12월 22일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총수의 구속은 피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검찰이 항소 뜻을 밝힌 데다 2018년 1월 26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1심 판결이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 검찰은 뇌물공여 혐의로 신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두 사건은 재판이 따로 진행되는 별개의 사건이어서 하나의 재판 결과가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더라도 신 회장이 경영비리 혐의에서 구속은 피함에 따라 그간 신 회장이 추진해온 지주회사 체제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10조원대의 해외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의 잘못된 관행과 단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뉴롯데’를 만드는 일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재계는 특히 신 회장과 그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의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등 후속 조치 탄력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일본)→호텔롯데(한국)로 이어진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무소불위의 경영을 주도하던 시절 롯데그룹은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지배구조가 가장 불투명하고 복잡한 그룹이었다. 그러나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투명경영 마인드가 강한 신 회장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직후부터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힘써왔다.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지배구조 개선을 이룬 덕분에 순환출자 고리가 50개로 줄었고, 2017년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13개로 줄었다. 롯데그룹 이봉철 재무혁신실장은 “지주사로 전환됨에 따라 자회사는 독립적 의사결정, 핵심사업 집중투자, 책임경영 및 효율성 극대화 등이 기대된다”며 “지주회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구조조정과 핵심가치 전파 등의 역할을 함으로써 기업가치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2018년 3·4월까지 나머지 순환출자 고리 13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현금출자와 분할합병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금 이동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배구조 개선 외에 신 회장의 경영권 강화라는 의미도 있다.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3%. 이와 달리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의 롯데지주지분은 0.3%에 그쳐 사실상 신 회장과 지분 대결을 할 수 없게 됐다.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도 4.5%에 그친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지만 그가 갖고 있는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1%에 불과하다. 지분이 적다 보니 언제든 신 전 부회장이나 다른 세력에 의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롯데지주가 자리를 잡으면 적어도 한국 롯데에 대한 신 회장의 경영권은 공고해진다. 롯데그룹 오성엽 부사장은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 당시 “신 전 부회장 측이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주식매수권 청구로 지분 대부분을 정리했다”며 “지분관계상으로 보면 경영권은 이미 확고하게 결정된 게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2017년 6월 추진하다 실패한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이지만 지분 99%를 일본 롯데 측이 갖고 있다. 따라서 호텔롯데의 상장은 지주사 체제 완성은 물론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상장한 후 롯데지주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면세점 매출이 감소하면서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그룹은 상장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계열사 정리도 필요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어 보유 지분을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하는데, 롯데지주에 편입된 롯데쇼핑·롯데푸드·롯데칠성음료가 롯데카드·롯데캐피탈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중간금융지주사법(지주사가 중간금융지주사를 통해 금융회사 소유)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매각이나 합병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방식이나 시기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신 회장의 경영권이 공고한 만큼 후속 작업도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사업, 오너 부재 리스크 해소

10조원대의 해외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 규모만 100억 달러(약 10조8000억원)가 넘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40억 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나프타 분해 설비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베트남 호찌민에선 에코 스마트 시티 사업 등에 2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또 인도와 미얀마 식품 부문 인수·합병(M&A)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거나 투자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오너 부재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를 해소한 만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물론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만약 이 사건에서 실형을 받는다면 당장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요원한 상태인 데다 그가 구속 수감되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홀딩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가 실권을 쥐는 등 일본인이 한국 롯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의 공세도 예상할 수 있다.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광윤사(28.1%)인데,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지분 절반(50%+1주)을 갖고 있다. 끝난 듯싶었던 롯데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싸움이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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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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