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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비즈니스 시장 개척하는 스타트업 4選] 반짝이는 아이디어, 재치있는 기술로 도전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일상의 불편, 봉사활동 등에서 기회 포착 … 스타트업과 시니어 비즈니스의 외연 확대

▎세이글로벌 공동 창업자인 조용민·조연정·윈쿠안(왼쪽부터) 이들은 1992년생 동갑내기다. / 사진:세이글로벌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때가 무르익지 않은 걸까. 급격한 고령화로 시니어 계층이 두터워지고 있지만 부족한 노후준비,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이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사업을 저울질하던 많은 기업이 고전하는 배경이다. 시장을 기웃거리기만 하고 시작하기도 전에 접는 아이템도 많다. 이런 가운데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앞세워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을 두드리는 젊은 창업가들이 있다. 스타트업의 외연을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 시니어 비즈니스 창업 세계를 들여다봤다.

한국어 배우려는 외국인과 시니어 연결한 ‘세이글로벌’ | “세계 최대 시니어-청년 커뮤니티 목표”


▎시니어 튜터로 활동 중인 장인숙씨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세이글로벌
평균 60대 초반의 한국어 선생님(튜터)이 있다.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 학생을 화상채팅으로 만나 한국어를 가르친다. 은퇴 후 삶이 무료했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세계의 외국인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연결되니 어엿한 한국어 선생님이 됐다.

시니어(Senior)와 유스(Youth)를 연결하는 세이글로벌(SAY GLOBAL)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이나 교포에게 한국어를 온라인으로 가르친다. 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80%가 53~74세의 시니어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 가운데는 상당한 경력과 지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은데, 60대에 접어들면 할 수 있는 사회활동이 제한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한국어 학습자의 경우 원어민 선생님과의 회화 연습을 하고 싶어 했고요. 이들을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사업의 출발점이었어요.” 세이글로벌을 만든 조용민(26) 대표의 말이다.

프린스턴대 출신 20대들, 봉사활동으로 시작 후 창업

세이글로벌은 2014년 용산노인복지관의 시니어와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외국인을 연결한 봉사활동에서 시작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조용민 대표가 용산노인복지관에서 군 복무를 하다가 세이글로벌을 만들었다. 같은 학교 동문인 조연정씨는 졸업 후 한국의 투자은행에서 일하다가 세이글로벌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팀에 합류했다. 교육 관련 연구를 했던 베트남계 미국인 윈쿠안이 합류하면서 팀이 꾸려졌다.

작은 봉사활동으로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하려는 시니어와 학교가 늘었다. 2014년 프린스턴 대학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예일대학교와도 MOU를 맺었다. 2016년까지 총 4학기를 진행했는데 두 그룹 모두 반응이 좋았다. 조 대표는 “시니어들이 얼마나 이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1시간의 수업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열정적으로 공부하는지 직접 볼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시니어와 학생의 참여를 위해 2016년 말 사회적기업(소셜 벤처)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소셜 벤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틀을 재정비했다. 커리큘럼도 회화 튜터 서비스에 맞게 전문가와 함께 제작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학생은 늘고 있지만 교과서는 여전히 지루하고,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니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20~30대만큼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시니어가 사용하기 적합한 형태로 플랫폼을 설계했다. 동시에 학생쪽 플랫폼은 최신 트렌드에 맞고 언어 교육에 적합한 형태로 설계했다.

플랫폼은 개발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높았다. ‘봉사활동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교육의 질이 정말 높을까’ ‘시니어들이 정말 능력이 있을까’ ‘학생들이 시니어들과 공부하고 싶어할까’라는 의구심이다. 무엇보다 시니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 “학생들의 만족도와 피드백을 꾸준히 분석한 결과 ‘수업이 정말 재미있고 유익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나이와 세대 차이에 따른 언급은 드물었죠. 이런 긍정적인 반응을 모니터링 해가면서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세이글로벌은 현재까지 1000개 이상의 수업을 진행했다. 2개 국어가 가능한 사람을 포함해 30명 정도의 튜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론칭 이후 학생 수는 300명 정도로 늘었다. 세이글로벌의 플랫폼은 유료다. 한국어를 배우길 원하는 고객(학생)이 웹사이트에서 수업을 구매하면, 레슨비 중 일부를 시니어 선생님에게 지급한다. 튜터로 일하길 원하는 시니어는 세이글로벌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작성하고 세이글로벌 경영진의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조 대표는 세이글로벌을 세계에서 가장 큰 시니어-젊은이의 커뮤니티로 만들 목표다. 첫 발걸음은 한국어지만 다른 언어나 문화 요소를 포함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온라인 교육이다 보니 학생과 선생님이 화상채팅으로 만납니다. 온라인에서 친해지지만 직접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아요. 가끔 외국에서 학생들이 방학 때 한국에 와서 튜터 선생님과 만나 함께 한국 관광을 하기도해요. 튜터 입장에서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기특하고, 학생 입장에서는 부모님 같은 선생님이 따뜻하게 대해주니 서로 정을 많이 느끼시더라고요. 단순히 온라인 언어 교육이 아닌 세대 간의 소통의 창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시니어 패션 돋보기 만드는 ‘이플루비’ | “돋보기에 디자인 입히니 요긴한 패션 아이템”


