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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민 기자의 ‘위헌(違憲)한 경제’(6) 양벌규정] 지드래곤이 법 어기면 YG도 벌금 낸다? 

 

함승민 기자
이명박 정부 이후 양벌규정 줄줄이 위헌 … 불법 사업자 ‘면죄부’ 논란도

‘경제정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원초적 기준은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법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아니, 단순히 합법적인 경제는 정의로운 경제일까. 또는 법에 어긋난 경제활동은 모두 불공정한 행위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모든 법률의 근간이자 잣대가 되는 헌법으로 경제를 짚어봤다. 실제 헌법소원 판례를 통해 개인과 국가가 경제와 법을 의심하고 행동하며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위헌(違憲)’한 한국 경제의 모습을 살펴본다.


▎가수 지드래곤.
#. 가수 지드래곤은 지난 2009년 12월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성황리에 마친 공연.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콘서트에서 부른 노래 중 일부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 즉 ‘19금 노래’였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까지 췄다는 게 논란이 됐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검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지드래곤이 초범이고 회사에서 기획한 대로 공연한 점을 고려해 입건유예 처리했다. 입건유예는 일부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해 입건·기소 등 사법처리 절차를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훈방과 비슷한 효과를 지닌 조치다. 다만 공연을 기획한 공연팀장 정모씨와, 그가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를 공연법 위반 혐의로 각각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YG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결국 사건은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 과정에서 YG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될 법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그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를 먼저 심판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YG측이 문제 삼은 건 적용 당시의 공연법 43조. ‘양벌규정’이 담긴 조항이다. 양벌규정이란 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법인이나 업주도 함께 처벌받도록 한 규정이다. 즉 YG는 ‘한 직원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거기에 직접 가담하지도 않은 회사가 같이 처벌 받아야 하는 것은 ‘과실이 없으면 책임도 없다’는 책임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것이다. 담당 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우리 법 안에는 수많은 양벌규정이 있다. 공연법뿐 아니라 의료법·건축법·산업안전보건법·도로교통법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법에서 직원의 위법행위에 영업주도 같이 처벌을 받도록 정한 이유는 규제의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가령 오토바이 배달원의 헬멧 착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보자. 원래는 헬멧을 쓰지 않은 배달원만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양벌규정을 적용해 배달원이 소속된 식당 주인에게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게 하면 주인이 배달원에 대한 관리·감독에 신경을 쓰게 돼 위반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논리다.

사업자도 함께 처벌하면 규제 효과 커져

양벌규정에는 실제 이익을 얻는 법인에게 책임을 물어 위법 행위를 예방하는 기능도 있다. 만약 양벌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법을 어긴 사람만 처벌 받는다. 그런데 직원이 위법행위를 저지른 이유가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범죄로 인해 실제로 이익을 얻은 회사나 회사 주인은 처벌받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이 경우 법인은 미래의 범죄를 억지하겠다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처벌을 받은 직원에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혜택을 주더라도 이익이 되는 불법 행위를 계속하도록 유도하거나 방조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부실 시공한 담당 직원만 처벌하면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건설사가 해당 직원에게 보상을 주는 형태로 범죄행위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잘못을 저지른 직원뿐만 아니라 사업자(법인)에게도 책임을 묻는 산업안전보건법 양벌규정의 판시를 보면 이해가 쉽다. ‘사업주의 안전조치 이행 의무 위반 행위를 엄히 처벌하지 않으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안전조치에 들이는 비용은 산업재해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으면 공연한 지출에 해당하므로,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윤 증대를 위해 가급적 이를 줄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근로자의 경우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근로 제공을 거부하기보다는 위험한 근로조건을 무릅쓰고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건설현장에서 사용주와 근로자 관계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안전 조치 의무 위반 행위를 과태료 등의 행정제재가 아닌 형사처벌로 엄한 책임을 묻는 것은 입법자의 정당한 결단이다.’

