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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8대 관전 포인트(1) 미국] 좌충우돌 트럼프노믹스에도 美 경제 순항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2018년 성장률 2%대 유지 전망...야심찬 감세 법안 의회 최종 통과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29일(현지시간) 미주리주 동부에 자리한 세인트 찰스 컨벤션 센터에서 세제 개편안과 관련한 연설을 하기 전 (세제 개편이 축복이라는 듯) 크리스마스 문구를 가리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8년 글로벌 경제에서 최대 관심은 단연 미국 경제다. 2017년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2년째이니만큼 그가 공언해온 ‘트럼프노믹스’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한 해이기도 하다. 세계의 눈이 미국에 쏠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발언에 따르면 트럼프노믹스는 ‘공정한’ 교역질서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세금을 감면해 투자를 활성화해 3%대 성장을 이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 노동자와 기업은 경기 부양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정책 입안과 의회 승인이 지연되면서 트럼프 뜻대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지출은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탈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재협상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개정협상을 제안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통상정책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성향 통상정책 노골적 강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미국 경제는 건전성을 유지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실업률도 자연스러운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2015년 2.6%에서 2016년 1.6%로 떨어졌다. 2017년에는 2,4%로 회복됐다. 2018년은 2.1%, 2019년에는 2.0%로 전망된다. 2018년과 2019년 전망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을 감안한 수치다. 실업률은 2016년 4.5%로 완전고용에 근접하는 수치였지만 2017년에는 4.3%로 더욱 개선됐으며 2018년에는 4.1%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재닛 옐런 이사장은 “풀타임 일자리를 원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며 “새로 생긴 일자리의 대부분이 유통업이나 식품 서비스 산업의 저임금 일자리”라고 지적했다. 일부 근로자는 일자리에서 지나치게 오랫동안 떠나는 바람에 이전에 종사하던 고임금 일자리에 복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함께했다. 이는 수치상의 호전과는 별개로 실제 근로자들이 느끼는 실업 압박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2017년 1.6%이던 인플레이션은 2018년 1.9%, 2019년 2.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의 0.7%보다는 높지만 2016년의 2.1%보다 낮은 수치다.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을 포함한 생필품 가격 인상이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생필품은 2017년 1.5%였지만 2018년 1.9%, 2018년 2%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유난히 강조해온 제조업의 생산은 경제 전반의 성장 속도를 웃돌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감세다. 미국 기업과 납세자에게 가장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은 대대적인 감세 계획을 담은 법률안을 2017년 10월 1일 의회에 제출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권 이후 30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세제 개혁이 될 감세 법안이다. 이 법안은 연방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대폭 낮추고 기업 자본 투자에 대해 최소 5년 간 세금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다. 기업 투자를 촉진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트럼프노믹스의 ‘골수’가 반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 법안(감세 법안)’은 1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앞서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는 현행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1%로 낮추는 내용의 감세법안 합의안을 도출했다. 최근 상·하원에서 각각 통과된 법안에서 규정했던 법인세율 20%보다는 1%포인트 높아진 비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제개혁안이 의회의 최종 관문을 넘어선 데 대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감세로, 정말 특별한 일”이라며 “우리는 모든 기록을 깼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미국의 주류 언론과 야당인 민주당은 법인세율 대폭 인하와 상속세 감면 확대 등의 감세 효과가 주로 대기업과 부유층에 집중되고, 재정적자를 더 큰 폭으로 늘려 결국 복지지출을 줄이게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이번 감세법안에 따라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CEA는 “기업들이 이러한 감세 정책이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해 투자를 늘린다면 성장률은 예상치보다도 더 높을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감세 규모는 10년 간 1조 5000억 달러(약 16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세계적으로 높다. 연방징수분이 35%인데 실효세율은 38.92%에 이른다. 연방세율을 21%로 줄이면 전체 실효세율은 25%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외국으로 나간 기업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유턴’ 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업 유치와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이다.

감세정책으로 레이건의 업적에 도전

문제는 이런 정책이 과거 지향적이라는 점이다. 공화당은 로널드 레이건(1911~2004) 대통령 재임기간(1981~89년) ‘레이거 노믹스로 불리는 대대적인 감세 정책과 복지 억제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감세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면서 사람들은 이를 투자나 소비에 쓰면서 미국 경제는 호경기를 즐겼다. 국민은 증가한 소득으로 살기가 한결 나아졌다. 이런 기억은 레이건을 2011년 갤럽 조사에서 19%의 지지율로 ‘미국인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대통령’ 1위에 올려놓은 원동력이 됐다. 노예제를 폐지하고 남북 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끌어 연방제를 보존하면서도 통합의 정치를 펼쳐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1, 재임 1861~1865)은 14%의 지지율로 2위에 머물렀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는 이러한 레이건의 업적에 도전하고 있다. 1980년대 레이건의 감세정책을 2010년대 후반에 되살려 미국 경제를 더욱 높게 날게 하겠다는 것이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이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며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가 서로 일치하는, 대표적인 보수적 경제정책이다. 하지만 당시와 달리 현재는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트럼프의 이민 정책이다. 미국은 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한 노동력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민정책으로 세계의 인재를 진공청소기처럼 흡인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미국은 성장의 주요 요인인 인재 공급망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악재다. 트럼프노믹스뿐 아니라 트럼프가 펼치는 다양한 정책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자칫 트럼프의 괴짜 정책이 나비 효과를 나타내 미국 경제에 예상하지 못한 타격을 안길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1415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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