▎윤혜림 이플루비 대표. / 사진:이플루비
“돋보기를 좀 예쁘게 만들어 줄 수 있나요?” 쥬얼리 디자이너 윤혜림(33) 이플루비 대표는 금속공예과 학생 시절 쥬얼리 공방에서 일하다가 한 할머니로부터 이런 부탁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시력이 나쁘지 않았던 어머니 역시 어느 날부터 평소에 잘 끼지 않던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돋보기 쓰기가 불편해 잊고 다니기 일쑤였다.

어머니를 위한 돋보기, 돋보기를 쥬얼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관심을 갖고 보니 나이든 어른을 위한 쥬얼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돋보기 역시 천편일률적이고 단조로운 디자인뿐이었다. 쥬얼리로 활용 가능한 ‘시니어 패션 돋보기’에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돋보기는 나이가 들어 노안이 오면 누구나 찾는 품목이다. 그러나 왠지 나이 들어 보이고 남들 앞에서 착용하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흔히 할아버지·할머니가 끼던 돋보기 안경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업 기회는 이 지점에서 찾았다. 천편일률적이고 멋없는 돋보기에 디자인을 입히니 어떤 액세서리 못잖은 패션 아이템이 됐다.


▎이플루비의 집게 돋보기. / 사진:이플루비
이플루비(efluvi)는 시니어를 위한 패션 돋보기를 만드는 회사다. 이플루비라는 브랜드 이름은 스페인어로 ‘자연의 향기’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플루비오’에서 따왔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제품,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과정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윤 대표는 2013년 쥬얼리 돋보기 작업을 시작했고, 유한킴벌리 시니어 생활용품 공모사업 4기에 선정되면서 사업화에 돛을 달았다. 이후 2014년 4월 정식으로 브랜드를 론칭한 후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미술관과 편집숍 등 오프라인에서부터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도 판매했고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로 입점도 했다. 초기에는 주로 부모님을 위한 선물용으로 판매가 많이 이뤄졌다. 이후에는 입소문이 나서 재구매로 이뤄지는 비율이 높아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 들었다.

시니어의 패션 취향 뚜렷하고 열정도 대단

백화점 판매 성적이 나쁘진 않았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백화점 판매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었다. 온라인 판매에 승부를 걸었다. 온라인 판매 역시 일반 오픈마켓보다는 주문제작 방식으로 이뤄지는 카카오메이커스의 문을 두드린 전략이 유효했다. 총 5회 판매를 진행해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현재는 90% 이상의 매출이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다.

윤 대표는 시니어 액세서리 등 패션 업계의 성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재 시니어는 아직까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지만 나중에 시니어로 진입할 지금의 중장년층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도 ‘큰 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니어의 경우 젊은 세대 못지 않게 취향이 분명하고 다양하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패션이나 스타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고요. 좋은 렌즈를 알아봐주고, 예쁜 돋보기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는 고객의 반응을 볼 때 뿌듯합니다.”

윤 대표는 돋보기 디자인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돋보기 펜던트 11개, 문진 돋보기 3개, 단안경(Quizzing glass) 10개, 나뭇가지 돋보기 4개 등 40개의 품목을 구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데스크용 돋보기도 만들 예정이다. 초기 고객은 대부분 중년 여성이었지만 남성 고객이 패션 돋보기를 찾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플루비는 현재 월 평균 5000만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3년 안에 연매출 10억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품목을 늘리고 매출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지만 알찬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무엇보다 엄마, 아빠를 위한 선물을 생각했을 때 ‘이플루비’가 가장 먼저 떠오르면 좋겠어요.”

