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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8대 관전 포인트(2) 중국] 고속성장 후유증 ‘회색 코뿔소(모두가 예상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경계 

 

김재현 경제칼럼니스트
국유기업 높은 부채비율, 금융회사 신용리스크, 그림자금융 부작용...직접금융시장 키우며 대응

▎2018년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즈음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지난 11월 4일 중국인민은행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잠재적 리스크와 문제가 누적되면서 중국 금융 시스템의 취약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블랙 스완’뿐 아니라 ‘회색 코뿔소’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집권 2기 체제가 출범한 제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역설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중산층) 사회를 실현하고 2050년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동안 중국이 이룬 경제적 성과를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 중국 국내총생산은 1912억 달러로 미국의 7%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16년에는 11조2000억 달러로 미국(18조5700억 달러)의 60% 수준까지 쫓아왔다. 지난 30여년 동안 중국 경제는 그야말로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최근 중국이 ‘회색 코뿔소’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회색 코뿔소’는 다가올 가능성이 커서 모두가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일컫는다.

30년 동안 욱일승천한 중국 경제


중국 금융당국도 회색 코뿔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1월 4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중국인민은행 홈페이지에 ‘시스템적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마지노선 고수’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저우샤오촨은 이 글에서 잠재적 리스크와 문제가 누적되면서 중국 금융 시스템의 취약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블랙스완’뿐 아니라 ‘회색 코뿔소’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첫 번째로 지적한 문제는 거시적 측면에서 중국 경제의 높은 부채비율과 유동성 리스크다. 특히 부채비율을 거시금융 취약성의 근원으로 꼽았는데, 실물경제 부문에서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중국 금융회사의 신용이 크게 팽창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2016년 말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중은 247%에 달했다. 이 중 기업 부문의 부채비중이 165%로 과도하게 높은 게 문제다. 특히 일부 국유기업의 부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두 번째는 미시적 측면에서 금융회사의 신용리스크다. 최근 부실대출이 증가하면서 중국 은행업의 자기자본 비율과 리스크 대응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회사채 시장도 디폴트가 늘어나면서 회사채 발행이 소폭 감소했다. 세 번째는 그림자금융과 금융회사들의 위법행위다. 일부 금융회사는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규제 허점을 이용해 위법적인 행위와 함께 차익거래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셸 부커는 중국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까?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대표는 2013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회색 코뿔소를 처음 언급했고 [회색 코뿔소가 온다]를 출판해서 이 용어가 널리 사용되게 한 주인공이다. 지난 11월 6일 중국에서 개최된 포럼에서 미셸 부커는 블랙 스완 사건 배후에는 여러 마리의 회색 코뿔소가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중국의 회색 코뿔소로 부채, 그림자금융과 증시의 높은 변동성을 꼽았다.

미셸 부커는 매년 1월 전 세계 리스크에 대해서 리스트를 작성한다. 2017년 리스크 1위로 뽑은 것은 미국의 정치환경, 2위가 바로 중국 리스크였다. 미셸 부커는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채비율이 급증했다며 중국 또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채, 그림자금융과 증시의 변동성이 가장 큰 리스크 요소라고 덧붙였다.

미셸 부커는 회색 코뿔소에 대처하는 단계를 5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는 현실 부정, 2단계는 시간 끌기 또는 유예, 3단계는 타협, 4단계는 공황단계, 5단계는 대책을 실행하거나 코뿔소에 짓밟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이 회색 코뿔소를 처리하는 단계는 어느 단계일까? 미셸 부커는 중국이 회색 코뿔소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타협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강구 중이라는 얘기다. 즉, 중국이 처해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이 문제는 어떤 이익관계자와 관련되어 있고 그들의 이익은 일치하는지, 그리고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진단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 2기 정부가 2021년까지 샤오캉 사회를 달성하려면 2020년까지 2010년 대비 국내총생산과 주민 소득을 배로 늘리겠다는 소득배증계획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 2017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6.8%로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남은 3년 동안 최소 6.3%의 성장률을 유지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중국은 적어도 6.5%를 성장 목표치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광의통화 증가 속도 낮춰

그런데 회색 코뿔소가 현실화되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수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빈번하게 회색 코뿔소를 언급하는 이유다. 회색 코뿔소를 피하기 위한 중국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우선, 디레버리징이다. 중국의 부채비율 상승속도는 둔화됐지만, 아직 상승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되면 부채비율을 낮추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은 광의통화 증가 속도를 낮추는 등 통화정책을 소폭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의 고도화 역시 주요 대응책이다. 중국은 금융 리스크 해소를 위해, 지난 7월 국무원 산하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를 설립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증권·보험감독관리 위원회로 구성된 ‘1행3회’의 분업주의 규제체제에서 발생하기 쉬운 감독기관 간의 갈등 조율이 앞으로 용이해질 전망이다. 중국 금융시장은 겸업주의 추세가 강화되면서 기존 분업주의 규제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미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상태다. 11월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모든 금융회사의 이재(理財)상품(자산관리상품)에 고강도 규제를 적용하고 레버리지를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잠재적인 리스크로 여겨져왔던 이재상품에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중국 은행들이 대차대조표에 기록되지 않는 부외거래인 이재상품 판매를 늘리면서 그림자금융 규모가 확대돼왔다.

중국 금융감독을 책임지는 저우 인민은행장은 회색 코뿔소를 피하기 위해서 어떤 대책을 내놓았을까? 우선, 금융시장 개혁과 사회융자(자금조달)구조 개선을 내세웠다. 중국은 주식·회사채 발행 같은 직접금융보다 은행대출 위주의 간접금융 비중이 큰데, 앞으로 직접금융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공개제도를 개혁하고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개인투자자 보호 및 인수합병제도 개선, 사모펀드 육성 계획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기업들이 은행대출 대신 직접금융시장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게 하려는 조치다.

중국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회색 코뿔소는 오래된 문제이면서 구조적인 문제다. 높은 부채비율, 치솟는 부동산 가격,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 어쩌면 그래서 아직까지 완전히 환부를 도려내지 못했는지 모른다. 회색 코뿔소와의 쫓고 쫓기는 달리기. 중국은 회색 코뿔소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있을 것인가? 중국 정부가 부채비율 축소 등 전방위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회색 코뿔소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 회색 코뿔소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경고로 이미 알려져 있는 위험 요인이 빠르게 나타나지만 일부러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는 의미이다.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 대표이사 미셸 부커가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코뿔소가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부인해버리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이런 면에서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사태를 의미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과는 차이가 있다.

1415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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