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증시 맥짚기] 美 증시 좌우할 두 변수는 경기·금리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03개월째 이어지 경기 확장 유지 여부 주목...기준금리가 시장금리 넘어서면 변곡점 될 수도

▎사진:ⓒgetty images bank
2017년 11월부터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의 주가 움직임이 달라졌다. 미국 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이머징 마켓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워할 정도로 힘이 약했다. 7월까지만 해도 두 시장이 같이 움직였는데 몇 달 사이에 모양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 시장은 특히 더 약했다. 선진국 시장이 강세를 기록했음에도 종합주가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하락할 정도였다. 두 가지 걸림돌이 때문이었다. 연초 이후 달러화 기준으로 종합주가지수가 30% 이상 상승해 가격 부담이 생겼다. 경제 전망도 선진국이 우리보다 좋다. 세제개편을 계기로 미국의 경제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성장률이 2.5%를 넘을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데, 이 영향으로 미국의 시장금리가 2.5%로 상승했다. 우리 경제는 2018년에도 2017년 정도의 성장에 그칠 걸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두 시장의 모양이 달라진 건 글로벌 주식시장의 에너지가 약해서다. 시장의 힘이 강하다면 모든 시장과 업종이 동시에 올라갈 텐데, 그럴 처지가 못 된다. 주가가 높은 상태에서 금융 완화 정책이 약해지면서 시장이 제한된 힘 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약한 곳부터 주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의 에너지 약해져


이런 상태에서 미국 시장마저 약해진다면 주식시장은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2018년 미국 주식시장을 좌우할 불안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확장. 가장 최근 미국의 경기 저점은 2009년 6월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103개월째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 경기 확장 기록은 1991년 4월부터 2001년 3월까지 120개월이었다. 그 다음은 1961년 2월 이후 106개월이고 이번이 세 번째다. 2018년 주식시장과 관련해 미국의 장기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현재와 비슷한 확장 기간을 가졌던 앞의 두 경우와 비교해 보았다. 1960년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번영이 최절정기에 도달하던 시기다. 모든 산업에서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군사력까지 포함한 영향력은 세계의 절반에 달할 정도였다. 그 덕분에 경기가 9년 넘게 호황을 누렸다. 1990년대는 2차 번영기다. 생산성이 계속 높아져 높은 성장과 낮은 물가가 함께 나타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배경이었다. 이 당시가 이른바 3차 산업혁명기로 분류되는 때였는데 컴퓨터와 정보통신 등 해당 부문에서 미국이 세계 표준이 된 것도 높은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이번은? 경기 회복 강도가 앞의 두 기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 경기가 확장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9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평균 1.7%에 지나지 않았다. 내용면에서도 경제 내적인 힘보다 저금리와 대규모 유동성으로 인한 영향이 더 커 인위적인 경기 부양 외에 별다른 동력을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S&P500지수는 2009년 2월 735를 바닥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107개월째 대세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상승률이 250%에 달한다. 1990년대 호황기 때 상승률 305%에는 못 미치지만 다른 어떤 경기 회복기보다 높은 수치다. 성장보다는 사상 초유의 낮은 금리와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로 보인다.

경제와 관련한 주식시장의 관심사는 2018년에도 미국 경제가 확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 부분이 이루어질 경우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건 물론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 이와 달리 경기의 방향이 바뀔 경우 주식시장은 9년에 가까운 경기 회복이 정리되는 압력에 금융정책의 방향이 바뀐 충격까지 더해져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이 위력이 얼마나 셀지는 과거 경기 확장기가 끝난 후 미국의 주가를 보면 알 수 있다. 1990년대 2차 번영기가 끝난 후 S&P500지수는 31개월 간 44.5% 하락했다. 만약 2018년에 미국 경제가 확장을 멈춘다면 우리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이 소규모 개방 경제여서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 주가 하락에 따른 영향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금리 인상이다. 지난 2년 간 미 연준이 금리를 다섯 번이나 인상했지만 주식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금리 상승=주가 하락’이란 정형화된 틀과 달리 금리가 올라가는 와중에도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한쪽으로 쏠리다 보니 앞으로도 금리와 주가가 제각각 움직일 거라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이제서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것 같다. 금리 인상 횟수가 늘면서 어느 지점에선가는 주식시장이 금리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지점이 어디일까?

금리 인상 영향력 갈수록 커질 듯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곳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역전되거나 비슷해지는 지점이다. 과거 미국에서 두 금리가 역전됐던 1990년, 2000년 그리고 2007년 모두 주가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기준금리가 시장금리와 엇비슷해지는 시점부터 투자자들이 금리에 대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1.5%로 올라왔다. 시장금리는 2.3% 정도다. 둘 사이의 격차가 0.8%포인트로 줄었다. 앞으로 2~3번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엇비슷해진다. 금리 인상 때마다 시장금리도 따라 올라 격차가 유지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는 과거 미국 금리 흐름과 맞지 않는다. 미국의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를 2~3번 인상할 때까지는 같이 상승하지만 이후에는 금리를 올리더라도 반응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2017년 7월에 미국 금리가 1.3%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적이 있다. 기준금리를 한번 올린 후 시장금리가 바닥을 찍은 것이다. 그 때까지도 금융완화의 틀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금리 상승이 더디게 진행될 걸로 생각했지만, 7월을 기점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해 넉 달만에 2.3%로 올랐다. 금리가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더라도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이런 상태에서 2018년 상반기에 연준이 2번 정도 금리를 더 인상하면 시장금리와 기준금리의 격차가 0.3%포인트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두 금리가 엇비슷해지는 건데 금리가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2017년의 금리와 2018년 금리는 시장에 주는 압박 정도가 다르다. 2017년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상당기간 0%대였고 다른 선진국이 금리 인상에 동조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주가를 움직이지 못했다. 2018년은 다르다. 두 번만 더 인상하면 기준금리가 2%가 된다. 9년 만에 처음 보는 수치이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걸로 전망된다. 오랜 저금리로 금리에 대한 적응력이 낮아진 것도 부담이 된다. 적응력이 약한 만큼 금리를 한번 인상할 때마다 느끼는 부담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18년은 주가가 10년 간 상승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아직 시장을 꺾을 만한 뚜렷한 요인이 발생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지금 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아졌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데 2018년 내내 이 부분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질 걸로 전망된다.

1416호 (2018.01.0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