재가방문요양 서비스 ‘지극정성 시니어케어’ | “시니어 비즈니스는 ‘진정성’이 중요하죠”


▎김춘추 지극정성 시니어케어 대표(왼쪽)가 수급자 어르신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시니어 비즈니스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춘추(37) 지극정성 시니어케어 대표는 시니어 비즈니스 관련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어르신을 진심으로 응대할 수 있는 진정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극정성 시니어케어는 노인장기요양 방문요양, 방문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 3월 창업했다. 장기요양등급 상담부터 요양보호사 구인·관리 업무를 비롯해 요양기관의 창업·운영 지원 컨설팅도 진행한다. 현재 의정부·천안·중랑·일산·강서·부천 등지에서 6개 지점을 운영하며 60명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차의과학대학교 실버산업복지학부를 졸업한 김 대표는 시니어 관련 분야에 취업을 희망했지만, 시스템이 갖춰진 시니어 관련 기업을 찾기 힘들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시장이 열린 요양·간병 분야에서 창업의 가능성을 보고 현장에서 부딪혀 보기로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신체활동 또는 사회활동을 등을 지원하는 사회보험제도다.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에 이은 제5의 사회보험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족들에게 지워진 노인부양이라는 짐을 사회가 나누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8년 7월 시행됐다.

김 대표는 2010년부터 요양시설 운영과 방문요양 관련 경험을 쌓아 나갔다. 다양한 창업과 폐업의 현장을 목격했다. “재가방문요양 서비스 사업의 경우 요양원 창업 대비 초기 창업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많은 사람이 쉽게 생각하고 뛰어 들어요. 그러나 수급자 발굴, 요양사 구인과 관리, 어르신 응대의 어려움 때문에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재가장기요양센터의 평균 생존 기간은 1~2년에 그치고, 실체 생존율은 8% 내외에 불과한 게 현실이죠. 2008년 장기요양제도 도입 초기에 시작한 기관들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창업 후 가장 어렵고도 시급한 것이 수급자 발굴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판촉물을 돌려보고, 버스, 길거리 홍보, 전단지 부착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벌였지만 6개월 동안 단 한 명의 수급자도 찾을 수 없었다. 발굴 대상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노인성 질환이 있는 65세 이상의 어르신이었는데 잘못된 홍보 전략을 택한 것이다. “처음에는 광고를 하고 마냥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어요. 6개월 만에 창업자금을 다 까먹은 이후에 방문 요양의 수급자는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죠.” 이후에는 직접 어르신을 찾아가 방문요양에 대해 안내하고, 등급 신청부터 등급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리하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초기 창업비용 덜 들지만 생존율 낮아

김 대표는 정부 정책과 법률·제도를 이해하는 것도 필수라고 말한다. 사업은 정부의 요양기관 정책에 영향을 받고, 수급자 관련법은 노인장기요양법, 요양보호사 관련법은 고용노동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재가요양 분야 창업은 고용보험과 노인장기요양법, 현장에서의 괴리감 등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비과세인 사업의 특성상 은행 대출이 되지 않아 자본 마련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죠.” 그는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의 예로 최저임금 인상을 들었다. “최저임금 인상만큼 요양보호사의 시급은 올라가지만 공단의 장기요양 급여수가 인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앞으로 운영이 더욱 힘들어 질 겁니다. 수급자가 많은 기관은 살아남고, 작은 기관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가 형성될 것 같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장기요양기관은 2017년 6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2만여개에 이른다.

김 대표는 재가요양 업계도 대형화가 필요하다며, 압도적인 1등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재가요양 분야에서도 덩치가 크고 기업 이미지를 가진 기관이 나와야 한다”며 “올해까지 어르신 100명, 오는 2019년까지 2000명을 모실 목표”라고 밝혔다.

요양비즈니스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65세 이상 어르신을 응대해야 한다는 점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보람도 크다. “요양은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에요. 특히 어르신들은 본인이 원하는 걸 잘 표현하지 않아요. 음성이나 표정, 태도 등 작은 변화를 감지해 욕구를 끌어내야 합니다. 자신의 의사를 끝까지 고집하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는 분도 적지 않아요.”