법 이론적으로는 양벌규정이 사람이 아닌 법인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되기도 한다. 우리 법은 사람(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형법의 위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회사의 대표든 직원이든 사람이 죄를 짓는 것이지, 회사 자체가 법을 어길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회사 자체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앞에서 말한 문제가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득을 본 건 법인인데, 처벌을 받는 건 일부 개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회적인 방법으로 각종 법률 속에 양벌규정을 둬 법인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양벌규정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도 받아 왔다. 특히 경영계에서는 수사기관이 별도의 소명기회도 주지 않고 종업원과 영업주를 함께 기소하고, 법원도 면책을 인정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기업활동이 위축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파악하지 못한 일부 직원의 일탈 또는 실수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할 경우 원활한 경영이 어렵다는 논리다. 식당 주인은 분명히 교통 법규를 지키라고 지시했는데도 배달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인까지 과태료를 물게 하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는 실제 법을 어긴 행위자와 처벌의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 다는 것도 문제다.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없는 영업주까지 처벌하고, 책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한 해당 법률조항은 형벌에 관한 책임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양벌규정을 두고 ‘기업 연좌제’ ‘CEO 연좌제’라고 표현했다.

기업규제 철폐 기조에 비판론 더해져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3월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 업무보고에 앞서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 임채진 전 검찰총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법무부는 양벌규정 개선 내용을 보고했다.
양벌규정 비판론은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힘이 더 실리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각종 기업 규제를 완화한 시점이다. 양벌규정으로 불편을 겪던 사업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엔 처음으로 위헌 사례가 나왔다. 첫 타자는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보건범죄단속법이었다. 당시 강모씨가 운영하는 치과기공소 직원 김모씨가 의사면허 없이 치과 치료를 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김씨는 징역(집행유예) 벌금형이 확정됐다. 문제는 고용주인 강씨에 대한 판단이었다. 검사 측은 사실상 김씨와 함께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강씨에게 양벌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범죄단속법은 영업주에게 벌금형 외에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사 측이 항소하자, 법원은 직권으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종업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영업주의 가담 여부, 종업원에 대한 영업주의 지도, 감독 소홀 등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영업주도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책임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또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 밖에 없는 영업주를 고의의 본범(종업원)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각자의 책임에 비례하는 형벌의 부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종업원의 잘못을 고용주에게도 똑같이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 결정 이후 양벌규정이 포함된 법률에 대해 줄줄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2009년 헌법재판소는 양벌규정을 언급하고 있는 6건의 법률에 대해 보건범죄단속법과 같은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법률은 청소년보호법 54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31조, 의료법 91조, 구 도로법 86조, 구 건설산업기본법 86조,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32조 등이다. 2010년에도 사회복지사법 56조와 가축분뇨관리법 52조, 잔류성유기오염물질관리법 36조, 구 마약류관리법 68조, 약사법 97조 1항, 구 약사법 78조, 수질·수생태계보전법 81조와 성매매알선행위처벌법 27조의 양벌규정도 같은 취지로 위헌 결정됐다. 이 외에도 지속적으로 양벌규정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화물차 관련 규제를 담은 구 도로법의 경우 위반 사항마다 별도로 적용한 양벌규정으로 인해 2007년 이후 10건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위헌 결정 후 면책조항 추가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양벌규정이 담긴 이들 법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해당 법률에 따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 받으면 납부한 벌금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직원 신모씨가 무면허로 물리치료 시술을 해 함께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경기 화성시 A노인전문병원, 종업원이 새벽 시간대에 몰래 미성년자에게 소주 3병을 팔아 약식기소된 G퓨전선술집의 점주 최모씨, 소속 운전기사가 중량 재측량 요구에 불응해 벌금형을 선고 받은 화물차 운수 업체 B사 등이 처벌을 면하게 됐다.

양벌규정을 담고 있는 법률은 대폭 손질됐다. 법무부는 헌재의 위헌 결정을 계기로 비슷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는 관련 법률을 찾아 개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법무부는 2007년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처벌 건수가 3만6929건, 벌금액은 493억원에 달하며 양벌규정 개선에 따른 국민편의 증진 효과가 연간 22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자료를 내놨고,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392개 양벌규정 개정, 151개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 등을 골자로 한 ‘행정형벌 합리화 방안’을 보고했다. 손질 작업은 최근까지 이어져 2007년 헌법재판소에서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최근까지 약 500개의 양벌규정에 대한 개정이 이뤄졌다.

