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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의 시니어 비즈니스는 지금] 전기자전거 인기 3D프린터로 영양식 제조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고령층의 현실적인 불편 해소에 초점...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고령층 시장 개척

▎사진:매더라이프웨이즈 홈페이지
한국보다 앞서 고령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의 기업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시니어 비즈니스를 개발하면서 시장을 개척 중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고령 사회 진입과 시니어 비즈니스의 기회’ 보고서는 “선진국 기업의 시니어 비즈니스는 ‘노인 전용’을 전면에 부각시키기보다는 고령층의 현실적인 불편을 해소하는 방식의 제품·서비스를 고령층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카고에 매더라이프웨이즈가 설립한 ‘모어댄어카페’는 카페와 캠퍼스, 공동체 기능을 하나로 합친 공간이다. 하루 평균 150~300명이 방문하는 이곳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을 넘어 친구들과의 놀이공간, 학교, 레스토랑 기능을 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시니어의 아지트’로 불린다. 이곳의 커피 가격은 1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식사도 5~8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된다. 또한 음식, 건강, 여행 및 컴퓨터 활용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다. 주말에는 시니어뿐 아니라 그들의 자녀, 손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제공한다.

시니어 카페로 실버타운 운영 시너지 효과


▎사진:매더라이프웨이즈 홈페이지
모어댄어카페의 목적은 단순히 시니어로부터 얻는 수익이 아니다. 매더라이프웨이즈는 마케팅과 리서치 기능을 수행하는 연구소와 고급 실버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카페와 실버타운 이용자들의 생활행태는 연구소의 조사, 연구대상이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다시 카페와 실버타운 이용자에게 적용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잠재고객인 지역 고령층과 그 자녀들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얻는 홍보효과도 있다.

미국의 글로벌 금융사인 웰스파고는 시니어 고객 전용 회원제 프로그램인 ‘엘더 케어 프로그램(Elder Car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고객이 독립적인 생활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65세 이상 고객 중 관리자산 35만~100만 달러 이상의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병원 예약, 간병인 관리 등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식사·심부름·집수리 등의 생활서비스, 라이프 플랜 설정까지 지원한다. KB 경영연구소는 “시니어 고객의 가족들까지 고객으로 확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고객 충성도 강화 및 은행의 대외이미지 제고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스타트업들이 시니어를 겨냥해 시장 확대에 나섰다. 스타트업 이벨로(Evelo)의 경우 고령층이 자전거 페달 돌리기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 50세 이상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해 지난해 400만 달러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은퇴한 시니어 홈케어 서비스에 주목한 엔보이(Envoy)도 반려동물 산책, 장보기, 설거지 등 가정 방문 서비스로 인기를 끌어 현재 미국 주요 대도시에 서비스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고령층의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사기가 의심되는 특정 단체로의 출금을 막는 직불카드도 등장했고, 소형 주택을 찾아주는 등의 서비스도 주요 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주요 스타트업들은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고령화에 맞춰 관련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이 아닌 IT 기술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보고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IT 기기 사용에 능숙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1946~1965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로, 적극적인 소비성향을 보이며 ‘테크노 부머’라고 불릴 정도로 IT에 익숙하다는 점이 과거 장년·노년층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실제 미국 베이비부머 가운데 33%는 1주일에 2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며, 30%는 온라인으로 쇼핑을 즐긴다. 마켓워치는 “과거와 달리 지금의 베이비부머는 신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자신이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실리콘밸리가 실버산업에 혁신을 불러올 시장 파괴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유럽에서도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 기업인 바이오준(Biozoon)은 시니어 맞춤 영양식을 3D 프린터로 만든다. 딱딱한 음식을 소화하기 쉽지 않은 고령층이 대상이다. 3D프린터에 내장된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사용자의 영양 상태, 체중 등을 체크하고 그에 맞는 음식을 제조한다. 음식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시니어에게 적합한 식감의 음식을 만들 수 있어 치아·소화기능 저하 등으로 먹는 즐거움을 포기했던 고령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럽연합(EU)의 3D프린터 관련 프로젝트인 퍼포먼스(PERFORMANCE·Personalised Food using Rapid Manufacturing for the Nutrition of elderly Consumers)에서 300만 유로의 펀딩을 받아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유럽 5개국, 14개 식품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니어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로봇 개발에 대한 관심이 크다. 로봇 스타트업인 블루프로그 로보틱스가 만든 반려 로봇 ‘버디(Buddy)’는 간단한 퀴즈 내고 맞추기, 이야기 읽어주기, 음악 선곡해 틀어주기, 스크램블 하기 등이 가능하다. 아직은 시험 단계로 1000유로 정도의 가격으로 상용화 될 예정이다. 홈페이지에서 이미 선 주문이 끝난 상태다. 프랑스의 또 다른 시니어케어 로봇 ‘나오’는 이미 자국과 벨기에·네덜란드 등지의 양로원에서 사용 중이다. 2006년 프랑스 알데바란이 개발한 나오의 가격은 약 1만5000유로로 신문 읽기와 간단화 대화 정도가 가능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시니어 생필앱(생활 필수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다. 복약 시간 알림 앱인 필박시(Pillboxie)와 ‘필리마인더(Phill Reminder)’, 건강상태를 기록하는 ‘통증일기’, 스마트폰 아이콘 크기를 키워주는 ‘빅 런처(Big Launcher)’가 대표적이다. 2016년 효과 없는 과장광고로 밝혀졌지만, 한때 치매 예방을 위한 두뇌훈련 게임으로 알려진 ‘루모시티(lumosity)’에 노년층 사용자가 급증하기도 했다.

질환별 의료관광 패키지 개발도


▎사진:매더라이프웨이즈 홈페이지
오스트리아에서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전기자전거 시장이 급성장했다. 출퇴근족과 기업 수요와 함께 고령층 자전거족을 일컫는 ‘실버서퍼’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다. 오스트리아 교통혁신기술부에 따르면 전기자전거 이용자의 74%가 45세 이상의 중장년 및 고령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오래 주행하기 힘든 일반 자전거 대신 전기자전거를 애용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과 편의성 중시 성향, 환경에 대한 높은 인식도 자전거 업계가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유통·관광 등 기존 산업군에서도 시니어 친화성을 앞세워 거대 소비층이자 노년으로 진입한 베이비부머인 ‘그레이 달러(grey dollar)’ 세대를 공략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독일 유통업체 카이저 수퍼마켓은 매장의 복도를 넓히고, 시니어를 위해 진열대 위에 돋보기를 설치하는 등 시니어 친화적 전략으로 호평을 받았다. 프랑스 시니어 전문 인터넷 여행사인 바캉스블루는 프랑스 은퇴기금과 협력해 은퇴 고령층 전문 여행사로 시작했으나 점차 적용 가족세대가 넓어지면서 최근에는 3세대 가족이 함께 떠날 수 있는 여행상품을 선보여 60~70세 고령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 의료관광 전문 여행사 발비탈은 고령층에게 자주 생기는 류마티즘, 호흡기 질환 등 질환별 의료관광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

1416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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