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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8대 관전 포인트(6) 주요국 통화정책] 경기 회복에도 돈줄 조이긴 아직… 

 

양재찬 한국외대 겸임교수(경제저널리즘 박사)
성장률·고용 증가에도 물가 오르지 않아 … 미국·유럽연합 서서히 긴축 기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제롬 파월(오른쪽) 현 연준 이사와 악수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통화정책 정상화는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축소(QT)의 투 트랙으로 이뤄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끌어내린 기준금리를 올리고, 국채 매입 등을 통해 과도하게 푼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주요국 경제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상의 상태로 좋아졌다. 다만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경기 호전을 반영해 물가와 임금이 올라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아서다.

과거 경기 흐름과 전통 경제이론 대로라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 물가도 함께 오른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통화 정책을 구사해왔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 만에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데도 물가는 오르기는커녕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하락하고 있다. 50년 넘게 신뢰해온 ‘실업률이 떨어지면 결국 물가가 오른다’는 필립스 곡선 이론이 통하지 않자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경제성장률과 고용지표를 보면 그간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접고 금리를 인상할 타이밍인데 인플레이션 지표를 보면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중앙은행이 저물가를 의식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사이 과도하게 풀린 돈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며 거품이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긴축 출구를 향해 먼저 발걸음을 내디딘 곳은 미국이다. 다만 회복되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점진적인 통화긴축 기조는 2018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연방준비제도(Fed)는 2015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렸다. 1년 후인 2016년 12월 0.5~0.75%로 인상했다. 2017년 들어선 3월 0.75~1.0%로, 6월 1.0~1.25%로, 12월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1.25~1.50%로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美 금리 2018년 3차례, 2019년 2차례 인상 전망


금리 전망에 대한 견해를 점으로 표시하는 금리 전망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들은 2018년 세 차례, 2019년 두 차례, 2020년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대로라면 미국 기준금리는 2020년 3%선에 도달하게 된다. 제롬 파월 차기 Fed 의장도 재닛 옐런의 점진적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태세다. 파월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제는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시기”라고 밝혔다. 금리 전망 점도표와 파월의 청문회 발언을 종합하면 2018년 미국의 금리 인상은 2017년과 비슷하게 3월, 6월, 12월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ed의 금리 인상과 양적축소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며 파격적 감세를 추진하는 등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파월의 Fed가 긴축을 계속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Fed는 금리 인상과 함께 2017년 10월부터 보유자산 축소도 병행하고 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채 등을 매입한 결과 4조500억 달러까지 불어난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이 또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다시 매입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2017년 10월~12월에 매달 국채 6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억 달러 등 100억 달러어치씩 줄인 후 점차 금액을 늘리기로 했다. 2018년 1~10월에는 3개월마다 한도를 늘릴 계획이다. Fed는 보유자산 규모가 2조 달러에 이르면 매각 작업을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Fed는 2009년 양적완화(QE)를 시작했는데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보유자산은 1조 달러 수준이었다. 파월 차기 Fed 의장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보유자산 축소와 관련해 “3~4년은 걸릴 것”이라며 “연준 보유자산 4조5000억 달러 가운데 2조 5000억~3조 달러를 줄이는 것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유로존도 양적완화 출구로 발걸음을 옮기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걸음폭이 좁고 속도도 완만하다. 미국이 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를 병행하는 데 비해 유로존은 아직 양적완화는 유지하되 그 규모를 줄여가는 수준이다. 유로존은 2018년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7년 10월 말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자산 매입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매달 600억 유로의 채권을 매입해왔는데, 2018년 1~9월에는 까지 매월 300억 유로로 줄일 예정이다. ECB는 유로존 국가들의 국내 총생산이 4년 연속 성장하고 소비자물가도 조금씩 오르자 양적완화를 축소하기로 했다. 다만 물가상승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기준금리는 동결한 채 양적완화 규모만 축소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은 상대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거둬들이는 데 소극적이다. 특히 일본은 2016년 2월 -0.1%로 떨어뜨린 금리 그대로다. 일본이 여전히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1%에 못 미치는 인플레이션이 있다. 아시아권의 통화긴축은 한국이 선도했다. 한국은행은 2017년 11월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연 1.50%로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 동안 이어진 금리 인하와 저금리 흐름이 막을 내렸다.

미국과 통화정책 동조화 나선 한국

2017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됐지만, 반대하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2018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도 “추가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금리 인상 속도를 가늠할 풍향계다. 금리 인상은 한 차례 있을 가능성이 크고, 많아야 두 차례일 것이다. 시기는 하반기가 유력하다. 새 한은 총재 임기가 2018년 4월 시작된다. 게다가 6월 지방선거 안에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늘리고 원화가치 절상으로 수출에 영향을 미칠 금리 인상 카드를 쓰기는 어려울 게다. JP모건은 2018년 3분기 이후에나 2차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미국에 역전되기 전에 기준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한은도 좀처럼 탄력을 받지 않는 물가상승률 때문에 난감해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배경 한편에 바로 낮은 물가가 자리한다. 더구나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는 고용 지표와 실질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부진하다. 2017년 들어 8월까지 실질임금 상승률이 0.3%로 미국(0.7%)이나 유로존(1.2%)보다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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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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