양벌규정을 담고 있는 법률은 삭제되거나 면책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면책규정을 둔 경우는 통일된 형태로 바뀌었다. 양벌규정 뒤에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전까지 양벌규정이 종업원의 위법행위에 영업주도 무조건 책임을 져야 했다면, 이제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한 경우’에는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양벌규정의 완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의 처벌을 단지 종업원으로 한정한다면 일부 이를 악용하는 기업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주의 책임을 지나치게 방관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면책규정에 따르면 사업자가 종업원에 대한 감독·주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양벌규정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인데, 면책규정으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양벌규정을 일률적 형태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각 법률의 보호법익,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이므로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음 사례를 보자. 2015년 경찰청은 ‘이륜차 무질서행위 근절을 위한 법규위반 특별단속 계획’을 시행했다. 배달 오토바이가 상습적으로 인도로 주행하다가 적발되면 해당 업소 대표도 범칙금을 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배달 오토바이의 경우 운전자만 처벌해서는 단속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업주까지 양벌규정을 적용해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단속 실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보여주기 식 제도라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 현장 경찰관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처벌하려면 업주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업주나 직원에게 제대로 교육을 했냐고 물으면 당연히 ‘했다’ ‘받았다’고 답한다. 현실적으로 단속이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도 있다. 2009년 전모씨는 박모씨가 운영하는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성매매알선행위처벌 법에 포함된 양벌규정에 따라 성매매 당사자인 전모씨뿐 아니라 업소 주인인 박모씨도 함께 재판에 회부됐다. 같은 해 부산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윤모씨도 양벌규정으로 15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2007~2008년 종업원 이모씨와 김모씨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는 2010년 성매매알선행위처벌법 내의 양벌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유흥업소에서 종업원이 직접 성매매를 하거나 알선을 하더라도 해당 업주가 직접 가담했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정 후 헌재 “면책조항 생겼으니 합헌”

이 결정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논평을 내고 “성매매를 방조·조장하는 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업주들이 다양한 형태의 불법 업소를 차려놓고 성매매 영업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어 사실상 종업원들의 성매매 알선 행위를 묵인·방조·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민변은 “위 사건 역시 여관이 성매매 장소로 1년 간 사용돼온 점 등에 비춰 종업원이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업주가 몰랐을 리 없다”며 “업주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업주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성매매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크고 작은 논란은 있지만, 개정된 양벌규정은 현재까지 큰 문제 없이 적용되고 있다. 학계나 일선의 법원 등 실무에서도 개정된 양벌규정의 위헌 여지에 대한 비판은 거의 사라진 모습이다. 개정 이후에 벌어진 양벌규정 위헌 판례들은 “양벌규정 조항에는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통해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해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이 내려지는 추세다. YG의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같은 이유로 각하됐다.

다만, 아직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된다. 종업원이 아닌 사업주,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처벌하는 방법과 그 한계를 둔 논의다. 물론 이는 해당 사회에서 법인 범죄의 심각성, 법인범죄에 대한 제재수단 구비 정도와 그 효과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지금의 입법 체계와 역량 아래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박스기사] 양벌규정 위헌 후 … 검찰이 ‘화들짝’한 사연 - 한 때 형사사건 무죄율 20%에 육박

2012년 9월 대법원이 발간한 ‘2012 사법연감’이 검찰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사법연감 673쪽에 실린 ‘제1심 형사공판사건 무죄인원수 및 무죄율 누년비교표’가 문제였다. 이 표에 따르면 2011년 1심 형사공판사건의 무죄율은 19.44%로 집계돼 20%에 육박했다.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 5명 중 1명꼴로 무죄가 났다는 말이다. 2011년 19.44%의 무죄율은 2010년의 8.8%와 비교할 때 2.2배에 달하며, 10년 전인 2002년의 0.73%와 비교하면 무려 26.6배로 증가한 수치다. 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남발했다는 뜻이 된다.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검찰은 2010년과 지난해에만 무죄율이 급증할 이유가 없다며 무죄율 표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 최고위급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도 “검찰이 무죄율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죄율 20%는 절대 말이 되지 않는다. 통계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며 열을 올렸다. 검찰이 의문을 제기한 대로 2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인 무죄율이 나온 데는 무리한 기소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다. 2009년 7월 헌법재판소는 과적차량이 적발되면 운전자와 함께 운전자를 고용한 법인이나 영업주까지 처벌하도록 한 도로법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2010년과 2011년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은 법인과 영업주가 무더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 결과 모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도로법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2011년 무죄율은 19.44%에서 2.45%로, 2010년 무죄율 역시 8.8%에서 2.35%로 떨어진다. 결국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착시효과’가 검찰을 술렁이게 한 셈이다. -2012년 9월 19일 연합뉴스

1416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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