그래도 어르신들의 경우 충성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 서비스업처럼 한 번 이용한 고객을 재유치하고, 단골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추가적으로 들여야 하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특별한 불만사항이 없다면 한 번 이용한 기관을 계속 이용하는 특성이 있다. “요양 비즈니스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극정성이라는 저희 브랜드 이름처럼 어르신을 지극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프리미엄 당구장 브랜드 ‘작당’ | “당구장 창업 대박 없지만 쪽박도 없어”


▎이태호 올댓메이커 대표. / 사진:서지명
퇴직자로 붐비는 두 곳이 있다. 산과 당구장이다. 두 곳 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가성비가 높다는 특징이 있지만 ‘너구리 소굴’이라는 이미지와 남성들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프리미엄 당구장 브랜드 ‘작당’을 만든 올댓메이커의 이태호(32) 대표는 “당구장은 퇴직자에게 좋은 아지트 공간이자 창업 아이템”이라며 “지난 12월부터 당구장 금연 시행을 계기로 당구장 문화에도 신선한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 직장이었던 KMA능률협회에서 시니어 컨설턴트로 일했던 경험과 창업에 대한 열망 등이 어우러져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전 직장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재취업 교육을 진행하면서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한 사람들이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치킨집과 커피숍, 편의점이 많다는 이야기는 늘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장년층이 기업에서 퇴직한 후에 재취업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치킨집·커피숍·편의점 창업에 몰리고 프랜차이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는 대학에 다닐 때 대학생 취업커뮤니티를 만들어 사업화 한 후 매각한 경험이 있다. 창업 후 직장생활을 하게 됐지만, 창업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대학생 때 대학생 취업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회원 수가 17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커졌고, 법인으로 전환해 매각했었죠. 첫 창업에서 나름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매각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았죠.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는데 어느 날 뉴스를 보다 12월 3일부터 당구장에 금연이 의무화 된다는 뉴스를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이 대표는 당구장이 금연공간이 되면 당구장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고, 그동안 당구장을 꺼리던 비흡연자와 여성, 가족 단위 고객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실 당구는 아시안게임,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고 국가대표 선수도 있는 건전한 스포츠 중 하나지만 사회적인 인식은 그렇지 않아요. 사실 저희 부모님도 아직 제가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 줄 알고 계세요. 당구장을 창업했다고 하면 뒷목잡고 쓰러지실지도 몰라요(웃음).”


▎작당 공릉점. 대학가 상권으로 분위기 있는 펍(Pub) 느낌의 매장으로 만들었다. / 사진:작당
작당은 기존 당구장을 리모델링하기도 하고 새로 창업하는 걸 돕는다. 내부 공간 인테리어부터 창업 이후 홍보·마케팅까지 지원한다. 일종의 프랜차이즈로 볼 수 있지만 일반 프랜차이즈처럼 가맹비, 로열티, 본사 방침은 없다. 획일화된 인테리어나 운영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작당이 큰 틀의 콘셉트를 제공한 후 점주의 의사와 지역의 특성 등을 반영한다. 현재까지 서울 공릉점, 이태원점, 용인, 울산, 포항 등 전국적으로 10개이상의 지점을 열었는데 각각 다른 공간, 느낌을 갖고 있다.

“작당하러 가자”

작당에 따르면 전국에 2만2700여개 당구장이 있고, 하루 평균 당구장 이용자는 276만 명(2013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통계) 수준이다. 당구장 사업 평균 유지 기간은 15년 정도다. “당구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고 큰 부침이 없지만 당구장은 여전히 영세해요. 과거와 같은 공간과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독서실·노래방·세탁소 등 웬만한 골목상권은 브랜드화 되고 프리미엄 시장이 있는데 당구장은 노브랜드(No Brand) 시장이에요. 당구장 금연화를 통해 당구 업계도 많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다른 자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창업비용과 낮은 유지비와 폐업률을 당구장 창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당구장은 평균 창업비용이 낮고, 일반 요식업 대비 리스크가 적어요. 초기 투자자금 외에 인건비를 제외하고 관리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요. 또 요식업은 운영할 때 체력적으로 힘든 편인데, 당구장은 유지·관리가 상대적으로 덜 힘들어요. 기복이 심하지 않아 대박은 없지만 쪽박도 없죠.”

그는 당구장을 건전한 스포츠 공간으로 바꾸는 데 앞장 서고 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검색할 때 ‘구글링한다’ 하고, 메시지 보내는 것을 ‘카톡한다’고 하는 것처럼 당구 치러 가자고 할 때 ‘작당하러 가자’로 쓰여지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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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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